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승 구경 하고 왔다'는 농담은 누구나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이야기가 어떤사람에게는 농담이 아닌, 현실일 수도 있다.
저는 죽었다가 살아난 사람입니다. 약국마다 돌아다니면서 수면제 80알을 사서 한입에 털어넣고, 사망 진단 후 3일 만에 깨어났습니다. 저승에 갔다온 거죠. 그때는 이 세상에서 살 이유가 없었으니까요.
27살에 뺑소니를 당했습니다. 12시 다 되는 시간에 야학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하숙집으로 돌아가는데 눈앞에 불빛이 환해지더니, 그냥 치고 가는데..... 내 두 다리가 완전히 부서져버렸죠. 그날 이후로 난 살 이유를 잃어버린 거예요.
내가 재미잇는 얘기 하나 해줄까요? 사실 뱅소니를 친 범인을 알아요. 법정 시효는 다 지났지만 잡을 수도 있었죠. 그 사람이 누군지 알고 있었거든요. 날 이렇게 만든 그 사람을 잡으려고 택시를 타고 갔는데..... 죄 짓고는 못 산다고 하잖아요. 그사람, 피골이 상접해 있는 알코을 중독자에 아내도 가출해버리고...... 그 어린아이들, 초등학교 1학년, 3학년 두 아이가 머리에서부터 발끝까지 멍 안든데가 없어요. 아버지가 때려서......
내가 1시간 반을 지켜봤거든요. 구멍가게 옆이 그 사람 집이었어요. 아이들이 상점에 가서 " 아줌마, 우리 아빠가 외상술 한병만 달라고 하던데요." 하니까 가게 아줌마가 뭐라하고, 그러니까 둘이 부둥켜 안고서 막 울더라구요, 보고 있다가 아이들에게 소주 한 병을 사주면서 생각했죠.
'저렇게 망가진 인생을 내가 죽여서 뭘 하겠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가만히 놔둬도 죽게 될 사람이다, 용서해줄 바엔 살았을 때 용서해 주자.'
그러면서 편지를 썼어요. 내가 너를 용서하니 사는 날 까지 사람답게 살아라. 근데 그러고 난뒤에도 그 집 아이들이 어른거려서 못 살겠더라구요. 수소문해보니 이웃 동네에 그 애들 고모가 산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그 고모에게 편지를 썼어요.
그의 삶을 바꿔버린 뺑소니 운전자에게 그는 오히려 도움을 주었다.
" 아이의 아빠가 화물차를 운전하며 서울에 있을 때 그 분이 도와줘서 배고픔을 달랠 수가 있었다. 내가 이제 은혜를 갚으려고 매달 돈을 보낼테니 아이들 생활하는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
이렇게 쓰고 그 후로 7년 동안 돈을 보냈습니다.
지금 이렇게 살고 있는 건 덤입니다. 제 인생이 지금 덤으로 사는거 아닙니까? 벌써 한번 차에 치어서 죽었고, 수면제도 먹고 쥐약까지 마셨는데 덤으로 인생 살고 있는 거죠. 그런데 쥐약 먹을 때 내가 사람인 걸 깨달았습니다. 사람이어서 그런 건지 쥐약을 마시니까 안 죽더라구요.
지금 그는 목발을 짚고 다닌다. 퇴원 후 2년의 노숙자 생활을 끝내고 다시 돌아간 고향. 하지만 고향 사람들의 냉대는 그에게 최악의 선택을 할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는 다시 살아났다.
정신 차리고 취직을 하려고 했는데, 서류 심사는 합격해도 면접에만 가면.......
그리고 그는 잠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것이 무얼 의미하는지 모두 이해할 수 있었다. 그래도 용기를 내서 수없이 입사 원서를 넣은 그였다. 그러던 어느 날의 일이었다.
109번째 입사 원서는 보험 회사의 영업소장 모집이었습니다. 서류 심사가 합격이라며 면접 보러오라고 해서 지팡이를 짚고 들어갔습니다. 심사하는 분이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더니 안내하는 사람을 막 불러요.
"누가 이런 사람 서류 받았어!"
순간, 한두 번 당한 것도 아닌데 은근히 화가 치밀어 오르더라구요.
"누가 장애인 되고 싶어서 된 사람 있습니까? 저도 원래 이렇지 않았습니다. 저는 오늘 귀사에서 면접 보라고 해서 고속버스 타고 올라왔습니다. 면접 보고 맘에 안 들면 그때 떨어뜨리면 되는 거 아닙니까? 그런데 면접조차 볼 자격이 없다구요?"
