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지우(白酒)는 한국에서 소위 빽알(白干,중국발음은 바이깔)로 잘 알려져 있다. 중국에서는 대개 "바이지우"로 부른다.
고량(수수)이나 쌀을 원료로 증류과정을 거쳐 만든 것으로 무색이고 수분이 거의 없어 마를 건(干, 乾의 간체자)자를 써 "바이깔(白干)"로 불리게 되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빽알’이란 말로 불리게 되었다.
바이지우는 우량액, 마오타이 등 최고급부터 공부가주(공자동네에서 만든 술), 이과두주, 찡지우(북경), 량야타이주 등 여러 종류가 있는데 지방과 시대유행에 따라 인기를 달리하여 왔다.
내가 이곳 청도에 와서 마신 술은 량야타이주(瑯牙臺酒, 양아대는 진시황이 불로초(한국 산삼)를 진상 받았다는 곳)다. 술은 38도와 52도가 있는데 보통 52도짜리 술을 좋다고 하여 주로 마시게 된다.
개인적으로 나는 20대 때 양주 중간 크기 1병 정도를 마셨다. 그리고 술이 약간 줄었을 때도 소주 한 병 반, 맥주 2,3병정도, 폭탄주도 6,7잔 정도는 마셨었다. 그리고 국내에서 아무리 술을 마셔도 토하거나 필름이 끊기는 일은 거의 없었다.
또 집에 가서는 입었던 옷을 벗어 가지런히 정돈하고, 양치질에 손발을 모두 씻어야 잠을 잤고, 다음날 별 일없이 업무를 볼 정도로 술은 어느 정도 버릇도 좋게 들었고, 이겨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중국에 와서 바이지우를 딱 두 번 만났을 때 그런 아름다운 모습은 어디론가 날아가 버렸다.
이곳 생활은 대체로 건전한 유학생활이라고 할 수 있다.
주로 학교에서 학생들과 교수님들을 상대하는 생활이라 술을 그리 마실 기회가 없을뿐더러 중국이 밤 문화가 그리 발달한 나라가 아니라서 대체로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문화가 형성되어 있다.
게다가 공부 외에 일을 핑계로 술을 마실 일도 적고, 중국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적응하는 과정이라 가족들을 내가 돌보고 중국어 공부를 도와주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에 자연히 술 먹는 일도 줄어들었다.
그리고 중국의 밤치안에 대해 안심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아직 없는 형편이다.
하지만 단 두 번 회식자리에서 바이지우(랑야타이)를 마셨는데 성적표가 처참하다. 그것도 2차가 아닌 1차에서 마신 술 때문에 그러하였다.
한 번은 중국에 먼저 와 있었던 유학생 선배들과 자리를 함께 했는데 고기를 구워먹으면서 반주로 받아 마신 술에 취해 정신을 못 차렸고, 2차를 가서는 거의 마시지 않고 깨려고 노력했음에도 술이 감당 못할 정도로 취해 집에 돌아와서 마시고 먹은 것을 확인해야 했고, 새벽 2시까지 잠을 자지 못했다.
옷을 가지런히 벗어 정리하고 양치질하고 세면을 하는 것은 먼 나라 남의 얘기였다.
두 번째는 대학원 교수님들과 가진 회식자리에서 점잖은 중국 교수님들과 마신 것인데 나는 나이 드신 중국 교수님이 마시는 만큼만 똑같이 마셨고 비교적 예의를 잃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렇지만 첫 번째보다 더 심했다. 어떻게 자리를 일어났는지가 기억나지 않는다. 다시 말해 저녁을 먹는 원탁형 식탁에서 일어나기도 전에 필름이 끊기고, 집에도 자력으로 오지 못하고 버스정류장 벤치에서 명상(?)을 하다 다른 사람의 의탁을 받아왔고, 어떻게 잠이 들었는지 알지 못한다. 그 다음날은 속병이 나서 하루 종일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술 먹고 전에 해본 적이 없는 실수를 하고, 기억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자 아내도 걱정이 되는지 제발 술을 자제하라고 눈물로 애원했다. 두 번째 일이 벌어지고 나서는 나도 정신이 번뜩 들었다.
정확치는 않지만 전에 후배 중에 하나가 바이지우를 과하게 먹고 잠자다 사망했다는 이야기가 떠올랐다.
바이지우의 특징은 술을 마실 때는 취한 것을 모르다가 갑자기 술이 올라와 사람을 도저히 깨어나지 않는 상태로 몰아버린다는 것이다.
다른 술은 내가 취한 것을 느끼면서 취하지만 바이지우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갑자기 불붙듯 알코올이 올라와 취하고, 정신을 잃는 과정으로 이어진다.
사실 두 번째는 함께했던 한국인 동료 5명 중 4명이 정신을 잃어버렸을 정도이다. 눈물을 흘리는 아내 앞에서 할 말이 없었고, 나는 바이지우에 적응하기보다 피하는 길을 택하기로 했다.
몸이 술을 감당하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우리나라에서는 그나마 빽알은 병이 작다. 그래서 작은 잔에 몇 잔 마시고 끝나는 것이 상식이지만 중국에서는 술병이 크고, 잔도 크며 우리가 소주를 마시듯 50도가 넘는 술을 마셔댄다. 그런 중국인들 앞에서 나는 백기를 들기로 했다. 혹자는 중국에 가서 약한 모습을 보인다거나 망신살 뻗친다고 할지 모르지만 나는 기꺼이 백기를 들 생각이다.
술에 그만큼 자신을 잃어버렸고, 개인적으로 괴로워서라도 마시지 않을 생각이다.
그리고 이 글을 읽는 여러분께 권장하고 싶다.
웬만하면 중국에 와서는 바이지우를 마시지 말 것을 말이다. 가정의 행복과 본인의 건강, 심지어 생명을 보존하기 위해서 절대로 마시지 않을 것을 권한다.
굳이 마실 거라면 3명이 한 병 이상은 마시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그저 기름진 중국음식에 중국술을 맛보고 음미하는 정도에서 그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그런 정도라면 사실 바이지우는 뒤끝이 없는 좋은 술이기도 하다.
하지만 더욱 우리를 주저하게 하는 것은 양주는 거의 모두가 가짜이고, 바이지우는 4병 중 1병이 가짜라고 하니 결코 몸에 좋을 리가 없을 것이다.
양주는 파는 사람이 가짜라고 미리 얘기하고 판다. 웃으며 가짜라고 하는 그런 사람에게 아예 할 말이 없다.
다시 한 번 강조하노니 중국에 오시는 분들 본인과 가족의 행복을 생각해서 바이지우를 삼가시길…….
*(Tip) : 중국을 여행이나 출장삼아 오는 분 중에 술을 안 마시기 곤란한 상황이 대부분일 거다. 이럴 때는 가짜 술이 범람하는 중국에 와서 술을 사지 말고 공항면세점에서 좋아하는 술을 사서 가져오는 것을 권하고 싶다. 가짜일 확률도 거의 없고 면세니 가격도 쌀 것이다. 또 중국에 있는 분들도 매우 좋아한다는 사실을 참고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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