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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연못

고을레라 |2006.08.07 22:38
조회 45 |추천 0


 



내 마음의 연못


고성기


나에겐 조그마한 연못이 있다.
3년 전에 연꽃도 심고 고기 몇 마리 노는 것도 보고 싶어 나로서는 큰 공사를 한 셈이다. 굴착기로 땅을 파고 멋진 돌들을 모아다 벽을 쌓고, 분수와 작은 폭포(?)도 만들었다.

공사를 맡은 친구가 조명까지 해야 한다고 부추겨 공사를 하다 보니 나에겐 부담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나 연꽃은 보고 싶고 비단잉어의 느린 유영을 보고 싶어 친구에게 고개만 끄덕끄덕하고 말았다.

누수가 되지 않도록 시멘트 공사를 마치고 시멘트 독이 나오지 않도록 페인트까지 바른 후 물을 채우는 날 그 벅찬 기쁨을 잊을 수가 없다.


 

물을 채우고 나니 맨 먼저 소금장이가 왔다. 물이 있는 곳에는 생명이 있나 보다.

부레옥잠을 얻어다 놓고 수련을 큰 화분에 심고 연못 속에 넣고 나니 제법 모양이 갖춰졌다.

일 년이 지나자 수련을 얻어 오며 따라온 부들, 가래, 붕어마름, 올챙이솔 들이 절로 자랐다.

식물도감을 찾으며 이름을 기억하는 기쁨도 컸다. 비단 잉어 스무 마리를 사다 놓으니 잠자리가 날아 왔다.

연못이 살아 움직였다. 붕어새끼와 피라미, 미꾸라지도 구해다 놓았다.

나의 농장은 수초와 물고기가 어울려 사는 작은 낙원이었다.


 

어느 날 흰 두루미가 날아와 빨간 비단잉어를 물고 가는 것이 아닌가. 살아있는 곳에는 싸움이 있었다.

두꺼비가 모여들고 두꺼비를 잡으러 뱀도 왔다. 재두루미도 날아와 잉어를 찾았으나 그들도 살아남는 법을 배우고 있었다.

바위틈에 몸을 숨기고 위기를 넘기는 것이 아닌가. 잉어 먹이를 주면 자라새끼 두 마리도 나와 사이좋게 나눠 먹는다.

아, 오늘 아침엔 빨간 잉어새끼들이 태어나 헤엄치는 것이 아닌가.

 

그렇게 사는 것이었다.

 


연못가에 앉아 새 생명의 경이로움에 넋을 잃다가 또 하나의 연못을 파는 나를 떠올렸다.

가슴이 아프더라도 좀 참는 거야. 가슴 깊게 못을 파고 맑은 물을 채우는 거야.

부레옥잠을 띄우고 아리연꽃을 심으면 가래, 부들은 절로 자랄 거야.

그리고 난 다음 배고픈 잉어, 추운 붕어, 약은 피라미, 쫒기는 미꾸라지도 다 살게 하는 거야.

그러고 나면 흰두루미, 재두루미가 온들 내가 왜 마다 할까.

 

 

아, 이 연못 언제 준공하지?




제주일보 '해연풍' 2006. 7.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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