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여행떠나자~

양숙경 |2006.08.20 12:57
조회 37 |추천 0

세계에서 가장 깊고 긴 노르웨이 Fiord

 

먼 옛날 빙하시대, 스칸디나비아 반도 대부분의 지역은 거의 200만년 동안 엄청난 얼음과 눈에 덮여 있었다. 계속 눈과 얼음이 쌓여가자 무게를 견디지 못한 빙하는 점차 아래로 흘러내렸고, 강을 지나 바다로 흘러든 빙하의 녹은 물로 지구의 해수면은 높아졌다. 또한 빙하가 지나간 계곡은 칼로 절단한 듯한 U자형의 독특한 지형이 만들어졌다. 이 U자형의 지형에 바닷물이 흘러들어 멋있는 피오르드(Fjord, 峽灣)가 형성된 것이다.

북유럽의 아름다운 항구도시 베르겐

 지난 해 노르웨이를 방문한 필자도 노르웨이의 수도인 오슬로에서 베르겐까지 산악철도를 타고 갔다. 노르웨이 산악의 아름다움을 실컷 음미할 수 있는 산악철도 여행은 지금까지도 새록새록 기억이 난다. 높은 산을 뚫어 터널을 만들고 거친 암석을 다듬어 철도를 부설한 산악철도의 주변 풍광은 매우 훌륭하다. 노르웨이 제 2의 도시이자 북유럽의 이름난 항구도시인 베르겐은 1070년에 국왕 울라프 3세가 도시 건설을 시작했고, 12~13세기에는 노르웨이의 수도였으며, 14~15세기에는 한자동맹에 소속한 주요도시로 번영했다. ‘한자동맹’은 북해나 발트해 연변에 있는 도시들이 상업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독일 북부 도시들을 중심으로 결성한 일종의 통상적인 성격의 도시동맹이었다.

베르겐은 노르웨이에서 손꼽히는 큰 도시라고 하지만, 거리를 다녀보면 예상보다 작은 아담한 도시라는 것이 느껴진다. 하지만 볼거리가 제법 많으며 대부분 역사적인 가치를 지니고 있다. 수도 오슬로에서 출발, 기차의 종착역인 베르겐역에서 나와 중심가인 토르겟 거리를 거닐다보면 도로 양 옆으로 유서 깊은 건축물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하다못해 도로의 포석에서까지도 옛 역사를 느낄 수 있다.

 베르겐에서 빼놓을 수 없는 구경거리는 항구 옆 수산물 시장이다. 참새우, 절인 청어, 훈제송어와 살아있는 바닷물고기 등을 쌓아놓고 흥정이 오가는 이곳에선 활기찬 베르겐 시민들의 삶의 모습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어시장 바로 옆에 있는 보겐 항구에는 1922년 이래 베르겐의 기함 노릇을 해온 흰색의 연습선이 돛을 올린 채 정박해 있다. 오가는 배들의 모습은 바뀌었지만 베르겐 내항의 모습은 14세기와 큰 차이가 없다고 한다. 그동안 여러 차례 화재와 전쟁으로 큰 피해를 입었지만 베르겐은 원래대로 복구되어 신구(新舊)가 공존하는 묘한 도시 모습을 자아낸다.

 

베르겐의 모습을 한눈에 보려면 플뢰옌 산에 올라야 한다. 해발 320m 높이의 플뢰옌 산 정상까지는 케이블카를 타고 손쉽게 오를 수 있는데, 이곳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시가지의 모습은 그야말로 절경이다. 전형적인 항구도시로 푸른 바다를 바라다보면 자연스레 과거에 이곳을 무대로 활약했던 바이킹이 떠오른다. 8세기경부터 유럽 각지와 아이슬란드, 그린란드 등을 침략한 북유럽계의 사람들을 바이킹이라고 부른다. 바이킹 중에서 영국이나 프랑스 같은 나라를 주로 침략한 사람들은 노르웨이계의 바이킹으로, 이들은 8~9세기 베르겐을 중심으로 활발한 해외원정을 벌였다. 바이킹들은 배를 타고 원정길에 나서 러시아, 영국, 프랑스를 점령했고 나중에는 스페인과 북아프리카까지 장악했다. 바이킹이 원정에 나선 이유로는 열악한 자연환경으로 인한 식량의 부족, 바다 저쪽에 대한 무한한 동경과 모험심, 당시로서는 성능이 뛰어났던 배를 보유한 점 등을 꼽을 수 있다. 하지만 오늘날 노르웨이 사람들은 바이킹의 후예라고 하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 편이다. 바이킹이란 용어에 담겨있는 ‘해적’이라는 의미 때문이라고 한다.

