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 얼음 산을 등반하고 있다.
춥고 어둡고 힘든.
겉으로 봤을땐 깨끗하고 새하얗고 아름다운 산.
산을 오르는 이 순간은 너무도 힘들다.
한걸음한검음 떼는 순간순간 힘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이 산은 너무 높다.
하지만 더 좌절하게 만드는 두가지가 있다.
이 산은 점점 녹아가고 있다는 것.
이 산을 넘으면 더 높은 산이 있다는 것.
이 산을 지금 넘지 않으면 난 바다에 빠져 버리고 만다.
차디찬 바다에, 푸르른 바다에 묻혀 난 죽고 만다.
그렇게 허무하고 어의없게 난 죽고 만다.
그렇기 때문에 힘이 들어도, 좌절해도 무너질 수가 없다.
살아 남아야하기 때문에 발걸음을 재촉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리고 이 산을 넘으면 더 높은 산이 있다.
훨씬 차갑고 훨씬 높고 훨씬 크고 훨씬 험난한.
지금보다 훨씬 힘이 들 그곳을 또 넘어야 한다.
또 주목해야 할 점은 모든 산은 '얼음'이다.
이 얼음이 녹으면 예쁜 연못이 되는 건 아니다.
그저 아무것도 아닌 바닷물처럼 고요히 흘러가겠지.
그리고 나의 육체도, 영혼도 그 바닷물에 휩쓸려 산산조각 날 뿐이다.
형체도 알아 볼 수 없이 난 기억되지 못한다.
난 살아 남아야 한다.
가장 중요한 거다.
살아 남아야 이기는 것. 살아 남아야 살아 잇는 것이다.
숨쉬고 눈 뜨고 입 열고 귀열고 산다고 사는 게 아니다.
이 산을 넘고 저 산을 넘으며
살아 남아야 한다. 그게 살아가는 것이다.
모든 산을 넘고 나의 얼음 연못을 찾을 때 까지
나는 차디찬 빙산길을 걷지 않을 수 없다.
뛰면 안된다. 넘어지니까.
하지만 멈출 순 없다. 살아남아야 하니까.
난 지금 고입이란 큰 산을 오르고 있다.
또 그 산뒤엔 대입이 있고
대입이란 산 뒤엔 취업이란 산이 있고
취업이란 산 뒤엔 사회생활이란 산이 있다.
그 산뒤엔 또 결혼이란 산이 있을 테고
그 산뒤엔 출산이란 산도 있을테고
그 산뒤엔 육아라는 산도 있을테고
그 산뒤엔 교육이란 산도 있을테고
그 산뒤엔.... 수 없는 산의 연속.
그 산에서 무너지지 않고 끊임 없이 산을 오르는 삶은 성공한 삶.
그 산에서 무너저 바다에 허우적 거리다가 죽는 삶,
바다에서 다른 산을 찾아 그 산을 넘은 삶,
산은 무너졌지만 그 아래 얼음에서 영원히 안주하는 삶.
지금 내가 산을 넘으려는 것은 성공한 삶을 위해서이다.
한번 뿐인 인생 즐기면서 가는 것도 좋다.
힘든 일 없이 굳은 일 없이 싫은 일 없이.
하하호호 웃으며.
하지만 난 성공하고 싶다.
한번뿐인 인생에서 내 이름을 기억시키고 싶다. 이 세상에.
한번뿐인 인생에서 "쟤 정말 성공했다."
"쟤 정말 대단하다"라는 말을 내 삶의 끝에서 듣고 싶다.
한번뿐인 인생에서 누군가의 인생을 바꿀 만큼
훌륭한 삶을 보란듯이 보여주고 싶다.
그 동안 있었던, 앞으로 있을 수 없는 치욕.
후에 가서 비릿하게, 비열하게, 교활하게 웃을 수 있을만큼
성공한 삶을 가지고 싶다.
그런 황홀함을 거져 얻는 다면 너무 억울 하지 않은가.
좀더 합법적인 행복을 갖고 싶다.
그래서 난 노력한다. 지금 확인 버튼을 누른 그 이후로 계속.
그리고 이 이야길 해준 "문성진선생님"께 참 감사합니다.
나에게 직접적으로 해준 이야긴 아니지만.
누군가에게 한 이야길 듣고 참 깊은 생각을 했다.
그리고 녹고 있는 이 빙산에서 난 포기할수 없다.
이제까지 오른 길이 너무 아깝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