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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피해 여성 이야기..

이정혜 |2006.08.25 21:33
조회 135 |추천 0

원래 여기에 정신분열증을 업데하려 했는데

정신분열증은 양이 방대해서 귀찮아 미루다가

이 얘기가 먼저 생각났다.

 

 

정말 가슴아프게도,

우리가 모를 뿐,

우리 사회에 성폭력으로 인한 신경증을 앓고 있는

여성들이 너무나 많다.

수치를 대면 누구라도 깜짝 놀랄 정도로 많다.

더 황당한 건

그 대부분이 아버지나 오빠, 사촌오빠라는 것..

 

 

정신과 의사인 이동식 박사의 말에 의하면

한국인의 70%가 정신병이 있다고 했는데,

몸매나 식재료의 웰빙 이전에

정신 건강의 웰빙을 먼저 생각해야 하는 게 아닐까.

 

 

우리 사회는 너무 경쟁이 치열하고

경제적으로도(가계 경제 포함) 사람 각박하게 만들고

가치가 획일화되어 있어서(공부, 일류대)

인간에게 좌절감과 스트레스를 너무 과도하게 준다.

그러니 정신질환자가 많을 수밖에...

행복하지 않은 사람들의 수가 압도적으로 많을 수밖에...

여튼....

 

 

성폭력 피해 여성이 많다는 건

그만큼 성폭력 가해 남성이 많단 말이고

성폭력 가해 남성들의 정신이 건강하지 않다는 건

말하지 않아도 당연한 일이다.

정상인 정신상태로 강간이나 성폭행은

저지를 수가 없다.

 

 

두 번째로 안타까운 일은,

상담사례발표 대회 때도 느낀 일인데,

심지어 상담사라는 사람들조차도

자신의 성별이 남자이면

성폭력 피해 여성의 정서상태나 신경증을 이해하지 못 한다.

 

"아니, 좌절을 겪었으면 얼른 벌떡 일어날 생각을 해야지 방구석에 처박힌다고 그게 해결이 되나?"

 

라고 말한다. 상담사인 사람들도 남자라면..

 

우리 사회가 여성의 성에 워낙 억압적이기 때문에

여자들은 상담사가 아니라도

성폭력 피해 여성들의 심정에 80% 정도는 이해를 한다.

 

남자들은,

정말 한국 남자들은,

여자에 대한 심리적 배려가 없어도 너무 없다...

 

 

세번째로 안타까운 사연은

성폭력 피해 여성 전원이 다 신경증을 일으키지는 않는다.

보통 어린 나이에 당한 사람들은 거의 다 신경증을 일으키지만

어린 나이에 당했어도

사회적 지지가 강한 환경에서 자라면 신경증과 무관하다.

예를 들어,

강간을 당한 딸을 무조건 감싸고 넌 괜찮다고 말해 주는 부모가 있다거나

그 뒤로 철저하게 보호받았다거나 하면

신경증을 일으키지 않는다.

 

사회적 지지와 경제적 지지가 약한 환경에 처한 여자 아이들이

나중에 커서까지 신경증 증상을 보이는데,

계속해서 강간을 당하는 환경에 놓였었거나

부모가 없었거나

부모가 강간 당한 딸을 수용하지 않았거나 부끄러워했을 경우 신경증을 보인다.

 

"아이고 사람들 보기 부끄러워서 저 년을 어쩌면 좋아,. 죽이지도 못 하고"

 

같은 반응을 보이는 부모들.

이런 부모들은 자기 자신의 심리 상태가 정상이 아니다.

원래 자신 안에 열등감이 팽배했기 때문에

자신의 열등감을 강간당한 딸에게 투사했을 뿐이다.

 

정상적이고 지혜로운 부모들은

 

"너한테 무슨 일이 있든 엄마랑 아빠는 널 사랑한다.

넌 우리한테 너무나 소중한 아이야.

너한테 그런 일이 있었다니 그건 이 아빠 잘못이구나. 미안하다.아빠가 너무 마음이 아프다"

 

라고 말하며 딸이 느낄 성적 수치심과 죄악감을 딴 곳으로 돌려준다.

이런 부모가 키운 딸은 어린 나이에 강간을 당했어도

신경증 또는 정신병에 걸리지 않는다.

(이런 얘길 가급적 아빠가 딸에게 해 주는 것이 좋다고 한다.

아빠는 "남성"이기 때문이다)

 

 

 

성폭력 피해 여성들의 심리는 다음과 같다.

 

 자기 부정, 자기 비난, 자기 학대

---- 나는 더럽다.

