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버스를 타고 어디론가 향하던...
비가 굉장히 많이 오던 그런날이었다.
평소같으면 걸어갔을 거리지만 비가 오는 날이라거 나는 버스를 통해 젖어버릴
바짓자락을 생각하며 동선을 줄이기로 했다.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당신은 꽤나 똑똑하다고 스스로 생각해본적 꼭 한번은 있을것이다.
내가 오늘 그런생각을 해보았지만 집밖을 나선뒤 5분도 채 안되어 난 내가 바보라는 사실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정류장에는 나와같은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꽤나 많았기 때문이다.
순간 '그냥 걸어 갈까?' 하는 생각을 했었지만 이내 축축,찝찝,불쾌 해질 바지며 운동화를 생각
하니 정류장을 벗어날 엄두가 나질 않았다.
이런 도전정신없는 평범한 인간같으니...
그렇게 버스에 올라탔고 나는 운이좋게 자리하나를 차지할수 있었다. 안도의 한숨과 함께 내 귀
에 꽂은 이어폰에선 조용하고 구슬픈 멜로디가 흘러나왔다. 버스가 걸음을 천천히 옮기듯...
얼마쯤 갔을까? 난 반주에 맞춰 춤을 추는 빗방울을 하나 둘 세다가 창 밖에서 뜻하지 않은 장
면을 목격했다.
비에 흠뻑젖은 도로위에 그것도 한가운데 고스란히 적지도 않은, 또 활짝 펼쳐진 우산 하나가
놓여있었다.
버스는 누가 쓰지도 않은채 펼쳐져있는 우산을 슬쩍 피해 제 갈길이 바쁜양 잘도 간다.
시야에서 멀어지는 우산 하나.
흔히 볼수 있는 큰우산이다. 주황색바탕에 노랑 줄무늬가 있는, 혹은 그반대, 아뭏렴 어떠냐 그
우산은 이미 주인을 잃었는데
차디찬 바닥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우산 하나.
왠지 추워보인다. 오그라든 몸으로 턱을 덜덜 떨며 입술은 파랗고 눈은 빗물인지 눈물인지 그렁
그렁 맺혀있다.
그렇게 오들오들 자신을 피해가는 차들에게 두려운 눈망울로 혹시 도움을 청하는 것 같다.
덩치는 크지만 아이 같다. 긴머리에 체구가 작은 어린아이. 남자든 여자든 지금은 비에 맞은 아
이라는 게 더 중요하다.
마음은 벌써 버스에서 내렸지만 난 아이를 몇번이고 마음속으로만 구할 수 밖에 없었다.
버스의 잔인한 다리는 더욱 힘있게 달려나간다. 다른 차들도 그렇다. 그냥 비켜나가기만한다.
부딪혀봐야 골치아프다. 하지만 우산은 아직 살아있다.
차갑다. 창문에 닿은 내볼이... 버스 전체가 비에 젖었나 보다. 도로도 건물도 이 도시도 모두 젖
었다.
우산 하나는 아직 거기 있다.
버스가 목적지를 향해 가는 동안에도 내가 그를 신경쓰는 동안에도 이도시가 모두 젖어버리는
동안에도 아직 거기 있다.
누군가 가서 손잡이를 잡기만 해준다면...
어쩌면 비를 막아줄 튼튼한 우산일지도 모르느데....
아쉬운 생각은 그저 생각일 뿐이다.
불쌍히 여기는 마음도 역시 마음에 불과하다.
우산 하나는 생각만 많은 이 도시에서 언제까지나 비만 맞다 결국 바람에 날아갈수도
그 누구의 발에 밟혀 찢어질수도, 아님 손에 이끌려 새주인을 보호할 수 도 있다.
하지만 좋은 쪽은 우리들이 생각을 멈추었을때 얘기다.
난 그렇게 오늘도 생각만 하는, 기력도 없는, 그저그런 평범함이라 모질게 나를 다그치는 인간
일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