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미안하다

최지현 |2006.08.23 01:13
조회 15 |추천 0


 

끝까지 한결같지를 못해서, 한때는 당신을 향해 영원을 말하곤

했었는데 언제 그랬냐는 듯 이렇게 고개 숙이고 있는 거 미안하다.

 

말하지 않아도 안다며 우린 침묵의 눈빛만으로도 수많은 대화를 한다고 굳게 믿었는데 그 눈빛을 저버리고 아예 쳐다보지도 못하는

내 옹졸함이 미안하다.

 

언젠가, 언제 그랬냐는 듯 또 희희낙락할 날이 올지도 모르지.

그때 아무렇지도 않았다며 다가가서 가증스럽게 웃을 나를 떠올리니 내 멋대로 차지하고 내 맘대로 밀어버려서 미안하다.

 

하고픈 말을 제대로 전하지 못하는 무능함이, 늘 얼버무림으로 모든 것을 전하려 했던 이기심이, 나는 달아나면서도 그 자리에 서있기를 강조하는 사악함이, 한때는 내 모든 걸 뒤흔들던 걸 이렇게 쉽게

놓아버리려 하는 나약함이, 입바른 소리에 제멋대로 오해하는 이

소심함이 미안하다.

 

미안하다, 반말해서 또 미안하다.

고마움이 아니라 미안함의 존재로 당신을 떠올려 미안하다.

 

 

                                                     어느 편지에서...

 

 

추천수0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