나는 더럽혀진 사람이므로 가치가 없다(우울증으로 발전)

자신에 대한 자존감이 없기 때문에

타인의 인정이나 칭찬을 잘 수용하지 못 한다.

그렇기에 남에 대해서도 엄격하다.

자기를 좋아하는 남성을 이해하지 못 하며 잘 받아들이지 않는다.

방어적인 대인관계를 한다.

자신에 대한 호의를 의도가 있어 접근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특히 접근하는 남성에 대해 성관계를 목적으로 할 것이라고 자동적으로 생각한다)

신체적 접촉을 혐오한다.

누군가와 살갗이 닿는 걸 싫어한다. 정말 혐오감을 느낀다.

정서적이고 감정적이 되는 걸 두려워해서 피한다.

감정표현을 많이 하지 않는다.

겉으로 굉장히 이성적인 사람으로 보이게 된다.

외부에서 상처를 받아 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자신의 내부(감정상태)를 드러내는 것에 공포심이 있다.

 

 

 

그런데 이와 전혀 다르게,

 

예전 내 제자 중에 성폭력 피해 여자아이가 있었다.

10살 때 20대 후반의 남자에게 강간을 당했고

남자에 대한 심한 공포를 간직한 애였다.

그 공포감은 진짜였고 심했다.

 

그런데도 이 아이는 늘 단추를 풀어 거의 젖가슴을 드러내놓고 다녔고

남학생들한테 "껄떡거렸"으며

심지어 자기를 강간했던 남자가 감옥에서 출소하자

너무 무서워서 잠도 못 이룬다면서

그에게 전화를 해서

 

"아저씨 나 서울 **동에 있는 **학교로 전학왔는데 나 찾아 오면 안 돼요"

 

라고 말했다고 한다.

얼핏 들으면 절대 이 여자 아이가 이해가 안 된다.

나도 얘를 가르칠 땐 이해가 안 되서 속으로 싫어했었다. ㅜㅜ

 

 

그런데 카운셀링 슈퍼바이저가 나의 의문을 풀어주었다.

 

사회적 지지망이 약한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은

어렸을 때 부모가 안아 주거나 사랑해 주거나 뽀뽀해 주거나 예쁘다고 말해 주는 일이 없다.

아이를 방치하거나  거부하면서 키운다.

(아니면 부모가 아예 없다)

 

 

그래서 아이들이 애정에 대한 간절한 목마름이 생기는데

강간의 상황이라 할지라도

강간범이 성관계 중에는 여자한테 따뜻하게 대해 주므로

(체온을 전달해 주므로)

강간범에게 따뜻함을 느낀다...

 

 

세상엔 좋은 스킨쉽과 나쁜 스킨쉽이 존재하는데

사랑을 받아 본 적이 없는 여자 아이들은

이 스킨쉽이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구분할 줄도 모른 채로

그저 다른 사람의 체온이 주는 따뜻함

(원래 엄마한테 받았어야 할)

을 강간범에게서 구한다는 얘기다..

 

자신을 안아주는 그 따뜻함이 그립기 때문에

(어린 시절 엄마의 품을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듯..)

공포스러우면서도 강간범을 다시 찾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성관계라는 행위와 남성성에 대해서는 공포를 가지면서도

저 위의 내 제자처럼

이율배반적인 행동도 가능하다는 설명이었다.

 

 

대개 성폭력 피해자들은 10세 이전에 성폭력을 경험한다.

그리고 자기 자신에 대해서

그 어린 나이에도 그 남자한테 몸을 허락하다니,

"나는 성을 밝히는 천하에 둘도 없는 창녀같은 년"

이란 자괴감을 가지고 있다

그 자괴감을 바탕으로

2차적인 우울증, 조증, 또는 강박장애 쪽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여자아이들은 "창녀같은 년"이 아니다.

10세 이전의 나이엔

성이나 성관계에 대한 개념 자체가 서 있지 않다.

그 나이 때의 여자아이들은

엄마 품에 안기는 따뜻함을 찾았을 뿐인데

그게 주어지지 않으니까

(나쁜 의도를 가진) 자기를 안으려 드는 사람(강간범)한테 안겼다가

당했을 뿐이다.

 

 

세상에 이런 일도 있을 수 있다.

세상에 뭔 일인들 다 있을 수 있다.

 

 

이미 졸업시켜 지금은 옆에 있지 않은 위의 제자에게

같이 있었을 때

걔의 행동을 이해해서

더 따뜻하게 대해주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후회가 된다.

따뜻함을 느껴보지 못 하고 자란 외로운 아이였을 뿐인데..

