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번역된 글들을 읽다가 오랫만에 국문학을 읽으면
펼쳐진 책 속에 가득한 글들이 회화적으로 느껴질 때가 있다.
다른 책과 다를게 없이 한 줄 한 줄 반듯하게 쓰여진 글이지만
그 글들이 그림같고 문장들이 참 담백하게 맛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나라에서 태어나 살아오신
황석영님의 유년기 풍경을 담은 책이다.
김수로처럼 친절하게 일천구백구십이년...
이런식으로 시대배경을 설명해주지는 않지만
황석영님이 1962년에 고교생이였다는 작가의 프로필과
소설속에 나오는 폭격과 피난...미국사람...그런 소재와 배경들로
그 시기는 제법 선명하게 드러난다.
한줄로 표현될만한 줄거리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극적인 반전이 있는 것도 아니다.
내가 느낀 이 작품의 의미는 그 시대를 잠깐 들여다 볼 수 있다는 것이고..작가의 의도도 아이들이게 자신의 유년시절을 이야기해주고 싶은 마음이였다고 한다.
난 크게 두가지를 생각을 했다.
내가 한국사람이고, 내가 태어나 살아가고 앞으로 살아갈 이 나라가
대한민국이라는 곳이고...그 지난 시간들이 어떠했고 어떻게 변해왔으며 나는 어디즈음에 있으며 앞으로 어떻게 변해갈 것인지...
모두가 역사학도는 아니지만 정체성을 느끼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역사지식은 어느정도이고 그 각 시대의 이미지를 구체화시켜줄 만한 문학작품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이런 정체성에 관한 생각들..
그게 내가 생각한 한가지....
그리고 두번째는 ....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서...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톨스토이의 직설화법으로 한번 생각해본 그 문제를
상징적으로 아주 우화적으로 풀어놓은 듯한 이야기...
우리는 참 다양한 이유로 살아가지만
그 때의 사람들에겐
우리를 살아가게하는 이유들... 그것들이 없다.
그 사람들은 불행했을까....
집에 밥이 있어도 식욕이 없을 때 갈 수 있는 동네 초밥집이 없어서,
하루라도 없으면 못살 것 같은 몇백만원짜리 악기들이 없어서...
어제와 같은 옷을 입기 쪽팔려서...
홈런볼에 웰치스가 없어서..(공감대 없음-.-)
물론 어른들이 더 멋지게 입고 더 맛있게 먹고 싶은 아이들에게
이 소설을 소재삼아 옛날엔 이러고 살았어~
라고 말한다면 그건 아이들에겐 짜증스러운 일이다.
그래도 한번쯤은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그들의 행복과 나의 행복..그 교집합이 공집합은 아니길...
그 시대에 태어났어도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이 되길...
나 역시도 바라는 내 모습이다.
나는 가장 행복한 사람을 존경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