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해변의 여인]고현정의 또 다른 모습, 그녀를 재발견한 홍상수식 시선의 영화

박철원 |2006.08.22 17:10
조회 89 |추천 2

[동상이몽 로맨스 해변의 여인]

 

작가주의 감독 중 대표주자인 홍상수감독이 고현정이라는 대 스타를 출연시키며 숱한 화재를 만들어낸 <해변의 여인>이 드디어 공개되었다. 기존의 홍상수 감독의 영화와 무슨 차이가 있을까? 기존의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라는 영화나 <극장전>, <생활의 발견>과 역시나 그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지만 기존 영화들이 남성의 시선을 끝까지 유지했다면, 이번에는 고현정으로 대표되는 여성의 시선으로 마무리 지었다는 점이 홍상수 감독의 달라진 것이다.

 

[무대 인사 중인 홍상수 감독, 고현정, 김승우]

 

또 하나 이 영화는 홍상수 감독의 영화 중 가장 큰 제작비를 들였다는 보도가 있었다. 하지만 홍감독은 이 영화는 <극장전>보다는 많이 들었지만,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보다는 적은 제작비가 들었다고 밝혔다. 이는 배우들의 희생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영화 관람을 위해 관객석에 앉은 세사람]

 

영화는 동상이몽 하룻밤 로맨스라는 카피를 필두로 시작한다. 시나리오를 쓰기 위해 서해안으로 여행을 떠난 영화감독 중래(김승우)가 후배의 애인이자 작곡가인 문숙(고현정), 이혼 위기에 놓여 있는 선희(송선미) 등과 연이어 하룻밤을 보내면서 벌어지는 일을 담은 영화이다. 리얼리티를 추구하는 홍 감독의 영화답게 김승우 고현정 송선미 등 배우들은 술에 퉁퉁 부은 얼굴로 화장도 없이 용감하게 스크린에 모습을 드러냈다. 또한 홍상수 감독의 기존 영화처럼 솔직하고 대담한 대사와 상황들이다. 후배의 애인에게 대뜸 "둘 다 당신을 원하는 데 누가 더 좋냐"고 묻지를 않나, 술 취한 후배를 따돌리고 빈 펜션에 몰래 잡입해 하룻밤을 보내지 않나, 외국인과 사귄 게 무슨 상관이냐고 하더니 자고 난 뒤에는 외국인과 사귄것, 잤던 일들을 꼽으며 남성의 유치하고 집요한 성격을 보여주는 대사들.. 인터뷰를 빙자해 후배 애인과 닮은 여인과 또 다시 하룻밤을 보내지 않나, 홍상수 감독의 소재들은 여전히 여성의 사타구니 안에서 이루워지는 것은 변한게 없으며 남자는 여전히 비굴하고 비겁한 존재로 그려진다.

 

하지만 여자캐릭터들은 달라졌다. 그동안 남성들의 성적인 대상이요, 다분히 수동적이었던 홍상수의 여인들은 '해변의 여인'에서는 비록 영화 속 등장하는 개처럼 주인의 사랑을 받다가 결국 버려지지만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고 또 어디론가 나아간다. 남자를 선택하는 것은 여자라는 강조하며, 그녀들만의 다른 관계를 위해 나아간다.

 

[간담회장에 입장하는 두 미녀, 송선미, 고현정]

 

영화의 스토리는 거의 바닷가에서 전개된다. 서해안 태안군에 위치한 신두리 해변이 그 무대이다. 끝없이 펼쳐지는 갯벌의 촉촉함, 하룻 밤의 로맨스를 생각하게 되는 밤바다의 스릴, 자욱한 봄안개의 불안함, 그리고 해안을 따라 이어지는 사구의 막막함까지 주인공의 심리와 어우러진 배경이 영화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실제로 대한민국 20, 30대의 남녀 3명 중 1명은 여행지 같은 낯선 환경에서 원나잇 스탠드에 대한 충동을 느끼고, 실제로 원나잇 스탠드를 경험해 보았다고 한다. <해변의 여인>은 여행을 떠난 남녀가 경험하게 되는 것은 얽히고 설킨 하룻밤의 로맨스이다.

 

[기자들의 많은 플레쉬 세례로 눈 부셔하는 고현정]

[참으로 아름답소.. 개인적인 생각 ^^]

 

하지만 하룻밤 로맨스에서 그치지 않고 그 이후, 수수께끼 같은 남녀의 동상이몽(同床異夢) 심리에 관해 이야기한다. 쿨 하게 헤어질까, 연락하고 지내자 할까, 생각이 클리어 해지면 연락한다고 하는 것이나, 연애로 갈 수 있지 않을까, 각양각색의 생각이 오가는 가운데, 그 결과는 본인들도 관객들도 예측하기 힘들다.

 

나름대로 홍상수 감독의 영화를 모두 보고 나름대로 이해하려면서 흥미를 가지고 보던 나로써는 이번영화는 이전 작품들에 비해 기대(?)했던 노출은 없어졌다. 하지만 솔직 대담하고 현실에서 있을 법한 시나리오는 매우 만족 스러웠다. 또한 이영화가 이전 영화보다 좋았던 것은 배우들의 독특한 캐릭터와 연기력이였다.

 

[고현정과 주연배우들을 칭잔하는 홍상수 감독]

 

각본을 쓸때, 캐릭터에 대한 50%정도만 만들어 내고 출연하는 배우들에게 나머지 50%를 채워간다는 홍상수 감독의 철칙에서 고현정이라는 배우는 감춰놓은 미묘한 부분까지 알아채고 그려내는 배우라 표현한 홍상수 감독의 말처럼 이번 영화는 고현정, 김승우의 연기력은 최고라고 표현할 수 있다.

