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어벡 감독에게 보내는 편지 ①[2006년 08월 03일 11시 33분]핌 베어벡 감독!
국가대표팀 감독이 된 것을 축하합니다.
지금 상황은 당신이 한국과 맺은 지난 두 번의 관계와는 매우 다르지요. 지금은 월드컵을 준비하는 상황이 아니라 팀을 밑바닥에서부터 재건해야 하는 입장이니까요.
대표팀에 안정감이 필요한 때이고 감독 입장에서는 긴 안목으로 계획을 짜야 하는 순간입니다.
앞으로 2년, 혹은 그 이상 당신은 할 일이 참 많습니다. 핌 감독이 바쁜 것은 잘 알지만 이 편지를 꼭 읽어줬으면 해요.
1. 주전 수비수 결정은 충분한 실험 뒤에
독일에서 대표팀의 수비 라인업은 매 경기 바뀌었죠. 내 생각엔 당신도 지난 3~4년간 너무 많은 변화가 있었다는데 동의할 것 같아요. 이건 팀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는데 도움이 안되는 부분이죠.
물론, 새로운 선수들을 물색하고 실험해보는 것도 좋겠지만 수비는 팀에서 가장 먼저 결정되어야 할 포지션이죠. 아시안컵 예선은 분명 서로 다른 조합을 시험해볼 수 있는 쉬운 관문이 될테지만 내년 여름에 있을 아시안컵 본선에서는 주전 수비수들을 확정지을 수 있기를 바래요. 스리백을 쓸 지 포백을 쓸 지도 마찬가지구요. (내 기억이 맞다면, 핌 감독은 내게 포백 수비를 선호한다고 얘기했었죠.)
세계 최고의 팀들의 경우 누가 주전 수비수인지 알아맞추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예요. 자주 바뀌지 않으니까. 붙박이 수비수들의 존재는 좋은 팀들의 근간이죠.
2. 골잡이를 물색하거나 아니면 이미 알려진 공격수들을 길들이세요.
아시다시피 말은 행동보다 쉽습니다. 사람들은 골 감각은 타고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가르칠 수 없는 것이라고요. 사실일런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적어도 향상시킬수는 있지 않을까요. 공격수들은 공간을 어떻게 활용하고 볼을 어떻게 공략할 지 배울 필요가 있습니다.
TV로 프리미어리그 경기를 보셨다면 영국의 유명한 해설자인 앤디 그레이를 잘 아실겁니다. 골이 터지고 나면 그레이는 종종 이렇게 말하곤 하죠. “이게 바로 좋은 공격수들이 하는 방식의 공격이죠 – 도박 말입니다” 좋은 공격수들은 크로스나 패스가 어디로 떨어질 지 예측하려고 합니다. 이건 특히 페널티 박스 안에서 중요하죠.
한국 공격수들은 경기장에서의 무브먼트(움직임)을 향상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골 에어리어 부근에서 말이죠.
한국에 톱클래스 공격수가 없다는 건 비밀이 아니죠 – 다른 아시아 국가들도 마찬가지이긴 합니다만. 쉽게 바뀌지는 않겠지만 그때까지 당신은 가능한 최고의 재능을 관리해야 합니다.
3. 주장을 바꾸는 건 어떨까요.
당신도 그런 류의 사람인지는 모르겠지만 많은 감독들은 경기 내내 페널티 박스 안에만 머무는 골키퍼에게 주장 완장을 채워줘서는 안된다고 믿고 있더군요.
골키퍼가 동료 선수들을 독려하고 다독거리거나 심판이나 감독과 이야기하는 건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골키퍼는 항상 경기장의 한쪽 끝에 있거든요.
최근 들어 몇몇 감독들은 주장의 임무가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한국 팀에는 필드의 리더가 필요합니다. 커뮤니케이션은 한국 축구 문화에서는 그리 두드러지지 않는 부분이죠. 그리고 이건 한국 대표팀 주장이 골키퍼가 아니라 다른 포지션에서 뛰면서 동료들에게 끊임없이 뭔가 얘기할 수 있는 선수여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죠. (골키퍼는 항상 떠들어줘야 합니다.)
만일 현재까지의 보도가 믿을만한 것이라면 당신은 다음 주장으로 김남일을 임명할 것 같더군요. 좋은 선택이 될 거라 믿습니다.
4. 이운재에게 경쟁구도를 만들어 주세요.
몸 상태가 좋지 않을거란 우려에도 불구하고 이운재는 월드컵에서 괜찮을 활약을 보여줬죠. 월드컵에서 내준 골 중에서 이운재가 막아낼만한 골은 없었거든요. 프랑스전에서의 활약은 말할 것도 없구요.
이운재는 2007년 아시안컵에서도 좋은 활약을 해줄겁니다. 하지만 그는 이미 저만큼이나 나이가 많아요. 다음 월드컵이면 37살이 됩니다. 2010년 남아공 대회에서도 이운재가 주전 GK로 나서는 건 충분히 가능한 일이긴 해요. 만일 이운재가 계속 뛰고 싶어한다면 꾸준히 노력해야할 거예요.
과거에는 이운재가 그럴 필요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더 어린 골키퍼들에게 활약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할 때입니다. 과거에는 마치 이운재가 대표팀 주전 자리를 항상 보장받는 것처럼 보였죠. 이운재가 좀 더 젊었을 때는 이게 괜찮은 선택이었을 지도 모르지만 이제는 그 역시 경쟁을 해야 합니다. 그에게나 팀에게나 모두 좋은 일이 될거예요.
5. 젊은 선수들을 믿으시길.
아시안컵을 대비해 당신이 뽑은 라인업은 참 좋더군요. 보는 사람들을 흥분시키는 멤버였고 다른 외국 감독이었다면 선택할 수 업는 멤버였다고 봅니다.
모든 팀들은 경험이 필요하지만 내 생각엔 당신이 더 많은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는 게 옳다고 봐요. 비록 젊은 선수들 몇몇은 아직 준비가 덜 되어 있을지도 모르지만 대표팀 합류는 그들에게 분명 좋은 경험이 될 테니까요. 다른 선수들과 코칭 스태프로부터 새로운 것을 배우고 자신 안에서 혼합시킬 수 있을겁니다. 당신에게도 이 선수들을 좀 더 잘 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