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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육 한마당

윤현철 |2006.08.08 11:56
조회 67 |추천 1

지난주에는 대학교 다닐때의 친구들과

매우 오랫만에 만났습니다.

일 때문에 몸이 자유롭지 못하고

전국으로 와이드하게 흩어진 상태에서

근 2년간을 계획만 세워오다가

이제서야 어렵게 만났는데.

어떻게 맛있는걸 해먹어 볼려고 생각해 본 결과.

뭐랄까 남자들끼리 비싸고 맛있는거라면 역시 고기입니다.

그것도 아주 비싼축에 끼는 수육!

그게 정답이죠.

일단 정육점에서 사온 통 삼겹살을 물에 담궈서 핏물을 빼 놓습니다.

삼겹살 샤브샤브를 해먹을 것이 아니라면

반드시 썰지 않은 통삼겹살을 사와야 합니다.

그리고

기름이 많은걸 원치 않으면서도 맛있는 수육을 원한다면

아롱사태를 쓰면 되는데

가격이 비싸므로 패스합니다.

하지만 제가 생각하기에 수육의 포인트는 부드러운 비계가 아닐까 합니다..

물론 그로 인해 내 몸에도 그 포인트가 생길수 있으나.

맛있는건 먹어야지요.

커다란 냄비에 국물을 우릴 재료

양파,무,버섯,파,고추,가쓰오국수장국,쇠고기다시다,마늘,된장한스푼,소주 두잔, 등등

국물이 우러나올듯해 보이는것들은 다 집어넣고,

팔팔끓입니다.

물이 완전히 끓으면 아까 마련해둔 통삼겹살을 대범하게 집어 넣고

30분간 푹 끓여줍니다.

아직은 날씨가 쌀쌀한데도

집안에 핀란드식 삼겹살 증기 사우나가 연출됩니다.

여름에 시도하면 진정한 근성을 느낄 수 있습니다.

꼬챙이 같은걸 찔러봤을때 쑥 들어가고.

핏물같은게 묻어나지 않으면 다 익은겁니다.

업소 간지로 면장갑위에 비닐 장갑을 끼고

동물의 뼈도 끊는 빵칼로 잘 썰어줍니다.

빵칼이 없다면 그냥 칼로 잘 썰어도 됩니다.

그러나 갈팡질팡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두꺼운게 좋으면 두껍게

얇은게 좋으면 얇게

귀찮으면 대충.

요렇게 쌈장과, 상추, 깻잎을 준비하고

김치와 수육을 세팅합니다.

수육에는 겉절이 김치나, 보쌈김치가 어울리지만

그런건 귀찮으므로 그냥 슈퍼에서 사온 맛김치를 곁들입니다.

횽들아 수육에다가 맛김치면 이상한가요?

아니 이게아니고..

여튼 썰필요도 없이 간편한데다

맛도 보쌈김치랑 대충은 비슷하므로,

이때는 김치보다는 마인드 컨트롤이

중요합니다.

남자 3명이서 달라붙어서 먹어야 하므로

모양이고 뭐고 상관없습니다.

양만 많으면 장땡이죠.

거의 1.5kg 를 삶았는데 고기값은 끽해야 만 이천원 입니다.

보쌈집 가면 6만원 내고

다음주 삼시세끼 컵라면 시츄에이션입니다만

부담없이 쌈싸먹고 또 싸먹어도 줄어들지 않는 간지.

입에서 그냥 살살 녹습니다.

고기가 달콤하다고나 할까요.

고기를 먹는데 후루룹짭짭하는 소리가 납니다.

왜?

달아서...

여튼 수육과 함께 열심히 보쌈을 싸먹으며

개념을 쌈싸먹었던 옛날 이야기도하고

초저녁부터 즐거운 한판을 벌립니다.

뭐 대충 갖다붙이는 말이지만

친구가 따로 어디 있는게 아니고 이런게 친구입니다.

그래서 여기서 끝내기는 좀 아쉬우니, 삼겹살을 살때

공짜로 얻어온 돼지 다리뼈를 핏물을 빼서

수육을 건져낸 국물에 담금니다.

돼지 다리뼈는 정육점에서 아침에 장만하고 있을때 가서 달라고 하면

그냥 잘라서 공짜로 줍니다. 근데 아무것도 안사면서 달라고 했다가

돼지 사골로 맞아도 책임은 안집니다.

그리고 연골의 엑기스가 우러나올때까지 5~8시간정도를 끓여주고

안의 재료들을 모두 건져냅니다.

그러면 이런 진한 국물이 나오게 됩니다,

보기만 해도 느끼해서 온몸이 뒤틀릴거 같습니다.

이정도 기름이면 부시가 전쟁을 일으킬지도 모릅니다...

지금은 행적이 묘연한 리마리오가, 행적이 묘연해진 이유일 수도 있습니다.

어쨋건간 근성으로 요리조리 잘 건져내 줍니다.

항간에는 여기다가 얼음을 봉다리에 넣어서 휘휘 저으면 기름이 붙어나온다는데

잘도 붙어나옵니다 ^^....

느끼함을 조금 완화시키기 위해 적당량의 물에

양배추와 국수장국을 넣어서 국물 베이스를 만든후.

3배정도의 기름탕육수를 부어줍니다.

다시다, 소금, 후추로 알맞게 간을 해서

국물을 맛있게 만듭니다.

그리고 아까 먹다 지쳐 남은 수육을 팬에 올리고,

간장을 한큰술 넣은다음

잘 조려내 줍니다.

그리고 소면보다 약간 두꺼운 중면을 삶아서 사리를 만들고.

국물과 면, 고명과 삶은계란, 잘게썬 쪽파, 김을 더하면

하카타의 돈코츠 라면이 됩니다. (모양만)

면은 왠지 생면같은걸 써야 할거 같으나 그런건 구하기 어렵고 귀찮으므로

대충 비슷한걸로 때웠습니다.

깊게 우러나온 돼지사골국물의 적절한 구수함과 느끼함이 어우려져

환상적으로 깊은 국물맛을 이루어 냅니다.

제가 돈코츠 라면을 처음 맛본곳이 홍대의 하카타 분코라는 라면집인데

거기의 맛과도 견줄수 있을듯 없을듯 갈팡질팡 삐까삐까츄 합니다.

명색이 라면이지만 면이 잔치국수니

돈코츠파티누들스라는 이름을 붙여봅니다.

근데 일본인들은 섞지않은 육수 그대로에 라면을 말아 먹는다는데..

덜..

덜덜..

여튼 아직 육수 많이 남았거등요.

아까 만들었던 국물에 "국물 베이스"(물+국수장국)의 양을 2배 이상 늘려서

느끼함을 대폭 감소시킨뒤.

된장을 한숟가락 퍼넣어서 국물을 만들고.

사리면을 따로 삶아서 건져내고

깔끔하게 장만한 콩나물을 살짝 데쳐낸뒤에.

아까와 같이 조립해주면.

된장미소라면!

맛도 뭐 거의 비슷합니다.

마인드 컨트롤의 영향이 클수도 있겠지만

어쨋건간에 맛있습니다. 맛있구요.

미소라면이 별겁니까? 미소 된장 안들어가도 먹고나서,

맛있어가지고 좋다고 씩~ 쪼개면 미소라면이지요

 

 

출처 ; http://gumzi.net/    [근성 식도락가 정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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