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 오대산을 여행 이후 또 다시 급격히 떨어지는 나의 컨디션을끌어올리기 위해 또 한번의 여행.
프로젝트명: 소매물도 훔쳐오기.
여름휴가에 세웠던 여행지 중의 하나였지만 쏟아 내리는 비에 포기를 하고 말았던 아쉬운 소매물도..
경남 통영의 소매물도는 통영항에서 약 26km 정도 떨어진 작은 섬이지만, 섬 주위의 경관이 아주 빼어나 벌써 여러 차례 CF에 등장했을 정도로 유명한 섬이다.
다시 소매물도 계획을 잡은 건 눈이 시리도록 파아란 쪽빛 바다를 볼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감.
그 기대감 하나로 무거워진 내 몸을 이끌었다.
나의 계획은 구마고속도로를 이용해 마산에서 내린 후 14번 국도를 타고 거제도까지 슝~
거제도 저구항에서 배를 타고 들어갈 예정..
통영이 더 가깝지만 배 시간과 운항 횟수를 고려해서 저구항으로 정했다.(훨~ 싸다^^ 왕복 18,000원, 통영항에서 타는 건 편도 13,000원이다.)
11시 배를 목적으로 집에서 7시에 출발을 했다.
2시간 반 정도면 도착할거라 생각하고 시간을 넉넉히 잡고 출발했지만 예상치 못한 사건으로(네비게이션의 반란 -- ) 겨우 5분전에야 배를 탈 수 있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조금 늦어도 전화 한 통이면 기다려 준다고 한다..
이런..아까운 내 기름 ㅠ.ㅠ 사실 무지 밟았다...
가쁜 숨을 몰아쉬고 배에 오르니 낚시꾼 한 무리와 계모임인지 알 수 없는 몇몇 가족단위,
그리고 시선을 전혀 느끼지 않고 애정행각을 서슴없이 펼치는 꼴사나운 커플들이 타고있다.
달랑 혼자 몸을 실은 나~
이렇게 서로 각자 소매물도에 대한 그림을 머릿속에 그리며 배는 출발했다.
스치던 맑은 바다와 하늘...
그리고 여기저기 이름모를 섬들...
정말 아름답게 펼쳐진 풍경을 감상하며 여행의 또 다른 느낌을 받았다. ^^
배는 시원한 바다 바람을 가르며 그렇게 소매물도로,
또 나에게로 한 발 다가서고 있었다.
뱃고동소리와 함께 저구항을 출발한 지 30여분쯤 지났을까?
저기 사진에서 보아온 섬이 보인다.
배에서 내려 주변을 둘러봤다.
선착장이 보이고 그 양쪽으로는 낮은 바위가 섬을 둘러싸고 있다. 마치 병풍처럼.
자그마한 선착장 뒤로는 소매물도의 마을이 보인다.
소매물도에는 20여 가구가 있는데 실제로 거주하는 사람들은 더 작다.
소매물도의 숙박시설과 편의시설은 아주 열악하다.
그나마 산장이 두 군데 있고 나머지는 마을 주민들의 집에 민박을 해야 한다.
조그마한 매점이 있는데 믿지마시고~
물과 생필품, 간단한 것은 죄다 챙겨 가시기 바란다.
자 이제부터 둘러볼까?
마을 입구에서 길이 두 갈래로 나뉜다.
섬의 왼쪽으로 난 길로 따라 올라가니 언덕 위에 시원한 바람이 날 반갑게 맞아준다.
저 멀리 고스톱에 열중인 한 무리와 한가로이 풀을 뜯는 아기염소...
참 어색한 조화로움이다.
도착한 그 곳은 남매바위가 있는 곳이다.
상피금기의 슬픈 전설을 지닌 바위 둘은 하나는 오빠바위로 언덕 위에 또 하나는 동생바위로 바로 아래 해안가에 자리하고 있다.
더 볼게 있나싶어 욕심내어 내 키만한 풀들을 헤치고 나갔지만 도착한 곳은 절벽이었다.
한 바퀴 돌면 섬 반대편으로 갈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을 접고 서둘러 반대 길로 향했다.
4시 배를 타고 나와야 하기 때문에 더 서둘렀다.
다시 마을로 내려와 등대섬을 볼 수 있는 섬 정상 쪽으로 오르기 시작했다.
땀을 연신 흘리며 오르다 쉴 곳 발견~
물 한 모금 마시고 둘러본다.
이 곳은 1997년에 폐교된 소매물도 분교.
아주 아담한 교사와 운동장...
따뜻한 남쪽 섬이라서 그런지 학교 주변의 나무들이 이국적이기까지 하다.
당장이라도 옆에선 아이들이 뛰어 나올 것 만 같다.
해맑은 웃음소리도 어디선가 들려온다.
폐교를 바라보며 졸업생의 마음처럼 안타까운 마음을 뒤로하고 망태봉을 향해 올랐다.
망태봉에 오르면 기암괴석과 푸른 바다가 어우러져 절로 감탄이 터져나오는 해안 절경이 펼쳐진다.
