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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화를 예찬함

간선희 |2006.08.27 05:26
조회 13 |추천 0
   

 

만원짜리 한 장과 바꾸어 시작된 만남이었다.

값싼 비닐에 쌓인 채 면소재지 조그만 신발가게에서 내손에 주어진 장화는 볼품이 없었다.

잘 떨어지지 않으며 이만한 가격에 이렇게 괞찬은 신발이 없다는 50대 초입에 들어선 듯한 주인의 말을 흘리며 문을 나선다. 그 꼬락서니에 깔짱이 딸려있음에 절로 실없는 웃음이 흘렀다. 

집에와 비닐을 벗기고 깔창을 넣는다.  두서너달 신으면 좋겠다는 바람이었는데 지금은 이분을 예찬하고 있으니 인생사 생옹지마 아니겠는가?

 

이 분은 도무지 싫어하는 곳이 없다. 밭이나 논이나, 시멘트 길이건 흙길이건, 자갈길이거나

설혹 진흙탕길이라도 말이다.  가고픈곳 어디나 그냥 가면 된다. 구차하게 옷버리네 신발버리네 잔말이 없다. 또랑에 들어가 두어번 물만 껸으면 원래의 모습이다.

 

굳은 날씨엔 더욱 사랑스럽다.  눈이 내리든 비가 쏟아지든 상관이 없다. 상황이 안좋을 수록 진가를 발휘하니 참 부러울 뿐이다.

이 무더운 여름에도 바지가랑이 접어올리 듯 목부분을 한두번 접어 신으면 아침나절 이슬걱정은 끝이다.

 

고약한 냄새가 나든, 무좀이나 습진이 있어도, 양말을 안신어도, 못생긴 발이어도, 무지하게 크거나 혹은 아주 조그만 발이라도 싫어함이 없다. 언제나 합성고무의 촉촉한 느낌으로 반길뿐이다. 땀에 흠벅 절거나 흙먼지 들어와도 그저 물에 한번 휘저으면 언제나 본모습이다.

 

꽃집아씨도 처음 두서너달은 안신는다며 극구 사양이었다. 내가 마냥 이분을 예찬하면서 한번 신어보라고 그 아저씨에게 만원을 더 지불하고 집어왔었다.

신발장 구석진 곳을 떠날줄 몰랐었다.  그러던 어느날 비가 내리고 있었다. 이분이 강림하시듯 신발장을 나서던 순간부터 꽃집아씨도 이분의 품안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꽃집아씨도 새벽녘 눈을 뜨면 이분을 찾아 같이 하고는 뒷밭으로 나선다. 이분의 품이 얼마나 넓은가를 새록새록 알아가는 모양이다.

우리가족은 주말이면 모두다 이분들과 같이한다. 막내놈은 또랑에서, 큰놈은 앞마당에서, 그리고 두부부는 뒷밭에서다. 앞산 뒷산 산책삼아 나설참이면 우리모두는 장화와 함께한다.

 

아침나절 밭일을 끝내고 또랑에서 하는 세수는 이곳 삶의 커다란 기쁨인데 이곳에서 나는 얼굴뿐만 아니라 이분도 함께 씻도록 배려를 한다. 나를 보듬어준 만큼 보답하기 위함이며 또한 더 많은 시간을 이분과 함께 하고픈 바램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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