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는 영수증문화가 발달해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내가 경험한 두 가지 일화를 살펴보면 이유를 알 수 있을 것이다.
한 번은 진공청소기를 까르푸에 가서 사왔다.
중국의 대표상표인 Haier의 제품이었고 세계적인 유통회사 까르푸에서 산 것이다. 하지만 집에 와 풀어보니 쓰지도 않은 제품이 파이프가 하나 부서져 있어 사용할 수가 없었다.
다음 날 곧바로 교환을 위해 달려갔다. 판매원은 영수증을 요구했다.
하지만 챙긴다고 챙긴 영수증이 그날따라 보이지 않았다.
대답은 단호히 'NO'였다. 그곳에서 샀다는 것과 산 날짜까지 표시되어 있고, 물건을 판 점원도 나를 아는 눈치인데도 영수증이 없어 교환을 못해준다는 것이었다.
결국 한바탕 말다툼을 하고 화가 가라앉지 않은 허탈한 마음으로 돌아왔고, Haier서비스센터에 신청해서 파이프만 교환을 했다.
그 결과, 초록색 기계 중간에 검은색 파이프를 갈아 끼운 우스꽝스런 청소기를 사용해야만 했다.
두 번째는 택시 이야기다.
택시를 타고 목적지에 도착해 택시비 9위안을 주기 위해 50위안짜리를 내밀었는데 40위안만 주고 1위안을 주지 않아, 돈을 달라고 하니 천연덕스럽게 1위안짜리가 없다고 하고는 가버리는 것이다.
참고로 1위안은 현재 130원 정도 하는데 한국인에게는 적은 돈이지만 중국인의 입장에서는 결코 적은 돈이 아니고 그렇게 아무 말 없이 지나갈 수 있는 정도가 아니다.
더구나 돈이 얼마인가가 문제가 아니라 사기꾼 같은 태도가 나를 화나게 한 것이다.
하도 화가 나서 중국문화 수업시간에 선생님께 이야기를 하니 부끄러워 하시면서도 혹시 택시에서 영수증을 받지 않았냐고 물으신다. 우리는 그런 문화에 익숙하지도 않고 번거로워서 받지 않았다고 하니 그렇다면 구제받기 어렵다고 설명해주신다.
그 일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택시기사한테서 20위안짜리 위폐(가짜 돈)를 거스름돈으로 받았는데 역시 영수증을 받지 않아 구제받을 방법이 없었다. 그때는 정말 불편해도 영수증을 받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중에 중국인에게서 영수증에 관한 보다 구체적인 설명을 듣고 내가 아직 중국의 영수증문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영수증문화를 좀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중국의 상관습에 대해 좀 알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중국에서는 물건을 파는 사람들이 손님에게 비싼 가격(터무니없는 가격 포함)에 물건을 팔게 되면 그건 상술이 뛰어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사기행위로 치부될 것이 중국에서는 상술이 훌륭하다고 인식하는 것 같다. 그러다보니 바가지가 일상화되고 가짜 상표도 판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담이지만 우리나라에서 중국여행을 패키지로 가는 경우 싼 것은 왕복항공료보다 싸다. 물론 양심적으로 싸게 여행상품을 개발한 훌륭한 회사도 있겠지만 그 중에는 실제 비용에서는 손해를 보면서도 한국인 관광객들에게 현지인들의 물건을 터무니없는 가격에 바가지 씌워 수익을 내는 회사도 있다고 한다. 중국 현지에서는 완전히 바가지이지만 우리나라 사람들 관념에선 물건가격이 적정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것이다.
본래 이야기로 돌아와서 이렇듯 장사꾼은 손님을 속이고 손님도 이를 당연히 생각하고 장사꾼을 잘 믿지 못하니 신뢰를 담보할 도구로 영수증이 필요한 것이다.
그래서 물건을 산 곳과 가격이 표시되는 영수증이야말로 소비자를 보호하는 가장 강력하고 신뢰성 있는 증거이다.
택시비를 바가지 썼어도 영수증을 받아 공안 등 관계당국에 이의제기하면 초과로 받은 돈이나 단거리를 돌아서 원거리를 간 경우까지 구제받을 수 있다고 한다.
상점에서는 영수증을 불량품, 파손품을 바꿔주는 근거로 활용한다.
그리고 외화를 가지고 들어오는 사람도 세관에서 확인을 받아두고 그 근거를 잘 보관해야 나중에 다시 그 돈을 가지고 출국할 수 있다.
하지만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실상 택시의 경우 영수증을 받지 않는 손님들이 대부분이어서 영수증을 뽑아내는 기계 주위는 폐영수증으로 넘쳐나고 있다. 그래서 택시기사가 목적지를 빙빙 돌아서 가거나 미터기를 켜지 않고 목적지에 도착해 바가지를 씌우거나 하는 일이 여전히 벌어지고 있다.
영수증 제도가 취지대로 모든 폐단을 막아주지는 못하는 것이다.
위에서 잠깐 거론이 되었지만 영수증과 유사한 것이 바로 돈을 받을 때는 거의 모든 중국인이 돈을 공중에 높이 들어 위폐여부를 확인하고 받는다는 것이다.
나는 한국사람으로서 그런 점에 익숙하지 못해 결국 택시에서 20위안짜리 위폐를 받고도 모르고 있다가 시장에서 물건 값으로 지불하는 과정에 즉시 수령을 거부하는 상인에게 화들짝 놀라는 경험을 했다.
내가 놀란 반면 중국인은 위폐를 보고도 그리 놀라지는 않는다. 위폐가 그만큼 만연해 있다는 사실을 반증해준다. 그들은 그저 위폐를 자기들이 바보처럼 받지 않으면 그것으로 족한 모양이다.
돌이켜보건대 짝퉁상품의 창궐, 위폐의 만연, 돈을 건넨 사람 앞에서 일일이 가짜인지를 확인하는 모습, 영수증 없이는 교환이건 반납이건 인정을 해주지 않는 모습들은 결국 그들이 상대방을 노골적으로 믿지 않는다는 표시이고 이러한 것들이 모여 중국사회에 불신이 만연한 좋지못한 문화로 외국인의 눈에 비쳐지게 한다.
중국에 오는 한국인, 입국심사대를 통과한 이후에 받은 모든 영수증은 꼭꼭 잘 챙겨두기를 조언하고 싶다. 왜냐하면 이곳은 바로 우리가 잘 몰랐던 중국이니까.
- 끝 -
“중국에서 살아남기” 한꺼번에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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