하고픈 말을 다 쏟아냈지만 그 자리에서는 끝내 돌아설 수밖에 없었다.
내 마음을 알아주듯이 비도 억수로 쏟아지고 고속버스 터미널에서 나오는 노래도 무지 슬프더라구요. '서울이여........ 안녕!'
고속버스터미널 화장실에서 거을을 보니까 두 눈이 토끼 눈보다 더 빨갛더라구요. 진짜 저 수많은 사람 중에 내가 무엇을 잘못했기에, 내가........참........ 흐르는 눈물이 마르지 않고 하염없이 계속 흐르더라구요.
하지만 두드리면 열리는 것이 기회입니다. 110번째 입사 시험역시 보험 회사였는데, 다행히도 사장의 직접 면담으로 합격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이제 남은 건 보험 상품을 팔아야 하는 일인데........ 사람들에게 보험을 들게 하려면 일일이 찾아다닐 수밖에 없죠. 먼길을 다녀야 하니까 우선 자전거를 한 대 샀습니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고객이 한명 있어요. 나를 거절했던 전자대리점 사장인데, 대리점 내에 차가 12대나 있었어요.
"사장님, 12대 중 저에게 2대만 자동차 보험을 드십시오."
"보험 얘기 하려면 물건 안 사도 되니까 그냥가!"
얼마나 무안합니까. 그때는 "알겠습니다" 하고 나오죠. 하지만 그 집 차 12대의 보험이 언제 끝나는지 내 책상에 리스트를 뽑아놓고 기다리는 거죠. 기다리기만 해서는 안 되니까 직원을 통해서 사장님 생일을 안 뒤에 생일 날 케이크 큰 걸 사서 명함 6장을 앞뒤, 좌우로 붙여서 보냈죠. 내가 보낸 줄 모를까봐 이틀뒤에 갔더니 케이크 잘 받았다는 소리도 안하더라구요. 그러려니 했죠.
얼마 후 그 사장이 새 집을 지어서 이사를 간다고 하기에 이번에는 또 뭘 선물할까 고민하다가 괘종시계를 사서 내 이름을 써서 보냈어요. 그런데 또다시 찾아갔더니 시계의 '시'자도 말을 꺼내지 ㅇ낳더라구요.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누가 냉장고를 산다고 하면 그 사람을 데리고 전자대리점에 가고, 사장이 없으면 손잡고 "다음에 사죠" 하고 나와사 사장이 있을 때 다시 가서 사려고 했죠. 그런데도 쳐다도 안봐요. 그 정도로 냉정한 사람이었어요.
이래도 안되고 저래도 안 되니까 그럼 동정표라도 얻어보자 해서 비가 오는 날, 전자대리점에 찾아갔어요. 대리점 안에 사장이 잇는 것을 확인하고 우산을 접어서 옆 집에 맡기고 서서 비를 맞았죠. 비를 흠뻑 맞은 다음 대리점 안으로 들어가서 말했어요.
"사장님, 비가 많이 오네요."
쳐다보지는 않더라도 닦으라고 수건이라도 건네줄 줄 알았는데, 대걸레를 가지고 오더니 내 주위를 빙빙 돌며 물 떨어진 바닥만 닦는 거에요. 정말 참........
어느 눈 오는 겨울, 눈이 무릎까지 찼어요. 이번에도 자전거를 타고 대리점에 가는데 중간에 20번은 넘어졌어요. 여기서 또 꾀를 냈죠.
'사장이 안에서 신문을 보고 있을 때 자전거를 타고 넘어지는 장면을 보여주자. 그럼 저 사람이 나를 일으켜 주겠지.'
그리곤 옆으로 넘어졌는데, 아픈 다리도 아니고 나머지 성한 다리 무릎이 뻑 소리가 나더니 피가 쫙 났어요. 너무 아팟 일어나지도 못하고 있었죠.
재수가 없었는지 누가 아스팔트 위에 숫돌 큰 걸 갖다 놓은 거예요. 눈이 쌓여 있어서 못 본거죠. 그런데 그때 사장이 나오면서.......나를 안고 병원에 가는데, 왜 이렇게 행복해? 영화 속의 남녀 주인공이 안기면서 즐거워하는 장면 속에 내가 그 주인공 같은 거예요. 너무 행복했어요. 그분이 그제야 보험 만기된 자동차 있으면 리스트 가져오라고 하더라구요. 그렇지, 그거였어요. 내가 그때 그냥 넘어진 게 아니죠. 내가 다 계산은 하고 알고 넘어졌죠. 보험 만기된 자동차 3대, 39만 원! 결국엔 내가 생각한 대로 된거예요.