 

김승우의 연기는 그가 과거 출연했던 코미디 영화와 별반 다를게 없다라고 생각이 들지 몰라도 이 영화의 흐지부지하고 자신이 답답하면 도망가는 캐릭터를 잘 표현했다. 그의 능청스러운 연기에 박수와 갈채를 보낸다. 김승우는 간담회에서 "나는 운이 매우 좋은 배우다. 고현정, 송선미와 같은 배우와 작업을 할 수있다는 점이나 고현정씨의 스크린 데뷔작에 상대배우로 나온 것에 대하여 매우 기분 좋게 생각한다"라며 겸손을 떨기도 했다.

 

[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는 김승우]

 

그럼 이제 고현정의 연기에 대하여 이야기 해보도록 하자. 영화를 볼때 시나리오나 구성을 보기도 하지만 대부분 연기자의 연기력위주로 보는 나로써는 고현정의 연기 변신은 놀라웠다. 그녀가 데뷔작을 홍상수감독의 영화에 시나리오도 보지도 않고 출연결심을 한것과 노출 수위가 있을지도 모르는 홍상수 감독의 영화를 선택한 이유는 그의 팬이였기때문이라고 밝혔다.

 

고현정은 확실히 어두운 그늘을 걷어냈다. 그녀의 파격적인 변신은 놀라웠다.그 녀의 대변신은 화려하다 못해 눈이 부셨다. 한 장면 한 장면 시선을 놓기 힘들었다. 푼수끼 넘치는 그녀의 대사 한 마디, 한 마디는 압권이었다. 또 청순하고 도도한 이미지였던 그녀가 "왜 지랄이야", "제 키 너무 크죠? 잘라버리고 싶어요" 등의 다소 거친 말을 태연스럽게 내뱉을 때는 과연 고현정이 맞는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사실 고현정은 이번 영화가 모험이라면 모험이였을 것이다. 결혼 전 '대추나무 사랑 걸렸네', '엄마의 바다', '모래시계' 등 주로 드라마에 출연했고, 이혼 후 복귀작도 드라마 '봄날'을 선택하는 등 드라마만으로 활동했다. 하지만 기왕 연기에 복귀한 만큼 영화 출연은 당면 과제였다. 그녀의 스크린 데뷔작에 대하여 말이 많았고 그녀의 노출 수위에 대해서도 언론의 관심은 대단했던 것이 사실이다.

 

[포토타임을 위해 베너앞으로 가는 두사람]

 

[다정한 김승우, 고현정 두사람의 포토타임]

 

하지만 영화에선 노출은 없다. 하지만 청순함의 대명사인 고현정의 다소 강한 대사들과 당돌하고 엉뚱한 연기는 매우 놀랍고 그러한 모습에서 다소 딱딱한 느낌의 기자시사회장의 분위기를 녹였다. 시사회 후 간담회에서 고현정은 "영화를 보면서 여러분들이 웃으시는 부분에서 같이 웃을 때 정말 행복했다"고 말했다. 또 평소 문숙의 성격과도 흡사하다고 했다. 고현정은 "내가 어떻게 비쳐지는지 모르겠지만 문숙이 내뱉은 '지랄', '똥차에요'라는 거친 말들은 나 또한 평소에 쓰는 말이다. '해변의 여인'을 본 후 속편이 제작되기를 기대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김승우와 하룻밤을 보낸 두 사람 이혼녀송선미, 후배의 애인고현정]

 

스크린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대해서는 "어찌 그리 후덕한지. 많이 가꿔야 하고, 살을 빼야겠다"고 해 좌중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한편, 고현정은 좀처럼 지워지지 않는 자신의 과거에 대해 "지금부터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 달렸다"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

 

'해변의 여인'을 보는 관객은 미스코리아 출신이자 과거 재벌가 며느리, 단아한 고전미와 현대적 세련미가 적절히 배합된 이미지의 기존 고현정을 철저히 배반하는 짜릿한 쾌감을 맛보게 될 것 같다. 대개의 감독들의 욕심이 그렇듯 기존의 톱스타를 캐스팅하면서 이전과는 180도 다른, 배우의 이미지를 생산하고자 하는 의도선상에서 고현정은 무척 잘 변주됐다. 홍상수식 현장 즉흥성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데 고현정만한 타고난 배우는 없었을 듯 한게 나의 생각이다.

 

[홍상수 감독과 세 배우]

 

고현정이 맡은 문숙은 자유분방함을 기본적으로 갖추고 상대 남자와의 대화에서 때로는 실제 나이를 잊을 만큼 애교스러움과 깜찍함을 보여주기도 하고 남자의 치기어림을 받아주는 큰누나 같은 다독거림과 능청스러움이 화면 가득 만개한다. 연기를 10년동안 쉬었다는 것이 무색하리 만치 고현정의 표정과 연기는 물흐르듯 매끄러웠다.

 

[해변의 여인의 세 주연 고현정, 김승우, 송선미]

 

고현정 덕에 홍상수의 필모그래피 중 가장 많은 관객이 들지 않을까? 또한 그의 영화를 싫어하는 사람들에게도 이 영화는 다소 신선하고 재미를 느끼지 않을까하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아주 작은 제스처와 대사가 관객들의 기억 속에 강력한 인상을 심는 힘을 발휘하는 것이 바로 <해변의 여인>이다.

얼마 남지 않은 여름의 끝자락, 낯설지만 설레이는 하룻밤 로맨스를 꿈꿔 보게 되는 영화라고 표현을 하자면 어떨까.

추천수2
반대수1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