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의 신작과 함께 가장 기대를 했던 봉준호의 신작이 드디어
그 모습을 나타냈다.
개봉한지 한 이주정도 지난 것 같은데 벌써 천만이란다.
개봉날 보고 몇 일 후 어머니를 위해 한 번 더 봤다.
그러나 극장에서 두 번 이상 본 영화 중에서는 가장 좋지 않았다.
사실 극장에서 두 번 볼 생각이 전혀 없었던 작품이라서...
각설하고... 영화는 좋다.
봉준호에다가 송강호, 변희봉, 박해일, 배두나,
110억의 예산, 반지의 제왕어쩌구한 유명한 CG팀...
어쩌면 잘나온게 당연할 수도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여지껏
내가 본 봉준호의 필모중 최악의 영화였다. 계속 모순된 말을
하는 이유는 그만큼 기대감이 컸고, 영화는 기대를 충족시켜주지
못했다는 얘기다.
한강에 흘러들어간 독극물때문에 돌연변이 괴물이 나타났고,
여러사람이 죽었는데 한 소시민 가족이 딸을 찾기 위해 나선다는
이야기는 겉모습만 봤을 때는 헐리우드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봉준호는 이런 뻔한 장르적 특성에 한국적 감성을 맛깔나게
덧칠했다. 반미감정이 드러나는 씬들은 상당히 계산적으로
배치되어서 한국인의 고유의 감성을 후벼판다.
예를 들어, 변희봉의 죽음 바로 다음 씬에 괴물과 싸운 미군이
장렬하게(좆도!!) 전사했다는 엄숙한 뉴스가 나온다. 따로 따로
나와도 상관없는 씬을 충돌시킴으로써 에이젠슈타인의 지적
몽타쥬의 기본정신을 충실히 따른다. 이는 살인의 추억에서도
많이 볼 수 있는 기법이었다.
아무튼 봉감독은 늘 그랬듯이 상당히 계산적이고 영리하게 씬과
쇼트를 배열함으로써 관객의 감성을 자극하는데 성공하고 있다.
이 말은 시나리오도 시나리오지만 플롯이나 씬과 쇼트의 배치등이
좋다는 말이다.
기대를 모았던 CG는 나름대로 신선했지만 아쉬움도 컸다.
초반 오프닝 시퀀스의 괴물 등장씬은 아주 강렬한 인상을 심어줬다.
그만큼 CG, 특히 괴물의 움직임이 좋았다. 히치콕의 주장을
재현이라도 하는 듯한 자신감 넘치는 데이씬이라는 것도 오프닝
시퀀스를 빛나게 해주는 듯 싶었다.
하지만 뒤로 가면 갈수록 괴물이 성의가 없다.
그중 단연압권은 마지막에 근접쇼트로 잡은 괴물이다.
후레쉬맨이 생각나는 것은 나뿐인가? 그리고 중간중간 괴물의
크기가 심하게 바뀐다. 주변 기둥이나 사람, 차 등과 비교해보면
알 수있다. 이는 처음봤을 때 대충 짐작했고 두 번째 봤을 때
확실하게 알았다. 봉준호 답지 않은 실수이다.
그리고 괴물의 질감도 어색한 느낌이 든다. 배경과 따로노는
느낌이 조금 들었다.
괴물과 배경이 직접적으로 접촉할 때, 그러니까 괴물이 컨테이너를
민다던지 할 때 컨테이너와 괴물의 접촉부분, 괴물이 땅에 있을때
지면과 맞닿아 있는 부분등의 세심한 처리가 아쉽게 느껴졌다.
그러나 분명 한국영화사에서 아주 좋은 텍스트가 될 수 있는
CG를 보여줬다는 것은 분명하다. 비록 외국기술이다, 한국사람이
참여한 것이다 말은 많지만 단순히 한국영화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말이다.
배우들의 연기는 뭐 따로 거론하지 않아도 될 듯 싶다. 특히 송강호
와 변희봉의 메소드 연기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아쉬운 것은 배두나의 배역이다. 솔직히 있으나 마나 한 배역이
되어버렸다. 정체성이 없다는 말이다. 초반오프닝에서 그녀의
느린 성격을 비중있게 다룬 이유를 찾을 수가 없다. 솔직히
많이 황당했다. 동메달을 따는 그녀의 캐릭터 설정으로 미루어
막판에 그녀의 느린 성격으로 인한 큰 위기나 혹은 이를 극복하는
해결 등이 올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봉준호의 뻔한 연출을
비웃기도 했다. 하지만... 하지만... 영화가 끝나고 돌아보면
별의미없는 캐릭터 설정이었을 뿐이다. 중간에 송강호와 통화
하다가 괴물의 습격을 받는 씬이 있기는 하지만 불충분하다.
