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주리에 가면 봄이 동구 밖에서 서성이고 있다.
(목청껏 봄을 부르면 바로 다가올 것만 같다)

어제부터 봄을 재촉하는 비가 내렸다. 비개인 오후 촉촉이 젖은 대지에는 금방이라도 새싹이 돋아날듯 싱그럽다. 안심산 산자락에는 안개가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용주리에 가면 봄소식을 들을 수 있을 것 같아 소호동 바닷가를 지나 용주리로 향했다. 소호동 바닷가에는 유명횟집과 아름다운 카페가 많이 있다.
용주리 잔잔한 바다에는 한가로이 어선이 떠있다. 살랑살랑 불어오는 해풍에 대나무 깃대에 매달린 태극기와 오색 깃발이 나부낀다. 재두루미 한 마리가 우두커니 갯벌에서 외발서기를 하고 있다. 그 많던 겨울철새는 다 어디로 떠나고 혼자 외로움을 삭이고 있을까.
마을 입구 대나무밭 사이로 고샅길이 나있다. 길 가장자리에는 지난밤에 내린 비 때문인지 풀잎이 새파랗다. 마을 입구에는 수령 300년 된 팽나무가 마을을 지키는 수호신인양 양팔을 벌리고 떡하니 버티고 있다.

밤새 내린 비에 흠뻑 젖은 풀잎이 싱그럽다. 대나무숲 고샅길 입구에서...

하늘과 맞닿은 꼭대기에는 까치가 둥지를 틀었다. 까치가 한참을 울어대다 푸드득 날아오른다. 진돗개가 반갑다고 꼬리를 흔든다. 후후~ 반가움 때문일까. 진도개의 야릇한 표정에 웃음이 절로 나온다.

바다에 동그랗게 떠있는 대섬이라 불리는 죽도. 부부가 다정하게 배를 타고 바지락을 캐러 간다.
120여 가구가 사는 용주리는 주민 대부분이 바다 일을 한다. 동네 뒤에 밭뙈기가 일부 있는데 시내사람들의 소유란다. 농사일을 하는 사람은 3~4명이다. 5월부터 10월까지 멸치잡이를, 11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는 낙지잡이를 한다.

어선에서 나부끼는 오색 깃발은 바다 신에게 고기가 많이 잡히게 해달라고 기원하는 의미가 담겨있다고 한다. 조용히 쉬고 있는 어선주위로 수많은 갈매기 떼가 원을 그리며 날고 있다. 용주리 마을에 멸치잡이가 시작되면 많은 돈을 주고 외지에서 사람을 데려온다고 한다.
용주리는 마을을 떠나는 젊은이가 없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어린이가 20여명이나 된다. 골목길에는 어린이들이 뛰놀고 아이들 울음소리가 들려오는 풍요롭고 살기 좋은 마을이다. 바닷가에는 할아버지 한분이 포근한 날씨 때문인지 바람을 쐬러 나왔다.

논두렁길을 걸었다. 빗물을 머금은 보리가 싱그럽다. 이파리에는 빗물이 맺혀 보석처럼 투명하다. 희뿌연 안개 속에서 금방이라고 아지랑이가 피어오를 것 같은 포근한 날씨다.

동네 초입에서 봄이 머물고 있다. 목청껏 봄을 부르면 바로 다가올 것만 같다. 논두렁을 거닐다 마른 풀잎을 젖히자 그곳에는 파릇파릇 새싹이 돋아나고 있다. 그 옆으로 두더지가 밭을 갈고 지나간다. 용주리에 가면 봄이 동구 밖에서 서성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