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터미널에서 배두나를 보고 다시 영화 [괴물]이 생각났다.
나는 그 영화에 대해 할 말이 없다. 아직 제대로 안 본 탓
봉 감독 영화는 한번 봐서는 잘 모르겠다. 살인의 추억도 그랬고
[괴물]도 서너번은 다시 봐야 정리가 될 것 같다. 그땐 이미 늦겠지
김기덕 감독의 [시간]은 메시지가 약간 혼재되어 들어오긴 해도
정말로 선명한 메시지를 전해주고, 그를 위해 약간의 파격적인
영상미도 감수해야 하는, 그런 영화였다.
파격적인 영상으로 메시지가 선명해질 수 있다면, 그것이 유일한
방법이라면 그렇게 해야 했을 것이다. 그것이 부담스럽더라도.
다만 일부 사람들에게는 그것이 현실이 아니라고 부정당할지 모르
겠다. 부정하고 싶을지 모르겠다. 어디까지 현실을 반영하는지에
대해 뚜렷한 답은 없지만 적어도 일부라도 반영하면 그것은 충분
한 가치를 지닌 것이라고 본다. 일부? 50%? 얼마가 될 수 있는지는
또다시 개개인의 판단의 몫이다. 그것을 측정하는 것도 개개인의
몫이다. 다양성의 영역이다. 허나 갈등의 영역이기도 하다.
* 동생이 또다시 드라마에서 인민군들이 부비트랩에 걸려 폭사하는
장면에서 환호성을 지른다.
이성친구의 마음과 정신은 마음에 드는데 외모는 영 미덥지 않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으면 [시간]을 보라. 김기덕 감독은 외모를 자기
정체성과 새로운 생활의 필수 요소로 전제하면서 그것을 인위적으
로 변모시켰을 때의 비극을 다루고 있다. 사람은 그러고 보면 참 시
각의 노예다. 본능적인 동물이다. 외모 또한 시각의 산물, 한 눈에
보기 편하게 들어오는 이미지의 산물. 10년후 20년 후 비록 늙어 없
어질 얼굴이라고 해도 당장은 그 아름다움을 즐기고 싶은 마음들.
나중에 늙어 없어진다고 부질없다고 미리부터 마음을 낮추는 것은
불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어쩔 수 없는 욕구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