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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오락실의 아이.) 완.

성현철 |2006.08.05 14:51
조회 27 |추천 0


문틈새로 겨울의 마지막을 아쉬워 발버둥치는듯한, 바람소리 들려온 다. 2005년 2월 15일 오늘, 가계를 정리한지 3년이 지났다. 오락실을 정리해야겠다고 결정을 내리고, 맘의 준비를 하고 있던 어느 날이었다. 갈색눈에 갈색털을 가진 푸들 한마리를, 가슴에 품어안고 오 락실을 찾은 한 사내아이의 눈빛을 기억한다. 깡마른 체구에 검은모자를 눌러쓰고 나타난 한 사내녀석... 아침부터 오후가 늦도록 오락실을 떠나려 할줄을 모르고, 아이들의 노니는 모습 만 지켜보노라면, 돈한푼 없이 굶주림으로 떠도는 그런 아이임을 짐작 할수 있었다. 손님이 없을때면, 슬그머니 카운터에 앉아있는 내게 와서는 시시콜콜 말을걸기도 하면서... 물끄러미 바라보는 그 눈은, 그 누군가의 보살핌 의 사랑과는 거리가 먼듯한 오기와 살기가 서려있었다. 나이에 맞지도 않는듯한 고독조차 서리어져 있었다. 묻는말에 그 어떤 대답도 신통하게 하려들지 않았던 그 아이. " 너, 아침부터 와서 지금까지 있는거 보면, 배도 고플텐데... 라면하나 사줄까? " 고개를 끄덕이는 녀석은 먹는것 이외에도 아주많은것에 굶주린듯한, 슬픈 눈빛을 가지고 있었다. 허겁지겁 라면을 먹는모습은 정말 허기에 지쳐먹는 모습이었다. 그리고는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꺼내어 놓았다. " 저요, 몇일전까지 개 죽여서 파는 도살장에서 일하다가 도망쳤어요 월급도 안주고 밥만먹고 일만하면서, 허구한날 맞기도 죽도록 맞구요 뛰쳐나와서 한 이틀, 개두 저두 아무것도 못먹었어요. 저랑 같이온 이 개를 보려니까 도저히 더이상은 그일을 못하겠더라구요 " 부모도 없고, 집도없고, 여기저기 떠돌던 그런 아이였다. 나이는 15 살. 학교를 다닐라 치면 중학교 2학년일텐데... 언제부터 떠돌아 다녔 는지는 몰라도 학교도 안다니고, 잘먹지 못해서인지 체격도 보통 아이 들보단 무척이나 외소했다. 녀석은 오락실 문닫을 시간까지 가려하지 않았다. 그리고 청소하는 대 걸래자루를 뺏어들더니 열심히 청소도 했다. 셧터를 내리고 이제 집으 로 가야할 시간... " 넌 이제 어디루 갈꺼니...? " " 뭐,그냥 어디든 가야죠 뭐..." 이미 아이의 갈곳에 대한 고민으로 하루를 보내었고, 마지막 갈등의 시 간이 잠시 흘렀다. 모른체 보내는것이 나중을 위해 좋은것인지, 좀더 보살피면서 방안을 모색해 내야 할지에 관해서 말이다. 하지만, 생각할 것들이 너무나 많았다. 가계문제, 앞으로 계획해야할 많은것들에 관해 생각과 마음은, 갈등의 부피와 깊이는 포화상태였다. 그냥 녀석을 보내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고는 잘가란 말 한마디로 아 이를 보내고야 말았다. " 안녕히 계세요.. " 바람이 몹시도 차디찼었다. 뒤한번 돌아보지 않고 강아지를 품고 걷던 녀석의 뒷모습에, 차마... 난 녀석을 그렇게 외면할수 없었다. " 얘야 ! 바람이 차다.가지마라 " 아이는 무표정한 얼굴로 돌아서 왔지만, 애써 만족의웃음은 감추는듯 품고있던 강아지를 더욱 세게 끌어안고만 있었다. 우리는 차에 올랐고, 동생과함께 집으로 왔다. 하루 이틀... 녀석은 오락실에만 상주했고, 그 어디도 가려하지 않았 다. 부모님께서 더 걱정하시기전에, 어떻게던 아이의 문제를 해결해야 하기도 했었고, 오락실을 정리한 후의 진로와 계획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럴수록 점점,모든것에서 조바심만 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도, 배고프면 밥주고 공짜오락 시켜주고, 먹고싶단 햄버거도 사주면서 적어도 그아이에게는 더이상의 가슴아픈 기억과 상처로부터 멀리멀리... 