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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다 앞선 이에게 배우고 자극 받는 것은 얼마나 큰

임주리 |2006.07.23 15:41
조회 187 |추천 1

나보다 앞선 이에게 배우고 자극 받는 것은 얼마나 큰 행운인가
내 앞에는 언제나 토끼처럼 나를 앞서가는 친구들이 있다. 그런 친구가 처음 등장한 건 초등학교 4학년 때였다. 나는 그림을 꽤나 잘 그린다고 행세하는 축이었다. 물론 당시 그림을 잘 그린다고 하면, 유행하던 만화책 그림을 얼마나 비슷하게 잘 베끼느냐의 수준이었다. 하여튼 나는 그림에 있어서만은 우리 반에서 '제왕'처럼 행세하고 있었다.

어느 미술시간이었다. 나는 창 밖 운동장에서 달리기를 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일찌감치 완성해 놓고 다른 친구들의 스케치북을 힐끔거리고 있었다. "역시 아무도 '그림의 제왕'을 따라올 수 없군…" 하며 한 친구의 스케치북을 본 순간, 나는 "앗!" 하고 소리를 지를 뻔 했다. 그 친구도 나처럼, 달리기 하는 아이들 모습을 그렸는데 발바닥이 얼굴보다 더 크게 보이게 그리고 있었다. 요즘 말로 표현하자면, 앵글을 아랫쪽에서 잡아 발바닥을 강조한 그림이었다.

"아, 이럴 수가…." 선의 매끄러움과 기교는 분명 내가 한 수 위였다. 그러나 그 친구의 파격적인 그림은, 그때까지 내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것이었다. 내게 그 그림의 발견은 인류의 나침반 발명 혹은 금속활자 발명보다도 더 엄청난 것이었다.

그 친구 그림 때문에 나는 많은 고민을 했다. 몰래 그 그림과 똑같은 그림을 그려보기도 했다. 그러면서 사물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어떤 생각을 갖고 그리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다른 표현이 가능하다는 걸 어렴풋이 깨달았다.

내 인생 최초의 '토끼'는 그렇게 나를 찾아왔다. 그리고 나서도 늘 내 앞에는 나보다 앞서가는 토끼같은 친구들이 있다. 그러나 다행인 것은, 내가 동화 속 거북이처럼 용기를 잃지 않고 토끼들을 쫓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나에게 그런 토끼 친구들은 참 고마운 존재다. 그들이 아니었으면 나는 거북이 주제에 벌써 낮잠을 자고 있을 것이다.

(박광수/ 만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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