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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앞의 생 - 에밀아자르

박지혜 |2006.08.26 00:09
조회 86 |추천 0

63p 하지만 그녀를 이해해야 한다.

  왜냐하면 이제 목숨은 그녀에게 남아있는 전부였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무엇보다도 목숨을 소중히 생각한다.

  하지만 세상에 있는 온갖 아름다운 것들을 생각해 볼 때

  그건 참으로 우스운 일이다.

 

69p "뭐가 무서운데요?"

  "무서워하는 데에 꼭 이유가 있어야 하는 건 아니란다."

  나는 그 말을 결코 잊은 적이 없다.

  왜냐하면 내가 지금까지 들어본 말 중에 가장 진실된 말이기 때문이다.

 

93p 하밀 할아버지는 빅토르 위고도 읽었고

  그 나이의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더 경험이 많았는데,

  내게 웃으며 이런 말을 해준 적이 있다.

  "완전히 희거나 검은 것은 없단다.

  흰색은 흔히 그 안에 검은 색을 숨기고 있고,

  검은 색은 흰색을 포함하고 있는 거지."

  그리고 그는 박하차를 가져다주는 드리스 씨를 바라보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오래 산 경험에서 나온 말이란다."

  하밀 할아버지는 위대한 분이었다.

  다만, 주변 상황이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을 뿐.

 

95p 아줌마 혼자 배를 곯아가며 빠듯하게 지낸다 해도

  하루에 십오 프랑은 필요했다.

  그녀에게 덜 먹으려면 살을 빼는 수밖에 없다고

  아주 솔직하게 말했던 기억이 난다.

  그렇지만 세상에 혼자 뿐인 노친네에게 그것은 너무 가혹한 일이었다.

  아줌마에겐 아무도 없는 만큼 자기 살이라도 붙어 있어야 했다.

  주변에 사랑해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을 때, 사람들은 뚱보가된다.

 

103p 나는 콜레라가 무엇인지 몰랐지만,

  롤라 부인이 말해 주듯 그렇게 구역질 날 정도는 아닐 것 같았다.

  기껏해야 병인데 병에는 아무 책임도 없으니까.

  어떤 때는 콜레라를 변명해 주고 싶은 마음도 들었다.

  적어도 콜레라가 그런 병이란 것은 콜레라 잘못이 아니고,

  자기가 콜레라가 되겠다고 한 것도 아니고,

  그저 저절로 콜레라가 된 것이니까.

 

118p 내게 제일 좋은 일은
  모든 일이 정말 일어나는 것이 아닌

  그런 세계에 가서 사는것을 깨닫기 시작했다. 

 

203p "...약속해주겠지?"

  "약속해요."

  "카이렘?"

  "카이렘."

  카이렘, 유태어로 '당신에게 맹세한다'란 뜻이다.

  나는 로자 아줌마를 행복하게 해주기 위해서라면

  무슨 약속이라도 했을 것이다.

  아무리 늙었다해도 행복이란 여전히 필요한 것이니까

 

307p 하밀 할아버지가 노망이 들기 전에 한 말이 맞는 것 같다.

  사람은 사랑할 사람 없이는 살 수 없다.

  그러나 나는 여러분에게 아무것도 약속할 수 없다.

  더 두고 봐야 할 것이다.

  나는 로자 아줌마를 사랑했고, 아직도 그녀가 보고 싶다.

  하지만 이 집 아이들이 조르니 당분간은 함께 있고 싶다.

  나딘 아줌마는 내게 세상을 거꾸로 돌릴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주었다.

  무척 흥미로운 일이다.

  나는 온 마음을 다해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

  라몽 아저씨는 내 우산 아르튀르를 찾으러

  내가 있던 곳까지 다녀오기도 했다.

  감정을 쏟을 가치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아르튀르를 좋아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테고,

  그래서 내가 몹시 걱정했기 때문이다.

  사랑해야 한다.



첨부파일 : 자기앞의생-에밀아자르(3476)_0200x0282.sw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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