달아나주게 해주어야 한단 생각이 의무적으로 바뀌어가고 있었음에도 답답한 마음은 숨길수가 없었다. 아이는 그런 나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문앞에 강아지를 묶어두고는 온종일 강아지를 돌보면서, 나름대로 안정을 찾아가는 듯한 미소가 더욱 부담으로만 다가오기 시작했다. 참으로 많은 생각과 고민끝에 녀석을 차에 태웠다. " 얘야 미안하다. 형이 널 돌봐줄 능력도, 시간도 더이상은 안되는구 나 ! 그리고 앞으로 형은 해야할 일이 많은 사람이란다. 미안하지만, 지금부턴 아무말 말고 형 하자는대로 하자..." 그리고는 암사동에 있는 한 파출소로 갔다. 그렇게 녀석을 인계해주 고 집으로 돌아왔다. 돌아가는 나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만 보던 녀 석의 눈빛엔 슬픔만이 가득했다. 나의 맘도 편할리 없었지만, 다른 방 법은 생각나지 않았고 애써 냉정하게 돌아설수 밖에 없었다. 몇시간이 나 지났을까? 파출소에서 전화가 왔다. " 예 여기 파출소인데요 아까 데리고온 그아이 다시데려가면 안됩니 까? 지금 뭐,울고불고~ 묻는말에 대답도 안하고 집도 없다, 부모도 없다 저희더러 어쩌란 겁니까? " 수화기 너머로, 그아이의 목소리로 들리우는, 설움에 북받히어 울며 버 둥대는 부르짖음이 들려왔다. 순간 참을수 없는 화가 치밀었다. " 지금 뭐라고 했어요... 다시 데려가라구요? 말했잖아요 부모없는 애 니까 잘좀 부탁한다구요. 지금 경찰이란 사람이 소장이나 되가지구 지금 그런말이 나와요? 지금 장난해요? 당신이 그러고도 경찰이냐구 여? 예? " 민중의 지팡이는 얼어죽을... 아이가 소란피운다고 귀찮다고 전화한거 다. 정말 정신이 썩어빠진 경찰놈들 이었다. 정말 쫒아가서 한바탕 뒤 집고 그아일 데려올까도 잠시 생각했지만, 정에 억매었다간 이도저도 안될것 같아 그냥 전화를 조용히 끊었었다. 그리고 몇일후 파출소에서 다시 전화가 왔다. 집나온 아이들을 돌봐주는 기관에 보내어졌다며, 안심하시란 말을 들 을수 있었다. 그리고는 한동안 그 아이를 잊을수 있었다. 하지만 한달여후 아이가 다시 나타났다. 강아지는 누군가의 손에 맞 기워졌던지 찾아볼수 없는 더욱 쓸쓸한 모습으로 내앞에 서있던 그아 이... 고개숙인채 나의 눈을 보려하지는 않았지만, 용케도 찾아온걸 보 니, 그리웁기도 했었나보다. 그리고는 조용히 말을했다. " 혀엉.. 그곳에 있고싶지 않았어요. 도저히 있을수가 없었어요 " 또다시 허기진 배를 채워주고는 있었지만, 더큰 근심에 휩싸이기 시작 했다. 친구들에게도 어찌해야 옳은지를 묻기도 했지만, 역시 어떻게던 보내 는것이 상책이란 말뿐이었다. 녀석은 그런줄도 모르고, 몇백원 건네 준 동전으로 열심히 오락만 하고 있었다. 그리고는 당당하게 묻기도 했다. " 저요 일 잘할수 있거든요? 저 여기서 일하면 안돼요..? 혀엉~ " 조금은 당차보이는 그녀석이 얄밉기까지 했지만, 불쌍한 맘은 어찌할 수도 또한 어떻게 어루어 주어야 할런지도 뾰족한 수가 정말 없었다. 그래,어떻게던 보내야 했었다. 가게도 정리를 해야할 무렵 이게 왠 자다 봉창이란 말이던가? 돈이라도 많아서 자식하나 키운다 생각하고 받아들인다면 몰라도... 장가도 안간 내가 이아이를 거두어서 뭘 어떻 게 해줄수 있는문제도 아니었다. 그렇게 또다시 아이를, 몇날 몇일을 집으로 데리고 올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어느날... 이런저런 문제로 신경이 무척이나 예민해져 있었다. 기계를 넘기려 알아보는데도 몇백만원씩 주고산 기계값을 부품이나 빼 쓰겠다면 단돈 오천원에 넘기라는 말에,모든물건 정리해도 남는건 몇백만원의 현금과 보증금 뿐... 완전 망한것이나 다름없었다. 부모님께 송구한 마음, 이제껏 나를 믿고 무던히도 잘 견디어주던 동생 의 진로... 