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중호걸 위풍도 처량케하는 서리발 속에서
덫에 걸려 발광하는 여우 한마리
꼬리를 내어주고 목숨을 구하여도 더는 여우라 할 수 없음을 안다
꼬리를 떼어내고 인간이 되었다는 산친구들의 비아냥거리에
귀를 막고 땅을 구르며 겨우 도망친 곳
미운 인간의 사랑받는 병아리가 있었다
어여쁜 털 썩은 냄새 티없는 모습
유약한 낭만찾는 무모한 쫑알거림
병아리를 물었다
쫑알 쫑알 저항하는 죽어가는 병아리
달려온 인간의 야만스런 몽둥질을
무감각히 병아리를 바라보는 닭을 보며
여우는 매질을 피할 수 없었다
마지막 남은 해수(害獸) 여우는
이렇게 조용히 대지의 품에 안기었다
산중호걸(山中豪傑) : 호랑이
해수(害獸) : 해가되는 짐승
땅을 밟아 본지 언제인지 모르겠습니다.
아스팔트에 둘러싸여 언제부턴가 흙이 매우 생소해져 버린 탓입니다.
아스팔트 위에 뿌려진 빗줄기에 물이 묻은 바지도, 한 움큼 흙이 묻는 바지도
세탁기로 갈 운명은 같을 텐데 흙을 감춘 이유를 알길이 없습니다.
어차피 걸으면 다리아파오는 길을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이 옮겨가는 걸음따라 새싹틔우고 만개하고 열매맺고 휴식하는 모습의 땅을 보며
긴장 품은 가슴의 한 구석을 풀어주는 여유를 느낄 수 있다면 좋을거란 생각을 합니다.
혼자한 생각임에 침울한 기분이 들어 본연의 의지아닌 아스팔트 거친 피부 위를 방방 뛰어 하소연하는 모습이 바보같아 보여 거친 숨을 몰아쉬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