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건축... 그 오래된 아름다움을 찾아서
이 땅에 살았던 목수들의 숨결을 담은 한국전통 건축 사진전이 갤러리 [사진쟁이1019]에서 열리고 있다. 건축가이자 사진작가 김석환의 ‘한국전통건축 사진전’이 2006년 7월31일 부터 8월13일까지 서울 공평동 갤러리 [사진쟁이 1019]에서 열리고 있다.
김석환은 사실 사진작가라기 보다는 건축가이다(사진: 자신이 만든 건축물을 배경으로 찍은 작가의 모습). 전원에 어울리는 주택을 많이 지어 온 건축가가 건축작업의 기초자료를 수집하기 위해 전국을 다니며 사진을 찍다보니 또 다른 전문분야가 된 경우라 하겠다. 한국 전통건축의 아름다움에 매혹되면서 1996년부터 사진작업을 시작했으며, 지금까지 찍은 슬라이드가 10만여 장에 이르는데, 이번에 그중 20여 점을 골라 선보이게 된 것이라고 한다.
건축가겸 사진작가로서 그가 우리 전통 건축물을 기록으로 남긴 작품에는 한국의 자연과 균형을 이루고 우주의 근원적 질서에 부응하는 한국적 ‘건축의 힘’을 느낄 수 있다. 전통 건축의 양식을 감상하는 즐거움과 함께 후덕하고 덤덤한 건축물이 풍기는 편안한 기운도 받을 수 있다.
가령 경북 안동시 병산서원은 언뜻 보기에 화려한 건축물은 아니다. 그러나 주변을 흐르는 낙동강과 노송에 둘러싸여 은근한 운치를 풍긴다. 사진 속 목재의 결에서 세월의 더께가 헤아려지거니와 특히 2층 누각건물인 만대루에서는 불던 바람마저 잠시 머물러 쉬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고요함이 느껴진다. 사방이 트여 금방이라도 바람이 불어올 듯한 누각, 마당에 소복이 쌓인 눈이 운치를 더하는 한옥. 고즈넉한 우리의 집들이 카메라 앵글에 잡혔다.
병산서원외에 한국 전통건축 중 가장 오래되고 아름다운 구조물로 여겨져 온 부석사 무량수전도 눈길을 끈다. 태백산과 소백산의 사이에 위치해 자연 풍광이 워낙 빼어난 덕에 천왕문과 안양루, 범종루 등 부석사를 찍은 사진 한 장 한 장마다 자연의 아름다움이 담겨 있다. 전남 담양군의 소쇄원과 순천시의 선암사, 서울의 창덕궁 등 잘 알려진 명소를 숲과 나무와 더불어 재발견하는 기쁨 역시 크다. 이 밖에 종묘, 독락당, 영선암, 해인사 등 그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전국 곳곳의 우리 건축물이 사진에 담겼다.
이 땅에서 살아가는 건축가로서 전통 건축에 담긴 건축의 의미를 나름대로 정리하려고 사진을 찍는다. 지난 시대 건축에 담긴 힘과 가치를 통해 생각과 안목에 균형을 갖추고자 함이다. 건축을 좀 더 폭넓게 이해한 상태에서 건축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마음이다. 나의 관심은 학문적 시각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좋은 건축, 좋은 느낌에 관한 것이다.
올봄 우리 건축의 매력을 사진과 글로 기록한 ‘한국 전통건축의 좋은 느낌’이라는 책을 펴내기도 한 그는 자연과 조화롭게 어울리는 게 우리 건축물의 큰 특징이며 고건축의 정신이 현대 건축물에도 깃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전시장에 나온 흑백사진에는 그런 믿음이 담겨 있다. 사진 속 건축물들은 어느 것 하나 빼놓지 않고 산과 강 가까이, 흙과 나무 사이에 자리하고 있다. (02-723-19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