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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격조정되는 인간로봇

박혜원 |2006.07.24 23:08
조회 70 |추천 0


주의!

글이 상.당.히 길어요!

 

 

일본 교토 - 히로시 이시구로는 바쁜 사람이다. 두 개의 직업을 갖고 수많은 회의와 프레젠테이션에 시달리는 그는 늘 바쁜 일정 때문에 개인적인 시간을 누릴 수가 없다. 그래서 그는 한숨 돌릴 여유를 찾기 위해 자신을 복제한 인조인간을 만들었다.

교토 외곽에 위치한 ATR 지능 로봇 및 커뮤니케이션 연구소의 수석 연구원인 이시구로는 자신의 이미지를 본떠 외모와 행동거지가 자신과 똑같은 로봇을 만들었다. 이 로봇은 의자에 앉아서 인간과 매우 흡사한 방식으로, 아니, 자신의 창조주와 똑같은 방식으로 방을 둘러본다. 실제로 이 로봇은 이시구로의 완전한 복제판이다.

실리콘과 강철로 구성된 이시구로의 분신은 주형으로 이시구로의 몸을 본떠 만들어졌다. 이 로봇은 압축공기와 소형 가진기로 동력을 공급받으며 반자동 동작 프로그램으로 작동된다.

자리에 앉아 불안한 듯 눈을 깜박거리는 이 로봇은 발을 끊임없이 위아래로 움직이고, 마치 숨을 쉬는 것처럼 어깨를 가볍게 올리기도 한다. 너무도 진짜 같은 이런 섬세한 동작들 때문에 로봇이라고 믿기가 힘들다. 로봇보다는 고무 가면을 쓴 사람에 가까워 보인다. 살아 숨쉬는 사람 말이다.

그러나 “제미노이드(Geminoid) HI-1”라는 이름을 가진 이 로봇은 또 하나의 비밀을 갖고 있다.

“오늘 참석해 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목요일에 있었던 ATR 시연회에서 말소리에 맞춰 입을 움직이며 정중하지만 무기력한 일본어로 제미노이드가 말했다. 음성은 이시구로의 것으로 로봇에 내장된 스피커를 통해 나온다.

제미노이드는 모션 캡처 시스템을 착용한 이시구로의 음성과 자세, 입술 움직임을 그대로 재생해내도록 원격 조종될 수 있다. 마우스를 한 번 클릭하면 손이나 손가락을 들기도 한다.

자동차로 한 시간 거리인 오사카 대학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이시구로는 자신의 수업에 로봇을 대신 보내어 출근하는 번거로움을 덜기 위해 제미노이드를 설계했다. 이시구로가 오즈의 마법사처럼 커튼 뒤에서 나와 로봇 분신 옆에 서자 몹시 당혹스럽다.

오사카 대학의 지능 로봇 연구소 소장을 겸하고 있는 이시구로는, “요는 원격 교류이다. 인터넷을 통해 이 로봇에게 접근하게 되면 더 이상 ATR 연구소에 갈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이시구로는 이 로봇이 존재감을 갖길 원한다고 말했다. 그의 연구팀은 사람들로 하여금 똑바로 앉아서 주의를 집중하게 만드는, 파악하기 힘든 미묘한 특징을 수치로 환산하고, 그것을 포착하여 전송할 수 있는 방식을 밝혀낼 예정이다.

“내 가족뿐만 아니라 학생들까지 제미노이드를 통해 나의 존재를 느낄 수 있는지 확인하고 싶다.” 이시구로의 말이다. 그는 이제 새로운 분신이 있다는 사실에 완전히 적응한 듯하다.

사람들은 이미 제미노이드를 통해 이시구로와 대화할 때에 확실히 진지한 태도로 임하고 있으며 선뜻 로봇의 고무손이나 뺨을 찔러보는 등의 행위를 하지 못한다.

이시구로의 인조인간 제작 전문기술은 부분적으로, 2005년 일본 아이치 엑스포에서 4개 국어로 관람객들과 교류한 바 있는 안내 로봇 “액트로이드(Actroid)”의 제작자인 도쿄의 로봇공학 및 엔터테인먼트 회사 코코로와의 공동연구에서 기인한다. 코코로와의 제휴를 통해 제작된 작품은, 실제 TV 뉴스캐스터를 “모방하여” 만든 세련된 여자 로봇 “리플리 Q1 엑스포(Repliee Q1expo)”이다. 제미노이드와 마찬가지로, 리플리도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실제 인간으로 착각하게 만든다.

하지만 왜 굳이 번거롭게 인간과 꼭 닮은 로봇들을 만드는 것일까? 이시구로는 로봇을, 인간의 본성에 대해 보다 많은 것을 배우는 훌륭한 수단으로 생각한다. 그는 인간의 지각과 커뮤니케이션, 인지에 대한 이론들을 테스트하는 장으로 활용될 수 있는, 인간과 매우 닮은 로봇을 만들려는 목적으로 인지 과학과 엔지니어링을 결합시킨다. 그는 이 같은 자신의 접근방법을 “인조인간 과학”이라 부른다.

“로봇은 인간의 기능, 특히 소뇌나 근육을 표현하기 위한 일종의 시뮬레이터이다.” 제미노이드를 개발한 ATR 연구소 소장 노리히로 하기타의 말이다. “그것은 인간의 의사소통의 결정판이라고 할 수 있다.”

이시구로는 제미노이드의 립싱크를 개선하고 시선 자동 제어를 개발하는 것 외에도, 이 복제 로봇을 통해 학생들과 상호작용을 시작하고 싶어 한다.

그의 연구는 보다 나은 인간형 로봇의 개발로 이어질 수도 있고, 원격조종 로봇의 채용 시장을 여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파리나 파고파고(Pago Pago)에서 로봇을 임대하여 실생활에서 로봇을 통해 친구들과 대화를 하면 집을 나설 필요가 없어질 것이다. 당연히 이시구로도 이미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로봇을 대학과 ATR 연구소에 각각 하나씩 둘 수 있다면, 나는 온천에 앉아서 모든 일을 처리할 것”이라며 그는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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