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갗에 닿아 아찔한 순간이 있지,
어떤 바람
그 바람을 말로 옮길 수 있을까
이를테면 초가을 늦은 하오 숲으로 걸어갈 때
내 곁에 아무도 없을 때 슬쩍
이마 또는 어깨죽지를 건드리고 가는
속눈썹을 미세하게 흔드는,
서늘하고 아득한, 흐르는 무엇을 몸으로 겪는,
두렵고도 매혹적인
어느 곳 어느 때로 나를 실어가려는 듯한
전생 어느때 겪은 치명적 느낌
아니면 태어나 처음 숨쉬던 느낌일까
기억해낼 수는 없지만
내 생애 전체를 뒤흔드는,
아니면 뒤흔들 듯한
언제가 꼭 뒤흔들었던 것 같은
기다린다고 또 오지 않을
그런 바람이 불면
* 이희중 시
-- 대학 1학년때 고대문학회 출신 문인 선배들과의
술자리에서 이희중 시인을 한 번 뵌 적이 있다...
내 아픈 추억의 장소인 변산 바닷가를
소재로 쓴 시 을 서른 두 살때
처음 접하게 되면서 그의 시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사실 대학시절에는 그의 시가 별로 와닿지 않았는데,
삼십대에 접어들면서 그의 시가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그런 이유로..
내게 그의 시는 '이십대 이후'의 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