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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밋밋한건 못참아!”

윤수진 |2006.07.29 10:44
조회 63 |추천 0

원조교제·동성애에 제목도 강해야 통해

우리사회 반영일수도

 


 

▲ 영화 '사랑하니까 괜찮아'

 

요즘 한국 영화, 대단히 직설적이다. 과거엔 순화시켜 표현했던 욕들을 날 것 그대로 가감 없이 속사포처럼 쏟아내는가 하면(‘아치와 씨팍’), 시종일관 감정의 톤을 높여 극일과 민족주의를 노골적으로 부르짖기도 한다(‘한반도’). 원조교제·동성애·사디즘·마조히즘 등 금기시됐던 성 묘사를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펼쳐내기도 하고(‘다세포 소녀’. 8월10일 개봉), 아예 ‘닭살 커플’임을 표방한 남녀 고교생은 시내 한 복판에 누워 키스하기를 서슴지 않는다(‘사랑하니까, 괜찮아’, 8월17일 개봉). 약혼녀 있는 남자에게 “나, 아저씨 꼬시러 왔어”라고 말하는 여자(‘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 9월 개봉)나 “사랑은 게임”이라며 “날 한번 꼬셔봐”라고 말하는 남자(‘미스터 로빈 꼬시기’, 10월 개봉)나 노골적이기는 마찬가지다.

 


▲ 영화 '연애참'

 

◆제목부터 세고 강렬하게

 

충무로의 직설화법은 영화 제목에서 뚜렷이 나타난다. 이미 개봉한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 ‘음란서생’ ‘달콤, 살벌한 연인’ ‘생, 날선생’ ‘구타 유발자들’부터 곧 개봉할 ‘예의 없는 것들’ ‘누가 그녀와 잤을까’ ‘사랑 따윈 필요 없어’ ‘미친 그녀들’ ‘오래된 애인 정리하는 법’ ‘쏜다’ 등은 모두 ‘살벌’ ‘구타’ ‘따위’ ‘미친’ 같은 강렬한 어휘를 쓰거나 긴 문장으로 주제를 직접 설명하는 제목들이다. ‘각설탕’ ‘미열’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처럼 살짝 속내를 감추고 은유법을 쓴 제목도 여전히 있긴 하지만, 대세는 “직설적이고 자극적으로!”이다.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은 원래 ‘보고 싶은 얼굴’이라는 제목으로 시나리오가 완성됐지만, 촬영 후 마케팅 전략에 따라 제목이 바뀐 경우. 이 영화 홍보를 맡고 있는 에이엠시네마 한지선 팀장은 “처음 제목이 너무 구식인 것 같아 ‘연애’를 전면으로 끌어내 화두로 삼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 영화정보 '한반도'

 

◆경쟁 격화되고, 관객 입맛도 변해

 

김태성 쇼박스 홍보부장은 “요즘 기획하는 시나리오 중 70%는 자극적이고 직설적인 영화”라고 했다. 제목부터 캐릭터, 줄거리까지 한국영화가 점점 극단적이고 적나라해지는 원인은 복합적이다.

 

먼저 한국영화 제작편수 증가에 따른 과열경쟁이 한 이유다. 유세은 MK픽처스 마케팅팀장은 “올해 제작되는 한국영화가 100~150편에 이른다. 좀더 돋보이기 위해 더 자극적이고 더 선정적인 제목과 주제를 택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관객의 성향 변화도 관련이 있다. 정태원 태원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설문조사를 해보면 ‘밋밋하고 지루한 건 못 참겠다’는 반응이 많다. 코미디면 ‘빨리 나를 웃겨라’, 공포면 ‘빨리 나를 무섭게 해봐라’는 태도로 영화를 본다. 그러니 흥행을 목표로 하는 상업영화로선 더 ‘세게’ 만들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정 대표는 “가장 인기 있는 장르는 코미디인 반면 가장 위험한 장르는 멜로”라면서 “요즘 관객에게 외면 받고 있는 멜로는 아예 기획 자체를 하지 않는다”고 했다.

 


▲ 영화정보 '아치와 씨팍'

 

◆직설적 한국문화와 닮은꼴?

 

한국 사회에 전반적으로 퍼져 있는 ‘직설화법 문화’와 ‘배설욕구’가 반영됐다고 보는 해석도 있다. 인터넷 문화가 대표적이다. 인터넷 주 사용자는 영화 주관객층(10~30대)과 겹친다. 정수완 동국대 영화영상학부 교수는 “이들은 ‘직설적 언어’와 ‘규범파괴’를 통해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경향이 있다”며 “그동안 금기시되며 억눌러져 왔던 이슈를 ‘까발림’으로써 쌓여있던 스트레스를 한꺼번에 해소시켜버리려는 현상 같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자극적인 영화는 모두 관객동원에 성공할까? 캐릭터와 이야기가 극단적이란 평을 받았던 ‘한반도’는 2주 만에 관객 300만명을 돌파했다. 하지만 ‘아치와 씨팍’ ‘구타유발자들’ 등은 흥행에 실패했다. ‘파랑주의보’ ‘사랑을 놓치다’ ‘국경의 남쪽’ ‘도마뱀’ 등 서정적인 멜로는 ‘요즘 추세대로’ 흥행에 실패했다. 하지만 지난해 9월 개봉한 멜로 ‘너는 내 운명’은 관객 300만명이라는 호성적을 올렸다. ‘선정성=흥행 성공’의 공식이 늘 성립하는 건 아니라는 얘기다.

 


▲ 영화정보 '다세포 소녀'

 

출처 : 조선일보 류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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