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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사람의 결혼식

조경숙 |2006.08.26 11:29
조회 28 |추천 1


 

일요일인데 너무 일찍 눈이 떠진다 했습니다.

잠을 자지 않은 것처럼 머리가 무겁습니다.

달력을 봅니다.

오늘이 그 사람 결혼식이 있는 날인 걸 한 번 더 확인합니다.

확인하고 바보 같은 나 욕실로 향합니다.

머리를 감고 세수를 하고 양치도 합니다.

그렇게 나는 소리 없이 움직이면서

그 사람 결혼식에 갈 준비를 합니다.

화장을 합니다.

마음은 급한데 화장은 자꾸만 늦어집니다.

파운데이션을 바르고 나면 눈물이 흐르고

닦고 또 바르고 나면 또 흐르고....

마스카라를 칠하는데도 또 눈물이 흐릅니다.

검은 눈물이 흘렀습니다.

입술을 깨물고 다시 화장을 합니다.

화장을 하면서 바보 같은 나

그 사람이 화장하지 않은 내 모습을

좋아하던 것을 기억해 냅니다.

화장하지 말고 갈까 하는

바보 같은 생각을 하면서 화장을 합니다.

화장이 끝났습니다.

머리도 다 말렸습니다.

이제 옷을 입어야 하는데 바보 같은 나

옷장 앞에서 한참을 머뭇거립니다.

작년 여름에 그 사람이 사주었던

까만 투피스가 자꾸만 눈에 들어옵니다.

지금은 가을인데

정말 바보 같은 나

자꾸만 그 옷이 입고 싶습니다.

한참을 망설이다가 다른 옷을 입었습니다.

택시를 잡아타고 그 사람이 있는 결혼식장으로 향합니다.

예식장 앞에서 바보 같은 나 한참을 서성입니다.

심호흡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나타난 친구들에 떠밀려 식장으로 들어갑니다.

저 멀리서 그 사람이 입구에 서서

손님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습니다.

어쩜 저렇게 늠름한 모습으로

특유의 사람 좋은 웃음을 짓고 있을 수가 있는지.

나와 눈이 마주칩니다.

그래도 저 바보 같은 사람 웃습니다.

더 바보 같은 나, 같이 웃음 주고받고

식장으로 들어가 앉아서 결혼식이 시작하길 기다립니다

아무 말도 들리지않고 뭐가 어떻게 되는지도 모르고

친구들의 수다도 들리지 않흡니다.

그 사람이 예식장 안으로 들어옵니다.

씩씩하게 걸어가서 하얀 단상 앞에서 뒤를 돌아보고 서 있네요.

갑자기 신부가 등장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참 이쁩니다.

어쩜 저렇게 이쁠 수가 있는지.

바보같은 나 다른 사람과 같이 박수를 보냅니다.

마음속으로 그녀에게 텔레파시를 보냅니다

" 저 사람은 매운 거 못 먹어요.

저 사람은 술 먹는다고 잔소리하는거 싫어해요

저 사람은 우울할 떈 오버해서 애교떨면 금방 풀려요

그래도 우울할 땐 아무 말 없이 안아주는 걸 좋아해요. "

바보 같은 텔레파시를 보내며 박수를 칩니다.

그녀가 그 사람의 손을 잡고 단상으로 걸어갑니다.

그 사람 그녀에게 반지를 끼워주고 그녀를 바라보며 웃네요

그 사람의 부모님 그녀가 이쁜지

자꾸만 그녀를 쳐다보며 웃습니다.

나한텐 한 번도 웃어준 적 없는 분들이라

웃을 줄 모르는 분들인 줄 알았는데

참 잘 웃는 분들이네요.

주례 선생님의 이야기가 끝났나 봅니다.

갑자기 두 사람이 돌아섭니다.

바보 같은 나, 고개를 숙이고 말았습니다.

그러다가 고개를 들어 그 사람을 봅니다.

저 사람 울고 있네요.

옆에 그녀는 너무 이쁜 미소를 짓고 있는데.

도망가서 우리끼리 살자고 나에게 애원할 떄도

울지 않던 사람인데...

내가 아파서 입원했을 때도 웃으면서

얼른 낫자고 하던 사람인데...

그저께 밤만 해도 나에게 찾아와서

씩씩하게 잘 지내라고 웃으면서 작별인사 하던 사람인데...

갑자기 저 사람이 왜 바보처럼 저러는 건지 너무 화가 납니다.

가서 눈물을 닦아주고 싶은데

바보 같은 나,

바보처럼 우는 그 사람을 두고 예식장을 나와버립니다.

하나님은 바보입니다

바보는 바보랑 함께 있어야 하는데,

하나님은 저만 바보인 줄 아셨나 봅니다.

알고 보면 저 사람도 나처럼 엄청난 바본데,

하나님은 그걸 모르셨나 봅니다.

 

......이숙영"마농의 빨간구두" 중에서.........

 

 

읽으면서 참으로 바보같은 사랑을 하고 있구나 했지요...

나라면 어떨까 했지요

그사람이라면 어떻까 했지요..

물론 사랑의 상황이 되면 어느 정도들은 바보가 됩니다.

어느만큼 바보가 될수있는지...자신이 바보인걸 아는지...

그만큼이겠지요...

추천수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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