그리고 더더욱 멀어져만 가는 꿈들, 아 ! 모든것이 엉망이되 고 말았다. 그러던 차에 녀석이 시야에 들어왔다. 나의 눈치를 보는가 싶더니, 카운터에서 슬쩍 동전을 집어가는게 아닌 가? 더구나, 담배도 슬쩍~ 빼 들고는 나와 눈이 마주치고 말았다. 순간 모든것을 끝내야 한단 생각이 들어버렸다. " 이리와 ! 빨리 안튀어와 ! 이자식아 " 다가오는 그아이에게 난 발길질을 하고야 말았다. 아이는 잔뜩 겁에 질린채로 저만치 뒷걸음쳐졌다. 친구는 애 잡겠다며 말렸지만, 몇차례 더 두들겨 맞은 아이는 나뒹그 러진채 고개만 숙이고 있었다. " 얘야, 언른 가라. 형 더 화내기 싫으니까... 지금 나가면 앞으론 내 앞에 오지마라. 어서가~ " 아이는 잔뜩 겁에 질려 달아나듯 뛰쳐나가버리고는... 다시는 오지 않았다. 어찌되었던 보내긴 보냈는데, 날이갈수록 가슴 한곳에서는 그아이의 염려에 가슴이 짓눌리우는 숨까쁜 한숨이 내쉬어지곤 했었다. 지금도 그 아이의 모습을 그리고 있지만, 한동안 그녀석을 기억에서 떨쳐내는동안 많은날 가슴앓이를 해야만 했었다. 잠시 기억에 잠기어 보았다. " 너 뭐하고 지냈었는데...? " " 개 도살장이요. 개잡구 밥먹구 잠자구... 개죽이고, 밥먹구... 월 급도 안주고 맨날 때리구... 그래서 뛰쳐나왔어요 " 그래서 뛰쳐나왔었단... 그 아이의 가슴에... 나또한 하나의 상처로만 남게한 그순간의 마음이란. 도살장의 그 주인과 내가 무엇이 달랐더 란 말인가? 정말 자식에게 못할짓을 한 아버지나 된냥~ 자식을 버린 부모의 마음이 이러할까? 하루하루 마음이 무거워만 갔다. 단한번 누군가에게 어리광한번, 갖고싶은것 입고싶은것 하고싶은것 말해봐야 소용없을 운명으로, 가슴을 짓누르고 마음으로 억눌린 감정 을 스스로 어루는 시간에 익숙해져버린 가련한 아이. 생일을 함께할 부모도 친구도 없이, 외로운 시절조차 돌아보아 줄 사람 없는 운명의 아이... 난 그저 녀석의 삶에 만나지 않으니만 못한 존재는 아닌지에 관 한 생각들도 괴로웠다. 그 운명, 싫다고 고집피워 보아야 아무소용없 단걸 알고있었는지, 어떻게던 할수 없는지를 알고있었던 것이었는지~ 침묵하던 그 아이의 눈빛을 잊을수가 없다. 이미 오래전에 소외되어지고 박탈되어진 권리와 소유, 꿈, 어쩜 시절 의 희망조차도... 그 아이에게는 조금의 몫이지 않을런지도 모르는것을 ~ 어디에서 무얼하고 있는지. " 얘야... 차라리 그때 네가찾아온 오락실의 그 아저씨가 돈도 많고, 나 이도 지긋하셔서 너하나 거두어 지내게 하기에 넉넉한, 마음이 너그 러운 아저씨 였더라면 그렇게 마음 아프지 않아도 되었으련만.... 왜 내게 온거였니? 너 어디서 뭐 하고 있는거니? 형아가 너 맘 아프 게 보내서, 정말 미안하구나 ! 그런 슬픈 운명을 가지고 태어나서 내 인생에 들어왔던거니... 이자식아 왜 형 울게하냐 이 나쁜놈아. 어디 가서 매나 안맞고 지내는지, 밥은 잘 먹고있는지. 이놈아, 형이 미안 하구나 ! 나중에 꼭 돈 많이 벌면, 그때다시 찾아와 줄수 있겠니? 그렇 게 보낼수 밖에 없었던 형의 마음 조금이라도 이해해 주면 안되겠 니? 아가야~ 불쌍한 아가야. 형의 이슬픈 눈물로 네게 용서 받을수 없는 거겠지? 정말 미안하구나, 형아가 잘못했다. 지금의 후회가 분 명 아무것도 네게 도움이지 못하는, 지금이 이순간조차도 네게 미안 할 따름이지만,부디 밥굶지 말고, 좋은사람 곁에서... 행복하거라... 울지말고, 형처럼 이렇게 후회하면서 아프게 울지말고 씩씩하게 행복하게 잘 살아라. 불쌍한 아가야 상처만 준 형을 부디 용 서해다오 " 뜨거운 눈물에도 아이는 더이상 말이 없었다. 들리지 않는 어딘가에, 들을수 없는 또한번 닫혀진 마음으로 멀리... 아주멀리 가버렸을거다. 햇살을향해 피우지못한 멍울진, 영혼이여 ! 포기하지 말고 정녕 행복하기를. 2005.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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