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할 때는 잘 생기고 예쁜 얼굴이 부담스러울 때가 많다. 연기로 승부하지 않고, 얼굴로 승부한다는 대중의 따가운 눈총이 그들로 하여금 미남미녀 콤플렉스를 지니게 했다. 잘 생긴 것도 죄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들에게 미남미녀 이미지를 벗어나야 하는 강박관념이 생기는 건 당연하다 하겠다. 특히 2~4번째 작품에서는 미남(미녀)이라는 고정된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배우의 모습을 보여줘야 오랫동안 연기할 수 있다. 그런데 ‘탈 미남미녀 이미지’ 방식을 보면 남녀에게 각각 한가지 공통점이 발견된다.
여자는 사투리 연기로 미녀이미지를 벗어나려고 하고, 남자는 조각같은 외모와는 거리가 있는 거칠고 강한 배역을 맡아 파격적인 변신을 꾀한다는 사실이다.
도시적이고 예쁜 여자배우가 촌스런 복장에 토속적인 사투리를 쓴다면 빨리 미녀 이미지를 벗어던질 수 있지 않겠느냐는 발상에서다.
지난해 크게 성공한 영화 ‘웰컴 투 동막골’에서 강혜정이 강원도 산골소녀를 연기한 이후 정려원과 유진이 강원도 사투리를 구사했다. 한가인은 MBC ‘닥터깽’에서 부산 사투리를, 강은비는 KBS ‘포도밭 그 사나이’에서 충청도 사투리를 각각 선보인다. 손태영은 오는 8월19일 방송되는 MBC 베스트극장 ‘바다가 하는 말’에서 진한 사투리를 구사하는 부산 아가씨 역할을 맡았다.
미남스타들도 멋진 배역을 마다하고 사형수(강동원), 판자촌 주민(조한선), 코믹조폭(오지호) 등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꽃미남의 대명사 장동건이 ‘해안선’이나 ‘친구’ 등에서 강하고 거친 연기로 ‘잘 생긴 얼굴’을 극복했던 전례가 벤치마킹된 것이다. 신세대 미남스타 조인성도 ‘남남북녀’와 ‘비열한 거리’를 통해 망가지기도 하고, 비열한 조직 폭력배 역할까지 소화해 좁아질 수 있는 배역의 폭을 넓혔다.
그러나 미남미녀 스타들의 이런 이미지 변신 방식이 자칫 식상해질 수도 있다. 내면적인 연기를 소화하지 못하고 외형적인 캐릭터 위주로 다가가다가는 연기의 폭을 넓히기는 커녕 역효과를 거둘지도 모른다. 사형수나 조폭같은 캐릭터는 사실 굉장히 어려운 연기를 요한다. 사투리도 원래 연기력을 갖춘 감초형 조연 배우의 주무기가 아니던가.
미남미녀 스타들이 일상성과 현실성이 살아있는 다양한 인간군(산골소녀나 이색직업인)을 연기하는 것은 권장할 만하다. 단 캐릭터를 소화할 수 있는 범위내에서 배역을 맡아야 한다. 드라마나 영화에 나오는 이색직업인이 따로 존재하는 것 처럼 연기해서는 지방사람과 이색직업인의 고정관념만 키울 뿐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서병기 대중문화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