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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떠나는 여행의 기술 - 가을여행 떠나기

이강 |2006.09.01 12:52
조회 139 |추천 4

없는 것 빼고는 다 파는, 성남 모란장

 

 
 

시골 5일장은 아련한 추억이다. 지금도 여전히 소읍 등지에선 5일장이 선다. 닷새 만에 한번씩 열리는 시골장에는 삶의 애환과 활력이 넘친다. 근방의 아낙들이 갖고 나온 풋풋한 채소며 과일, 곡물들. 그 한 켠으로 흑염소, 강아지와 고양이 새끼들이 따스한 햇볕에서 임자를 기다리며 졸고 있다. 뒷마당 켠에 자리를 잡은 풍각쟁이, 약장수, 장돌뱅이 등도 한 몫의 장터 풍경을 거든다. 오곡백과가 물드는 여름에서 가을로 가는 길목.  벌써부터 마음이 풍성해지는 장터가 성남 모란장이다.

 

인심이 쏠쏠한 장터

 

유난 알록달록 하다. 시장에는 햇살 좋은 가을볕을 머금은 상큼한 향내가 물씬 풍긴다. 인심 좋은 미소도 마냥 넉넉하고 푸근하다. 햇과실을 한 소쿠리 달랑 내어 파는 할머니의 손품도 섭섭치를 않다. 홑저고리 바람에 장날을 서둘러 나온 할머니는 쌈지를 열어 깔깔한 천원짜리 지폐 몇 장으로 넉넉한 인심을 담아간다. 산약초를 캐어내는 사위자식, 딸자식 장사를 거들어 장에 나온 할아비는 종일 뙤약볕에 그을릴 참이지만 사람구경에 넋을 놓고 내나 무념무심이다. 넉넉하고 흡족한 늙은이의 심사가 태평하니 좋다. 

 

 

성남시 모란사거리에는 끝자리가 4일과 9일에 장이 선다. 서울에서 성남시로 들어가 성남중부경찰서를 지난 뒤 고개 하나를 넘으면 바로 장의 초입인 모란 사거리다.

장이 서는 날이면 모란 사거리부터 성남 시외버스터미널을 지나 대원천 하류 복개지까지 그대로 난장이 열린다. 장이 생긴 것은 약 30여 년 전인 70년대 후반. 지금처럼 명물시장으로 번성한 것은 80년대 초반쯤이다. 그래 그 터잡이가 오래지 않아 오히려 밑그림이 그럴싸하다. 산물마다 나름으로 터와 몫이 따로 나누어져 있고, 구색을 고루 갖춘 형편. 수도권 근방에서 보기 드문 푸진 장바닥 인심에별나게도 서울깍쟁이들이 몰려든다.

세상에 없는 것 빼고는 다 내어다 판다는 성남 모란장 새벽부터 성남, 광주, 이천, 양주, 용인 등 인근 경기도 일대에서 많은 장꾼들이 집결해 왁자지껄한 성시를 이룬다. 잡곡, 마늘, 야채, 과일, 각종 한약재, 가축들이 큰 터를 잡고 있고, 가물치, 뱀장어, 미꾸라지 등도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또 요즘은 구경하기 힘든 각양각색의 물건들도 구석구석에 한 뼘짜리를 얻어 목소리를 높인다. 애완견, 염소, 닭, 오리도 장터의 한 귀퉁이에서 종일 임자를 기다린다. '깎아 달라'거니 '남는 장사가 아니다'거니 실랑이가 다반사. 적당한 선에서 흥정이 나면 그만이다.

 

점심 때가 되면 막걸리집이 붐비기 시작한다. 장터 국밥, 향토음식, 나물, 난장 국수 등 싼 맛으로 요기를 채울 수 있고, 정겨운 말동무도 만날 수 있다. 아직 풋풋한 인심과 구수한 사투리도 그대로다. 가난하지만 정겨움 넘치는 모습, 좌판처럼 질펀히 깔아놓은 장터의 체취와 숨결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열띤 흥정을 벌이다 보면 넉넉한 인심과 함께 가슴이 탁 트이는 여유로움도 만끽할 수 있다. 서울 근방이기 때문에 가족들과 함께 찾으면 심심찮은 구경거리로 충분하다.