내가 세상 사람들한테 말하고 싶은게 있어요. 땀을 흘려라. 땀으로 안되면 눈물을 흘려라.
땀과 눈물도 소용 없으면 피를 흘려라 눈물 흘리고 땀 흘려도 안주더니 피 흘리니까 주더라구요. 내 경우만 봐도 맞는 거죠.
그는 교보문고에 마련된 강단으로 목발을 짚고 걸어나왔다.
우리 한글에 보면 발음이 같은 세 가지의 '빗'자가 있습니다.
빗./ 빚./ 빛
첫 번째 빗은 머리 빗는 빗.
두번째 빋은 좋아하는 사람이 없죠? 빚쟁이, 누가 좋아할리 없죠. 하지만 이런 빚을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졌어요. 바로 부모님에게 진 빚이죠. 그분들에게 뼈를 빌리고 피를 빌려서 이 땅에 왔아요.
어떤 여자분이 하는 말이 자신의 빋은 아기를 낳아서 갚았대요. 그래서 "이자는요?" 했더니 하나 더 낳아서 갚겠다고 하더군요. 여러분들은 어떻게 갚아나가실 겁니까? 자기의 인격에 맞는 값을 해야 됩니다. 그래야 그나마 낳아주신 부모님께 이자라도 갚을 수 있는 것 아니겠어요?
세 번째는 빛! 이건 싫어하는 사람이 없을 거예요. 태양은 하나지만 삼라만상 모두가 태양을 바라보며 살아가죠. 태양을 얼마나 사랑하느냐에 따라 가을 곡식의 질과 양이 달라질 수도 있잖아요.
싫어하는 '빚'과 좋아하는 '빛'은 점 하나 차이입니다. 그런데 이 점은 누가 찍어주나요? 부모님이 찍어주기도 하고, 선배가 찍어주기도 하고, 아내가 찍어주기도 하고, 목사님과 신부님, 스님이 찍어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가장 좋은 점은 바로, 자신이 스스로 찍는 점이에요. 그래야 가장 좋은 점이라는 겁니다.
선배 중에 한 명이 월남전에 지원해서 갔어요. 6개월이 된 어느 날, 사망했다는 비보가 날아왔습니다. 국립묘지에서 그 분의 장례식을 치렀죠.
"아가야, 너희 아버지는 죽지 않았다. 여보, 눈이 없어도 좋고 다리가 없어도 좋아요, 제발 살아서 돌아와주세요."
핏덩이를 안고 아내가 슬피 울더군요. 그런데 열흘 뒤, 정말 선배가 살아 돌아왔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너무 놀라고 기뻐서 당장 달려가봤더니, 세상에....... 손발이 잘려서 몸이 동글동글해요.
"나, 까딱했으면 죽을 뻔했다. 30명이 죽었는데 나만 살았다. 나는 이제 30명의 몫을 살아야 할 것 같다. 그리고 참 신기하지, 부처님이 내 성질에 손발 있으면 자살할 것 같으니까 친절하게 손발까지 없애버렸다."
손발 없어진 것조차 감사하는 남편. 그 뒤에서 아내는 보기 흉한 남편이 돌아온 것만으로도 기뻐 어쩔 줄을 몰라하더라구요.
'나는 다리 하나 아픈 채로도 얼마나 가슴 아프게 살았는데.......저럼 사람도 있구나.'
그는 강당을 메운 많은 사람들에게 오래도록 마음에 새겨둘 고마운 말을 들려주었다.
온몸 멀쩡하고 건강한 여러분은 얼마나 많이 가져야 부자라고 생각하십니까? TV에서 손가락이 불편한 소녀가 피아노 대회에서 1등 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걸 보면 얼마나 가졌느냐가 중요한게 아니라 어떻게 쓰느냐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죠.
더 많은 걸 가지려고 욕심 부리지 말고 가지고 있는 걸 훌륭하게 쓰는 데 욕심을 부리세요. 여러분의 지금 모습은 어제까지 자신이 조각해온 여러분의 작품이라 생각하세요. 오늘 조각한 나의 모습은 바로 내일의 작품인 거죠. 내일 여러분의 인격을 어떻게 만들지 생각해보세요. 부디 저를 거울 삼아 인생의 화장을 고칠 수 있기를 바랍니다.
-희망을 파는 세일즈맨, 조용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