저절로 내 속에 머무르던 한 숨이 터져나오고 얼른 카메라를 꺼내들고 여기 저기 셔터질을 해댔다.
가슴이 탁 트인다.
기대했던 쪽빛 바다와 함께 멋진 풍경이 눈 앞에 펼쳐진다.
섬 주변은 천태만상의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진 총석단애로 여기에 파도가 부딪치며 뿜어대는 물보라와 하얀 포말이 오색무지개를 피우면서 연출하는 장엄한 광경은 남해 제일의 비경이라는 말이 어울림직하다.
꼭 추천하고 싶다.
스트레스로 시달리고 있다면 꼭 한번 가보기를...
아마도 나에게 고마워할 것 같다.
망태봉 정상에서 또 다시 내려가면 드넓은 초원이 펼쳐진다.
두 팔 쭉 뻗고 자유를 한번 외쳐보라고 살짝 권해본다.
갈매기가 되어 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참길 바람.
그 아래는 낭떠러지로 작은 바위들이 엄청나게 많다.
그 끝에서는 다들 조심 조심~
몇몇 가족단위로 온 분들이 날 부른다.
같이 배를 타고 들어온 사람들이다.
점심을 같이 먹자고 부르셨는데 내 앞에 펼쳐놓은 음식들이 어마어마했다.
멋진 풍경에 사람들 인심도 후해졌나보다.
분명 다른 곳이었다면 그런 일을 없었을 것이다.
멋진 풍경에 멋진 인심에 배도 부르고 손도 무거웠다.. ㅡ.ㅡ
갈 때까지 먹을 음식도 싸 주신 것이다.
결과적으로 무지하게 짐이 되었지만 고마운 마음에 씩씩하게 들고 다녔다.
날 계속 쳐다보고 계셔서 어찌 할 수가 없었다.
다시 경치를 즐기러 가야쥐~
깍아지른 절벽에 저마다 근육을 자랑하며 서있는 바위들,
고르고 섬세한 무늬로 이어 붙인 바위병풍이다. 그 위에 형제바위, 용바위, 부처바위,
촛대바위 등 바위 입상이 바다를 바라보고 서있다.
부처바위옆에는 3개의 암벽 봉우리가 치솟아 있고 그 아래 굴이 뚫려 있다.
바로 그 천장에 [서불 과차]가 새겨졌다 해서 글씽이 굴이라 하고 세 암벽을 가리켜 글씽이벽 혹은 세글씽이라 한단다.
그 외에도 가족 군상 같이 벗은 여인의 외상 같고 혹은 부처님의 반가상 같이 보이는 화려하고, 다양한 형상의 천연 돌조각들이 저마다 자랑을 한다.
소매물도와 등대섬 사이엔 70m 열묵개 자갈길이 있어 밀물 썰물때에 따라 물길이 열리고
닫히고 한다.
물때에 맞춰 걸어서 건너기도 하지만 대부분 주민들의 배를 이용해 건너간다.
배를 타고 돌아보았다면 좋았을 터이지만 시간사정이 여의치 않아 소매물도 끝 자락에서
등대섬을 바라본다.
소매물도에서 바라다 본 등대섬은 정말 환상적이다.
거제도 해금강처럼 아름답다해서 해금도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등대섬에는 잔디로 덮여있고 하얀 등대가 아름답게 서있다.
여기가 바로 일명 쿠쿠다스섬이라고 불린다.(CF촬영을 여기서 했슴)
이국적인 풍경에 넋을 잃고 보는 이들이 많다.
정말 쪽빛 바다와 어울어진 하얀 등대는 아름다웠다.
문득 정작 등대섬에서는 그 아름다움을 알 수 없을 것 같다.
내가 지금 서 있는 자리에서 소매물도의 아름다움을 다 느끼고 보지 못 하듯이...
한 발짝 물러서야 보이는 아름다움. 우리 삶도 그런 것 같다.
가까이 있다고 소중함을 잊고 지내는 내 가족, 내 동료, 내 친구들...
소매물도에서 내 주변의 사람들의 소중함에 다시 한번 감사했다.
그리고 항상 가지고 다니는 노트와 펜을 꺼내 부치지도 못할 편지들을 끄적거리고
비행기를 접어 날린다.
내 모든 아픈 일, 힘든 일 다 적어 종이에 실어 쪽빛바다로 날려 보내고
카메라에 가득 담긴 사진들과 내 눈에 마음에 머리에 가슴에 담아가는 아름다운
풍경, 아름다운 생각들을 가지고 다시 집으로 향했다.
늘 여행은 나에게 커다란 힘이 되어주지만 이번 소매물도 여행은 나에게 약이 되었다.
쪽빛 바다를 보여준 소매물도와 환상적인 날씨, 인심 좋은 관광객 그리고 혼자서도
여행을 감행한 나 자신에게 너무 감사하다.
소매물도의 사계절은 다 아름답겠지만 나는 가을의 그 쪽빛 바다를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자 이제 또 다른 계획을 세워야지...
내 삶을 이끌어 주는 힘이기에 혼자라도 떠난다....
이제 또 어디를 가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