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어린 모습으로 내 기억에 남은 친구야

최진화 |2006.08.20 12:02
조회 33 |추천 0

눈물을 억지로 삼키면 짜지 않고

 

'쓰다'

 

 

 

 

 

 

 내 오랜 친구여.

 

자네를 생각하며 이 이야기를 되새김질 하기란

 

자네를 떠나보낸 내게 얼마나 괴로운 상상인가.

 

자넨 아는가?

 

 

 

 

 

 

 

 

 

 

 

 

 

 

 

 

 

1985년. 아니면 그 근처의 과거.

 

내가 그렇게 아주 어렸을 적.

 

자네와 내가 살던 우리 동네앞엔 뚝방길이 있었지.

 

가을이면 파란 하늘을 가득 덮는 잠자리떼가 날아다니던...

 

빨간색 독수리 오형제 자전거를 타고 독수리 그림이 그려진

 

그 고물 자전거의 앞 창에 바램개비를 달고

 

또래 친구 녀석인

 

너와 페달을 밟을 때마다 눈앞으로 달려드는

 

잠자리 떼를 피해

 

그 뚝방길을 함께 달리던 아련한 기억.

 

툭하면 그 망할놈의 고물 자전거의 체인이 빠져서

 

너와 난 둘이 끙끙대며 체인을 끼워놓고 다시 달리던...

 

자전거의 페달을 밟을 때마다 바퀴 밑에서 피어오르는

 

뽀얀 먼지.

 

2004년의 찌든 매연과는 틀리게 달콤하게만 느껴지던

 

그 1985년의 먼지오른 뚝방길.

 

검 붉은 해가 앞 산 뒤로 뉘엿뉘엿 저물어갈때

 

노을을 바라보며,

 

땅거미가 지는 자네와 나의 발 아래의 흙을 보며,

 

저녁이 되자 자그마한 돌맹이의 그림자가

 

내 키만큼 길어져가는 것을 보며,

 

하늘위의 잠자리들이 조금씩 어디론가 가버려 그제서야

 

하늘이 보이기 시작할때......

 

 

 

 

 

 

 

 

하느님이 실수를 하시기 시작한걸까.

 

천둥이 치고, 거센 바람이 불어왔다.

 

예고없는 세상의 종말처럼 온 천지의 나무가 흔들리듯

 

비바람의 폭풍은 어른들에게 들었던

 

6.25 전쟁의 폭풍보다 더 격렬했지.

 

가을하늘의 평화롭던 잠자리떼는 온데 간데 없고,

 

그 모습은 순식간에 벌어진 생 지옥의 종말 이였다.

 

얕은 개천을 건너 집으로가는 반대편의 지름길을 택한,

 

무섭다며 건너지 말자는 나를 뒤로하고

 

이미 개천의 중간쯤에 다다른 너란 녀석.

 

난 어려서 몰랐단다.

 

좁은 물길에 폭우가 범람하면

 

세상에서 가장 큰 파도가 되어 모든것이 휩쓸린다는 것을.

 

눈 깜짝할 사이에 앞에 있던 네 녀석이 사라지고 없었다.

 

 

 

 

 

 

 

 

 

며칠이 지나 뉴스에서 네 녀석의 소식을 들었다.

 

 

 

 

 

네 녀석이 무사히 돌아왔나 궁금해 자전거를 타고

 

너의 집에 갔었다.

 

너의 집 대문앞엔 호박색 기다란 등이 걸려 있었지.

 

그 등이 죽은 자에게 작별을 고하는,

 

저승으로 여행을 떠날때 밝히는 등이라는 것을

 

난 조금 더 커서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조금 더 커서는

 

죄책감을 깨닫게 되었다.

 

같이 따라가던가,

 

못가게 말리지 못한 죄책감.

 

친구의 죽음이 두려웠던 나머지

 

관을 붙들고 울며불며 통곡하는 네 녀석의 부모님에게

 

그 자리에 나도 함께였다고 말하지 못했다.

 

너무나 단순한 이유때문에.

 

'혼날까봐....' 

 

난 아직도 죄인이다.

 

미안하다는 사죄도 단 한번 없었다.

 

녀석.

 

얼마나 무서웠을까.

 

그 악마처럼 몰아치는 물에 휩쓸려

 

숨이 막혀 익사하는 고통.

 

얼마나 무섭고 무서웠을까.

 

그 어린 나이게 겪었던 그 죽음의 숨막힘이

 

얼마나 처절히도 무서웠을까......

 

 

 

 

어린아이의 정의가 이기는 세상은 

 

그때부터 이미 없던 것 같다.

 

 

 

 

 

 

 

 

 

 

 

연탄공장이 그 가운데에 자리잡아

 

그 뚝방길의 개천물은 언제나 검은 색이였다.

 

넌 그 검은 물을 죽을때까지도 삼키고 또 삼키며

 

누군가를 원망했을테지...

 

 

 

 

 

 

내가 눈물을 삼키면 짜지 않고 쓴 이유가

 

네 녀석이 쓰디 쓴 연탄물을 마시며

 

죽어가서 였을지도 모른다.

 

 

 

추천수0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