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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아버지는 완벽주의자입니다.

윤도경 |2006.09.02 05:42
조회 20 |추천 0
저희 아버지는 완벽주의자입니다.

단 하나의 실수나 사소함도 용서가 되지 않는 분이죠.

그런 아버지 밑에서 어릴적부터 정말 자식에게는 차마 입에 담기 힘든

욕설과 때로는 심각한 폭력? 까지 당하면서 저는 커 왔죠..

아직도 기억나는게.. 지금 들어도 무거운 철제 쇠덩어리 의자를 들고

초등학생이 몇시간동안 펑펑 울면서 이쪽으로 넘어지고 저쪽으로 넘어지고

손찍혀서 피멍들고 어깨 피멍맺히고 하며 눈물콧물 범벅이 되서 벌을 섰던게

생각이 납니다.

원인은 뭐.. 저 공부 제대로 안한다 말 안듣는다 였죠..

한번은 늦게까지 늦잠을 자다가 얼굴과 가슴을 밟혀서 순간 숨을 못 쉬었던적이 있습니다.

의자에 찍히기도 했었고 손발 묶여서 몽둥이로 맞기도 했었습니다.

저희 아버지 그 옛날에 흔하지않은 대졸자입니다.

월드컵 주 경기장을 감독하신 분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제게 했던 행동들은 정말 저로서는 이해가 되지 않는 것들이었지요..


이런 벌이나 맞는것보다도 저는 심한 언어폭력이 너무나 싫었습니다.

제 고등학교 시절까지 계속되었고.. 덕분에 저는 학창시절 제대로 친구들과 어울리지도

못하고.. 그나마 제가 스스로 성격개조를 위해 부단히도 노력하여 학교 보컬도 하고

게임도 하고 하면서 친구들을 만들어 지금까지 학창시절의 친구들이 남이 있죠..

솔직히 아직도 그런 아버지를 완벽하게 이해하지는 못합니다.

지금도 죽어도 자기 고집대로만 해야하고 다른사람(부모, 아내, 자식들, 친척 사촌들)

얘기는 곧죽었다 깨어나도 듣지 않습니다.

어머니한테도 수시로 심한말 매일같이 생활화가 되어서 하고 있구요..

뭐.. 제가 태어나고 30년 가까이 한집에서 살아오며 이런일 말고도 별의 별일이

다 있었지요.. 다 나열하기도 힘이 듭니다.


저희 아버지는 술담배를 하지 않습니다.

거의 연중행사로 한번씩 술을 드시곤 하는데..

오늘이 그 날이었네요.

잔뜩 취해서 수변공원에 있다고(저희집이 수변공원 바로 앞 아파트입니다)

새벽 3시에도 안들어오고 계속 전화만 해서 어무이가 나가보겠다는거 말리고

제가 나갔죠..

수변공원 한쪽에서 잃어버린 안경을 찾고 계시더군요.

이쪽으로 비틀~ 저쪽으로 비틀~

회를 사서 들고 계셔서 회산곳에 가서 물어보니 회 살때부터 안경을 쓰고 있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여기서 잃어버린거 아니라고 아무리 아무리 말을 해봤지만.. 역시 막무가내..

거의 두세시간 동안을 수변공원 벤치를 한번 이쪽끝에서 저쪽끝까지 뒤지고..

그리고 또 뒤지고.. 또 뒤지고..

여기 없다고 그만 들어가자고 아무리 해 봐야.. 역시 막무가내..

마지막으로 들어가는 길에 한번만 더 찾자 해서 또 이쪽끝에서 저쪽끝까지 찾았죠.

그러더니만 하시는 말씀..

딱 한번만 더 찾아보쟈.. 찾아보쟈..

엄청 혀꼬인 소리로 그러시더군요.

그래서 또 찾았습죠..

그리고 또 다 찾고나서 하시는 말씀..

가는김에 함만 더 찾아보쟈.. 찾아보쟈..

ㅡㅡ^

없다고 아무리 말해봐야 아부지가 제 말을 귀에 들을리도 만무하고..

그냥 찾으면서 우스갯소리나 해대며 같이 찾았습니다.

비틀~비틀 하다가 의자에 팔집고 땅에 팔집고.. 휘청휘청 하시는거 아무리

바로 일으켜드릴려고 해도 손만대면 버럭 승질을 내십니다.

''아.. 아.. 가마 쫌 있어바라 있어바라.. 내가에가에가 가수이따 차으수이따..''

그러기를 한시간..

제풀에 지쳤는지 휘청휘청 하다가 꾸벅꾸벅 졸더군요 ㅡ,.ㅡ

아부지 도저히 안되겠다고 아버지 잔다고.. 가자가자 하니.. 그제서야

본인도 안되겠다 싶었는지 집에 가잡니다..

그렇게 해서 제 걸음으로 15분이면 되는거리 또.. 걷다가 쉬고.. 걷다가 쉬고

한시간만에 집으로 와서 방금 자리 누우셨네요..

젊을때는 유도선수로 까지 활동했었고 덩치는 작지만 상당한 몸짱이었던 아버지였는데

술이 취했다고 하더라도 30초를 제대로 걷지 못하고 쉬어야 하는걸보고 역시

아버지도 많이 늙으셨구나 라는걸 다시 깨달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자기 고집만 피우는건.. 역시 여전.. 했구요..

집에오면서 술이 취했어도 제가 우스갯소리 자꾸 해대니 대놓고 웃지는 못하고

입으로만 피식피식 웃으면서 웃음 참는게.. 항상 참고 살았던 60평생 인생이 느껴지더군요..

아버지도 참.. 왜 그렇게 사서 힘든 인생을 사셨는지..


''아빠.. 저 같으면 아빠처럼 안살겁니다.

다른사람들 말에도 귀 기울이고 내 생각이 최고라고만 생각하고 살지 않을겁니다.

너무 독불장군으로 살다가 친구들 다 떠나가고 같이 술한잔 할사람 없이 살지는

않을겁니다.

아빠처럼 무조건 옳은일만 하고 살지도 않을겁니다. 나와 내 가족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어느정도 나쁜 일이라도 난 할겁니다..

좀 더 힘 내시고.. 제가 성공하고 결혼하는것까지 꼭 보셨으면 합니다''


라고 아버지께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아버지는 이제 편히 주무시고 계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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