운수가 좋은 날

 

어쩌면 운이 좋으면 때 빼고 광을 낸 장돌뱅이나 풍각쟁이를 대면할 지도 모른다. 장돌뱅이나 풍각쟁이는 모두 장을 따라 돌아다니며 살아가는 이들. 걸음품을 팔아 이 장 저 장을 떠돈다. 예전에야 장터 풍경에 흔한 모습이었건만 끝물에 다다른 오일장에서 품이 그럴싸한 장돌뱅이를 찾아보기란 여간 쉽질 않다.

 

 

우리네 장터는 사람들에게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것이 아니라, 세상사 이야기와 흥미로운 볼거리로 가득 찬 축제의 장이었고, 흥과 신명이 어우러지는 마당이었다. 그래 장터 풍경에 마치 맞는 사람들이었다. 장이 서면 그래 사는 맛이 절로 났다. 우리네의 삶의 여백에 가끔 한 점으로 나타나 사라져 가는 정겨운 신명이었다.

구부정한 삭신 위로 따가운 햇살이따갑게 내려앉는 한낮, 그들의 모습은 가난한 시절을 반추케 하는 우리네의 얼굴이다. 빌딩 숲과 빠른 세월에 밀려 오지랖이 푸근하던 우리네 장터도 사라져 가고 있다. 옹기종기 모였다가 흩어지는 장꾼들. 잠시 잊고 지낸 그리운 인정이다. 빛바랜 사진 속 풍경처럼 남아 있는 우리네 추억, 성남 모란시장에는 그나마 몇 푼어치 인정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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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라잡이

 

자가용은 성남시로 들어간 뒤 성남 중부경찰서를 지나 네거리에서 직진해 고개를 넘으면 모란 사거리, 모란 시장의 입구이다. 대중교통은 지하철은 8호선 분당선 ‘모란역’에서 내려 5번 출구로 나가면 모란시장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오전 10시부터 장이 서기 시작해 오후 7시면 판을 거둬낸다. 이즈음이면, 햇과와 오곡이 풍성해지는 시절이다. 가족들과 함께 찾아가면 풍성한 마음을 얻을 수 있는 가까운 여행지이다.  


 평생 떠나는 여행의 기술 - 장터 구경

 

아직도 군단위면단위의 시골에서는 어김없이 5일장이 선다. 그래서 늙은 아비와 어미들은 아직도 5일단위의 날짜 개념에 익숙하다.  장터의 여행의 잃어버린 추억과 몇 푼어치 남지 않은 인정을 찾아가는 여행이다. 도시깍쟁이같이 거드름을 피지말고, 마음을 편안히 열고, 흥정도 붙여보면 좋다. 주름진 어미들의 솔쏠한 인심을 얻어오면 충분하지 않은가.

장을 한 바퀴 다 돌아보는데에는 두어 시간이면 족하다. 아직도 맹물 냉차를 파는 아줌마와 초상화를 그리는 아저씨, 싸리빗자루를 둘러메고 장을 떠도는 옛 시절의 장사치들이 남아 있는 곳이다. 도시 깍쟁이 같이 깰끄름을 떨거면 나서지 않는 것이 좋다. 복장은 가벼운 차림이 좋다. 이것 저것 기웃거리다 보면 신발이 불편할 경우, 다리가 많이 아프다. 자그마한 디지털 카메라 한대를 가져가도 좋다. 잊혀져 가는 풍경인 만큼, 흑백모드로 촬영을 해도 재미가 있을 듯하다. 생수 한 통 달랑 들고 마음도 가볍게 몸도 가벼이 나서면 얻을 게 많은 여행이다. 


 대표적인 시골장터

 

예전에는 시장하면 으레 '5일장'을 떠올렸다. 또 흔히들 '저자거리'라고도 했었다. 아직도 그 명맥이 이어지며, 관광객을 끌어 모으고 있는 장터가 그나마 몇 군데 남아있다. 성남모란장은 서울 근교에서 그 중 가장 크게 열리는 장터. 강원 정선 5일장은 정선의 산골풍경, 특산물, 레일바이크와 간이역 등으로 최근 몇년간 특수를 누리고 있다. 충북 충주의 5일장은 전통재래시장의 명맥을 유지하면서도 현대의 도시화된 모습과 잘어울리는 것이 특징. 경북 봉화장은 최근 그 보존을 위해 힘쓰고 있으며, 산골오지라는 지역의 특성에 맞게 철도관공열차와 연계하여 지역의 문화 알리기에 애쓰고 있다. 이 밖에 충남 서천의 한산모시 새벽장, 전북 군산역에서 매일 새벽 열리는 장터 등 아직도 전국에는 가볼 만한 5일장이 고집스레 남아서 쏠쏠한 인심을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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