빙하와 원시림 그리고 맑은 물이 흐르는 피오르드

국토의 약 30%가 북극권에 속하는 노르웨이는 빙하와 피오르드, 산과 섬이 유난히 많은 나라이다. 국토 곳곳에 펼쳐져 있는 빙하 1,700여 곳, 피오르드 100여 곳, 그리고 15만 개의 섬이 이곳 자연의 웅장한 규모를 말해 준다. 특히 절묘하게 깎아지른 피오르드는 휼륭한 관광자원으로 톡톡히 한몫을 할 뿐만 아니라 수력발전에도 큰 기여를 하고 있다.

 베르겐 주변에는 이렇게 형성된 아름다운 피오르드가 많아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으레 피오르드 관광에 나선다. 주변 산야의 풍광과 만년설이 녹아내려 강이나 호수를 이룬 경치가 한데 어우러져 관광객들의 탄성을 자아낸다. 오염된 곳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순수한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다. 송네 피오르드는 세계의 수많은 피오르드 중에서 가장 길고 깊은 곳으로, 6개의 크고 작은 피오르드로 구성된다. 송네 피오르드는 베르겐의 북쪽 약 70㎞ 지점에 있으며

이곳에서 발원한 물줄기는 무려 204㎞에 이른다. 가장 깊은 곳의 수심이 1,308m나 되는 이 아름다운 송네 피오르드를 즐기기 위해 대부분 유람선(페리보트)을 많이 이용한다. 적막감이 감도는 고요한 물길을 따라 높은 산과 계곡 사이를 지나다 보면 마치 무릉도원에 와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평균 강폭이 약 5km인 송네 피오르드는 해안선에서 내륙 깊숙한 곳까지 바닷물이 들어차 있지만 강이나 빙하수로 희석되어 염분농도는 낮다.

 

 송네 피오르드는 광활한 지역에 널려 있기 때문에 제대로 보려면 15일 정도는 필요하다. 필자는 북유럽 여러나라를 한정된 시간 내에

다녀야 했기 때문에 짧은 일정의 관광코스를 선택했다. 먼저 베르겐 중앙역에서 기차를 타고 미르달까지 간 후 다시 플롬행 협궤열차를 타고 큰 유람선이 있는 선착장까지 갔다. 플롬으로 가는 열차여행 도중 바위산에서 거의 수직으로 떨어지는 높이 93m인 웅장한 키모스포스 폭포는 보는 사람을 아찔하게 한다. 플롬 역에서 커다란 유람선을 타고 구드방겐으로 향하는 도중 만나는 협만은 송네 피오르드의 한 지류인 송달 피오르드인데 마치 잔잔한 호수와도 같으며 계속 앞으로 나가다 보면 강 양쪽에 높다란 산들이 연이어 나타난다. 이따금씩 그림같이 아름다운 집들과 만년설 덮인 빙하가 아스라이 나타나기도 한다. 수면에 반사된 눈 덮인 산봉우리와 높다란 산들의

자태는 그대로 한 폭의 동양화다. 가는 도중 낙차가 큰 폭포가 산 위에서 일직선을 그으며 그대로 밑으로 떨어지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바로 산 정상의 빙하가 녹아서 생긴 물이 그대로 피오르드로 유입되는 장면이다. 가까운 언덕에는 양떼들이 한가롭게 풀을 뜯는 모습이 보이는가 하면 한쪽에서는 가을철 야생화들이 만발해 있다.

 

게이랑게르 피오르드는 송네 피오르드보다 북쪽에 있는 다른 협만으로 길이가 15km에 불과하지만 노르웨이 피오르드 중에서 자연경관이 가장 뛰어난 곳이다. 만년설이 덮인 산봉우리를 가진 높은 산들과 녹청색 맑은 물로 이루어진 이곳은 세계적인 관광명소이다. 게이랑게르 협만은 노르웨이 피오르드의 중심부에 위치하고 있으며 높이 260m인 폭포에서 떨어지는 물소리는 실로 엄청난 교향악이다.

아름다운 자연풍광으로 이름난 노르웨이의 피오르드를 감상하기 위한 유람선 여행은 누구에게나 감동을 준다. 인간이 건강을 위해서 깨끗한 자연 환경과 맑은 공기 속에서 산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를 깨닫게 해준다. 빙하와 원시림 그리고 맑은 물이 흐르는 피오르드 탐방과 유서 깊은 항구도시, 베르겐의 문화유적 기행은 누구에게나 잊지 못할 추억을 안겨준다.

 

글/허용선 여행작가

사진 개인전 5회, 1977년 전국대학미전 문교부장관상 수상, 1988년 서울올림픽 보도관련 공로 체육부장관상 수상. 세계 90개국 350여 곳을 취재하며 지구촌 곳곳의 다양한 문화와 문물을 소개하고 있다. 저서로 가 있다.

추천수0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