(부모가 저 위의 아이를 창피하다고 버려서 여성 휴식의 집 같은 데서 자라고 있었다)

 

 

어느 성폭력 피해 여성이

31살이나 되서 더이상 삶이 괴로워서 참지 못 하고

상담센터를 찾았을 때 이런 말을 했다.

 

 

"나는 남자친구를 사귀어도 3개월 이상은 사귀지 못 한다.

왜냐면 3개월 정도가 되면 남자친구가 육체관계를 요구하는데

그 말을 꺼내면 나는 모든 감정이 다 사라지고

남자친구를 당장에라도 칼로 도륙해서 죽일 수 있을 것 같은 살의를 느끼기 때문이다.

더 이상 만날 수가 없어져서 헤어지자고 한다.

하지만 사실 난 늘 외롭다.

그래서 술을 자주 마시고

친구들을 만나면 습관적으로 술을 떡이 되도록 마신다.

그리고 정말 창피하게도 나는 술을 마시고 취하면

내 주변 친구들, 그게 남자여도

내가 뒤에서 끌어안는다든지 부빈다던지 그렇게 스킨쉽을 한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내가 정말 성관계를 진짜 밝히는 더러운 년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사는 게 너무 괴롭다."

 

 

이렇게 살아가는 삶이 얼마나 외롭고 힘들지 상상도 안 된다.

 

성관계를 밝히는 여자가 아닐 뿐더러,

정말 이 아가씨한테 해 주고 싶은 말은

성관계는 더럽거나 나쁜 일이 절대 아니라는 것이고

성관계를 좋아하는 것은 인간에게 당연한 일이라는 말이다.

그건 죄악이 아니다.

성관계는 좋은 일이다.

성관계를 싫어하는 사람보다 훨씬 훌륭한 인간이다.

 

 

사실은 타인과의 친밀함을 원하고 외롭기 때문에

이성의 끈이 풀리는 술취한 시간에

(자신을 억압하지 않는 시간에)

저런 주사가 나오는 것이다.

 

외롭고, 친밀함과 사랑에 목말랐는데

자기 자신을 창녀라고 생각하고

사랑에 대한 욕구를 억압하고 있으니

더더욱 외로워진다.

 

더우기 가해자(그녀의 경우엔 친오빠가 10번, 사촌오빠가 2번, 그리고 이웃집에 살던 오빠가 1번이었다.)에 대한 분노까지 해결하지 못 한 채로 살아야 하니까..

 

그 억눌린 분노가 부적절하게

다른 상황과 다른 사람에게 불똥이 자주 튄다.

그래서 그녀를 향해 친구들이

"넌 너무 엄격해"

라는 말을 자주 한다고 한다.

 

성폭력 피해자들이 상담을 받을 때

손에 몽둥이를 쥐어주면

처절하게 울부짖으며

몽둥이로 옆에 있는 인형이나 의자나 쿠션을

손에서 피가 나도록 때린다고 한다.

(나도 슈퍼바이저에게 듣기만 했다)

그게 1번으로 끝나는 것도 아니라고 한다.

 

우리 기사에서 자주 보기도 한다.

40년 전에 6살인 자기를 강간한 남자를 찾아가 살해한 아줌마 얘기 같은 거...

 

그렇게 화를 낼 만큼 큰 일이다.

(그런데도 남자들은 이해를 못 한다ㅜ_ㅜ 안타깝다)

 

 

외롭고 분노에 차 있고

그러면서 자신을 억제하고

자기 비하를 하면서

그래서 대인관계에서 여러 문제를 겪게 되고

그러면,

행복하기가 참 어려운 법이다.

 

 

정말 우리 사회가 여자 살기 편하게 어서 됐으면 좋겠고

무엇보다도

따뜻함이 너무나 절실하다는 얘길 하고 싶다.

 

 

지금은 볼 길이 없는 위에 얘기한 내 제자를 다시 보면,

데리고 있었을 땐 해 준 적이 없는데,

꼭 끌어안아 주고 싶다.

그리고 이렇게 말해 주고 싶다.

 

"넌 정말 예쁜 애야"

 

라고 말이다.

 

 

-_-쩝.....

 

열심히 한다고 했었는데도

예전의 나는 미숙한 교사였다.

저 위의 제자한테 나쁘게 한 적은 없지만

속으로는 정말 싫어했었다.

예뻐해줄 걸.... 정말로 정말로 외로웠을텐데.

 

되돌아보면 어쩌면 그리도 허술함만 눈에 들어오는지...

 

그나마 나이와 경험이 내게 지혜를 안겨주고 있음에

안도하고 있는데

또 나이 들어 지금을 되돌아보면

또 다른 구멍들이 숭숭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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