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그 사람의 이름이 궁금하다.
그리고, 그 사람이 무슨 일을 하는지 궁금하고,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싶어진다.
물론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한참 부족한 사람인데,
난 그 사람의 이름이 제일 이쁘고,
그 사람이 하는 일이 이 세상에서 가장 의미있는 일이라 여겨진다.
그 사람이 좋아하는 것은 내가 어느 사이엔가 좋아하고 있다.
그 사람이 듣던 음악, 그 사람이 듣던 영화,
그 사람이 좋아하던 운동선수......
마주보고 떡볶이를 먹어도 패밀리 레스토랑 스테이크 안부럽고,
쌀쌀한 가을날. 함께 비를 흠뻑맞아도,
영화속 주인공이 된 듯 기쁘다.
손 잡고 공원을 거닐때면,
이게 서울에서 제일 큰 공원이었나 싶다.
공포영화보며 껴안을 때 세상의 모든 걸 다 얻은 듯 싶고,
여행가는 기차안에서의 그 사람의 향수는 나에게 수면제와 같다.
손만 잡아도, 어깨에 기대기만 해도 가슴은 요동을 치고,
눈 빛만 마주쳐도 자연스레 웃음이 나오는......
아무리 추운 날이라도 그 사람에게 옷을 벗어주고 나면 춥지 않고,
아무리 더운 날이라도 그 사람의 손의 땀이 귀여울 지경이다.
길가의 아이들을 바라보며 손을 흔들어 주는 그 사람의 모습은
천사같다는 표현으로 부족하며,
슬픈 영화를 보며 울고 있는 그 사람은 정말 안아줄 수 밖에 없다.
얼굴만 바라보고 있어도 한시간이 일초처럼 흐르고,
하루는 그렇게 짧게 흐른다.
그렇게. 그렇게. 이렇게. 저렇게. 첫사랑은 조건이 필요없다.
왜? 라는 질문도 필요없다. 그냥 그런거다.
그냥 좋은 거고, 그냥 행복한 거다.
화려하지 않고 평범해서 애절하고,
가식적이지 않은 것이며, 솔직한 것이다.
강렬하지만, 충격적이지는 않다.
무척 떨리지만, '긴장'과는 느낌이 조금 다르다.
사람들은 항상 이런 소박한 소시민적인 첫사랑에 대해 얘기한다.
그리고 마지막엔 항상 "그땐 왜 그리 좋았는지......."
라고 끝맺는다.
첫사랑은 비교 불가능하다.
어느 조건도 없이 그냥 사랑했으니까, 그래서 비교 불가능하다.
사람들은 그렇게 첫사랑을 하며 왜 행복했는지를 망각한다.
하지만, 그렇게 소박하고, 솔직했던 첫사랑을 잊으며,
그 행복했던 기억을 잊으며, 그 사람을 잊으며.......
그리고 또 한가지.
그 첫사랑이 흩어질 무렵. 슬퍼했던 기억도 함께 잊어버린다.
그래서 비록 소시민적이었지만, 아름다웠던 첫사랑을.
그땐 입에 담기만 해도 미소가 절로 나왔던 그 사람의 이야기를.
친구들에게, 가족들에게,
또 주변사람들에게 아무렇지도 않은 기억처럼 말할 수 있게 되고,
그리고 마지막엔 다 잊은 듯한 표정으로 또 말한다.
"그땐 왜 그리 좋았는지......"
.
.
.
"그땐 왜 그 사람이 그리 좋았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