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의 1 정도를 읽고 나자 이제껏 한 두권 봤을까 싶은 그런 '순정만화'의 느낌이 강하게 떠올랐는데 소설을 다 읽고 작가 후기, 무라카미 류가 쓴 작품 해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와 있는 역자 후기의 첫 단락이 '순정만화'같다는 것이었다. 참 재밌게도 이건 한국인이 일본 현대 작가들의 글을 바라보는 보편적인 시각 쯤인가 보다.
뭔가 느낌을 쓰고 싶은데 하고 싶은 말이 많았는데 일주일 전에 읽은 게 벌써 까마득하다.
일본 사회나 일본인들의 의식을 내가 느끼고 있는 바에 의하면 그들이 이 소설에 왜 그렇게 열광하는지 알 것도 같았다. 그 여파가 우리 나라에까지 미치는 것 또한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인지도 모른다. 시대적 또는 어떤 규칙적인 틀에서 벗어나 아무 생각 없이 읽어도 되는 때론 일본 젊은이들의 감성을 자극할 만한 것들로 새로운 인식을 던져다 준 면에서 볼 때 무라카미 하루키나 요시모토 바나나가 그 선구자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이며 류나 나나미, 가오리 소설 등이 그 뒤를 잇고 있는 것 같다.
N.P는 금기시 되거나 편협적인 소재 위주로 대담하게 써내려갔다.(적어도 국내에서는 동성애, 근친상간, 자살 등을 한꺼번에 다룬 소설을 본 적이 없으니까) 작가의 그 거침 없는 글 뒤에는 그렇게 쓴 문장에 대한 이해를 친절하게도 함께 시켜주고 있다는 점이 이 소설에서 가장 흥미로웠다. 또한 결말이 위태위태하고 불안하기만 하던 내용과는 다르다는 점도 점점 읽는 속도를 가미시켰다.
아주 오래 전 21살 때인가 나이가 많이 어렸던 남자가 쓴 프랑스 소설(제목 밝히고 싶지 않음)을 읽은 적이 있는데 중후반을 읽을 때까지만 해도 너무나 사실적인 성적 표현에 가히 충격 속에서 헤어나오지 못 하면서도 책값이 아까워 계속 읽은 적이 있었다.(물론 지금 생각해 보면 홍상수 영화보다도 못 하다) 그런데 마지막 부분에서는 '아.. 작가가 쓴 작품이구나'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N.P 또한 그런 비슷한 감정이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