이 영화에서 가장 의아한 부분이다.
전체적으로 옥의 티도 많이 보이고 부분부분 세심한 면이 떨어진다.
세심한 면이 떨어진다는 것은 과거의 봉테일의 수준이 아니라는 뜻
이다. 그렇다고해서 전혀 봉준호의 디테일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초반, 딸의 가방을 들어주는 송강호의 모습은 유년시절 필자의
모친을 연상시켜 코끝이 찡해졌다. 봉준호의 디테일은 잘 살아났을
때 이런 장점이 있다. 관객으로 하여금 개별적인 경험을 통한
보편적 감성을 자극 할 수 있다는 것. 변희봉의 마지막 씬도
봉준호적인 감성이 돋보이는 장면이다. 개인적으로 엔딩과 함께
가장 인상에 남는 씬이었다. 눈물 한 방울~
마지막 씬은 봉준호의 영리함이 돋보인다. 괴물 등장 이후 송강호의
바뀐 모습과 혈연주의에 대한 새로운 개념을 우리에게 선사한다.
인터뷰에서는 미지근하게 정치적 메시지가 있다 정도라고만 말한
봉준호는 사실 아주 강력한 반미주의를 내포하고 있다.
괴물 도입부에 나오는 미 8군기지와 2000년 2월9일이라는 날짜는
실제의 그 날과 정확히 일치한다. 상당히 봉준호스러운 부분이다.
이는 한국사회의 밑바닥을 흐르는 전체주의적이고 억압적인
힘에 대한 증오로 발전한다. (아니 정확히는 발전시킨다.)
한국이 이를 해결할 능력이 없다고 판단한 미국과 WHO... 이부분
에서는 정말 짜증이 확 밀려왔다. 마치 진짜 뉴스를 보는 듯.
아무튼 살인의 추억때부터 보였던 이러한 성향을 괴물에서는
아이러니를 더해서 표현하고 있다.
그 밖에 관료주의에 대한 아이러니나 냉소적 유머는 흥미로웠지만
딱히 크리에이티브해 보이지는 않았다.
영화 외적으로 괴물의 극장점유율에 대한 문제가 상당한 논란거리
가 되고 있다. 괴물이 좋은 영화임에는 틀림없지만 그것과 스크린
의 독점문제는 별개다. 스크린쿼터의 단축으로 인해 한국영화의
다양성이 위협받고 있다라고 외치는 지금 그보다 더한 다양성의
파괴가 이루어지고 있다. 김기덕 감독의 사태와 겹쳐서 네티즌들
사이에 많은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하지만 잘못된 것은 잘못된 것이다. 뭔가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지
않는다면 헐리우드 영화이전에 거대 상업영화에 한국영화가
잠식될 것이고 그렇다면 헐리우드 영화에 먹히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한국영화가 천만을 넘기는 수가 점점 늘면서
예전과 같은 작은 영화들이 많이 나오지 않아서 상당히 아쉽다.
봉준호의 플란다스의 개와 지리멸렬이 그립다.
제발 봉감독이 강제규나 강우석 감독의 노선을 걷지 않기를 바란다.
참고로 이 글의 제목은 극중 대사가 봉준호의 심정을 표현하는 듯
싶어서 지어봤다. CG는 호흡이 맞는 전문가들이 완전 맡아서 하고
봉감독은 좀 더 디테일한 부분에 신경을 썼으면 더 좋은 영화가
나오지 않았을까? 봉감독에게는 50억이라는 총알이 충분하지
않았고 더 나아가 한국영화의 CG인프라의 발전이 시급하다는
말이 될 수도 있다.
쓰다보니 완전 길어졌다.
그래서 안쓰려고 했나보다.
(사실 살추의 봉준호는 정말 정 떨어질 정도로 영화를 잘 만든다는
생각이 들게했다. 사람이 좀 빈틈이 있어야 인간답지 않은가?
그래서 난 장준환이 더 좋았다. 이제 봉준호도 좀 좋아지려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