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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렇치 않은 상처

정해권 |2006.07.24 09:00
조회 35 |추천 1

나이를 먹으면 왜 상처 입는 능력이 떨어지는지, 

그 정확한 이유는 잘 모르겠다. 

 

또 그것이 내 자신에게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어느 쪽이 편하느냐 하면, 

아무리 생각해도 상처입지 않는 편이 편하다. 

지금은 누가 아무리 혹독한 소리를 하여도, 

친구라고 생각했던 사람한테 배신을 당해도, 

 

믿고 빌려준 돈이 돌아오지 않아도, 

 

어느 날 아침 펼쳐든 신문에 

'무라카미는 벼룩의 똥만큼한 재능도 없다' 라는 

기사가 실려 있어도 

 

(있을 수 없는 일이 아니다)그렇게 상처입지 않는다. 

 

물론 매저키스트가 아니니 기분은 좋지 않다. 

그러나 그런 일로 낙담을 하거나 며칠이고 

궁상맞게 고민하지는 않는다. 

'할 수 없지 뭐, 세상이란 그런 거야' 라 여기고, 

그대로 잊고 만다. 젊었을 때는 도저히 그럴 수 없었다. 

잊으려 애를써도 쉬이 잊을 수가 없었다.

결국은 '할 수 없지 뭐, 세상이란 그런 거야' 라고 

생각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일 것이다. 

요컨대 몇 번이고 비슷한 일을 경험하면서 

그 결과 무슨 일이 생기면 

'뭐야, 또 지난번과 비슷하잖아'

하고 생각하게 되고,  결과 매사 일일이 심각하게 고민하는 것이 

오히려 어리석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다. 

이런 현상은 좋게 말하면 터프해진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내 안에 있는 나이브한 

감수성이 마모되었다는 뜻이 된다. 

즉 뻔뻔스러워진 것이다. 

변명을 할 생각은 없지만, 

개인적인 사소한 체험으로 말씀드리자면 

어떤 류의 나이브한 감수성을 그대로 유지한 채 
내가 속해있는 직업적 세계에 살아남으려 한다면, 

그 시도는 소방수가 레이온 셔츠를 입고

타오르는 불길 속으로 뛰어드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렇지만 내가 나이를 먹으면서 그다지 상처입지 않게 된 것은 

인간이 뻔뻔스러워진 이유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느 날을 경계로 '나이도 웬만큼 먹었는데

젊은애들처럼 정신적으로 상처입고 어쩌고 하는 것은 

좀 볼품이 없지 않은가' 란 인식에 도달했고, 

그 이후 가능한 한 상처입지 않도록 의식적으로 훈련을 쌓아왔다. 

그렇게 그런 인식에 도달했는가는 얘기가 길어지니 

이 자리에서는 말하지 않겠지만

 나는 그때 절실하게 생각하였다.

정신적으로 상처 입기 쉬운 것은 

젊은 사람들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하나의 경향일 뿐만 아니라, 

그것은 당사자에게 주어진 하나의 

고유한 권리이기도 하다고 말이다.


물론 나이를 먹었다고 마음의 상처를 전혀 입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것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거나,

혹은 마음에 깊이 새기거나 하는 것은 

나이를 먹은 인간에게 어울리는 일이 아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였다. 

그래서 상처를 입어도 화가 치밀어도,

그것을 꿀꺽 삼키고 오이처럼 

시원시원한 표정을 지으려고 애썼다. 

처음에는 생각대로 잘 되지 않았지만,

훈련을 쌓아 가는 동안 점점 정말이지

상처입지 않게 되었다. 

 

 

물론 닭과 달걀 가운데 

어느 쪽이 먼저냐는 질문처럼, 

상처입지 않게 되었기 때문에

그런 훈련이 가능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어느 쪽이 먼저고 나중인지 모르겠다. 
 

- 무라카미 하루키 "상처 입지 않기 위해서" 中
수필집 '오블라디 오블라다, 인생은 브래지어 위를 흐른다'

 

 

 

나도..상처에 익숙해져 가는지 모르겟다

그리고 나에게 상처 받은 그 누군가..

혹은 앞으로 나에게 상처 받을 그 누군가..

역시 그 상처에 익숙해져 가게 될 것이다.

 

그래 네가 그랬지..

그 때는 이해 못했는데 이제 조금은 이해 할꺼 같아

헤어진다고 너나 나 둘중에 어느 하나 죽지 않는다고..

그때는 죽을만큼 아픈 상처 였는데

 

이제 그 상처에 익숙해져 가는거 같아..

 

아프지 않는 상처...

 

아무렇치 않은 상처...

 

 

아무렇치 않게 상처를 받는것도..

 

아무렇치 않게 상처를 주는것도..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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