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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13년간의 나이트메어

이현주 |2006.09.03 14:35
조회 17 |추천 0


오늘 새벽, 난 세 번의 비명을 질렀다.

비교적 작은 소리로 지른 비명이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어떨 때는 온 집안이 떠날 정도로 공포에 질린 울부짖음에 가까운 비명을 지를 때도 종종 있어서 식구들의 새벽잠을 다 깨워버리기 때문이다.

 

내가 나의 나이트메어를 만난 것은 정확히 13년전이다.

'귀신의 장난'이라는 글에서 이미 말했던 것처럼 우리 집 마루의 빨래줄에 걸려있던 남자시체는 여전히 나를 따라 다닌다.

 

위의 클림트의 그림보다는 약간 더 광대뼈가 보기 흉하게 튀어나왔고, 머리는 더 산발한 채로 헝클어져 있으며 입술은 옆으로 길게 찢어져 언제나 조소의 미소를 띠고 있다가 옆으로 길게 입을 벌려 자지러지게 웃어댄다. 그는 나를 비웃고 공격하기 위해 존재한다.

 

꿈속에서 그를 만난 건 비일비재하다.

언제나 그는 다른 모습으로 변신을 하고 나타나곤 했다.

너무 많아서 일일히 다 기억할수도 열거할 수도 없다. 그래도 나를 공격하던 괴물과의 하루를 마치고 잠속으로 빠져들 때가 나의 유일한 휴식시간이었는데... 그 휴식시간마저 그의 방해와 공격으로 편치 못했다. 갇혀있던 11년간을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가위에 눌렸다. 나는 지금도 식은 땀을 잘 흘린다. 아마도 가위에 심하게 눌려대던 그 때부터였던가보다.

 

11년간의 날마다 계속되었던 가위눌림. 낮에는 고문하는 간수가 존재하는 무덤 속에, 밤에는 나를 깨지 못하게 억누르고 가위눌리게 만드는 나이트메어의 공격속에 나의 정신세계는 말할 수 없이 피폐해져갔다.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그 당시 침대 위에서 잠들어 가위 눌리다가 눈을 감은 상태에서 나는 무릎을 꿇은 자세로 온 몸이 마비되어 있었다. 어떻게 된건지 나도 모르겠다. 하여간 잠결에 분명 무릎을 꿇은 자세로 몸이 굳어있었다. 가위에 눌린 상태에서 깨기 위해 몸부림을 치다가(물론 실제로는 조금도 못움직인 상태) 무릎 꿇은 자세 그대로 침대 아래로 떨어져 내렸다.

침대 아래로 떨어진 내 몸은 무릎이 꿇어져있는 굳은 마비상태였다. 그 자세에서 눈을 떴다. 순간 내 몸이 굳어서 펴지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다. 잠시 후 자세를 풀 수 있었지만 말할 수 없이 무서웠다!

 

꿈속에서 나타나는 그는 처음에는 아름다운 남자의 모습을 하곤 했다. 그리고는 나를 위로하며 다정히 대해주었다. 그러다가 내게 가까이 다가오면서부터는 본래의 모습을 드러내며 흉측하게 웃어대면서 나를 공격했다. 때로는 목이 졸리기도 하고, 때로는 몸을 볼모잡히기도 하고, 때로는 칼의 위협에 시달리기도 하고...주로 당하는 공격은 내 얼굴에 그의 흉칙한 얼굴을 갖다대고 사정없이 누르며 짓이겨가는 것이다. 그의 움푹 패인 두 눈동자가 내 눈안으로 들어오려고 한다. 몸서리쳐지게 비명을 질러내야 깨어날 수 있다.

 

기억나는 꿈도 있다.

노숙자가 옛날 사람들이 사용하던 짚더미에 둘둘 말려서 길거리에서 잠자고 있었다. 나는 지나가다가 그 짚더미안으로 고개를 숙여 약간 들여다 보며 '아저씨, 이런데서 주무시면 얼어 죽어요.'그렇게 말했다. 잠들어있던 노숙자가 갑자기 눈을 번쩍 뜬다. 그러더니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심하게 비웃는 표정..나이트메어다..그가 내 손을 잡아끌고 자기가 드러누워있는 그 짚더미 안으로 사정없이 끌어 당긴다. 난 끌려들어가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쓴다. 그러다가 비명을 지르고 깬다.

 

나이트메어는 늘 자기 얼굴을 내 얼굴에 바짝 들이대고 비웃는다. 옛날에 괴물이 나에게 그랬던 것처럼...움푹한 두 눈동자를 내 두눈에 박을 듯이 가깝게 들이대고 비웃어대면 간담이 서늘해진다. 예전에 괴물이 내게 그랬던 것처럼....-_-

나이트메어는 늘 내 목을 바짝 끌어안는다. 내 얼굴을 사정없이 자기 얼굴로 짓눌러댄다. 끔찍한 웃음소리와 함께... 마치 자기에게서 절대 못벗어난다고 말하고 싶은 것처럼.

 

문제는 잠이 들지 않은 상태에서도 그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눈을 감으려고 할 때 머리 위에서 식칼을 든 손이 내 턱부분까지 쓰윽 내려온다. 눈을 채 감기도 전에 다시 뜬다.

꿈에서 깬 뒤 눈을 뜬 상태에서 나이트메어가 내 배위에 타고 앉아 내 얼굴을 들여다보며 찢어진 미소를 띠고 있다. 내가 얼어붙은 잠시 후 그는 사라진다.

눈을 감으려 하면 식칼을 든 손이 얼른 내 팔을 칼로 긋는다.

눈을 채 감기도 전에 다시 뜬다.

그렇게 눈을 감기까지가 어렵다. 약기운으로 잠에 빠져들어갈 때가 되면 나도 모르게 잠들어 버린다. 편안히 자는 밤도 가끔 있다. 아주 가끔...

 

식칼...내가 11년간을 보아오던 부엌칼이다. 괴물의 배를 찌르고 싶었던 그 칼이다. 끝내 괴물을 찌르기는 커녕 용서해버린 뒤에 그 칼은 이제 내 팔을 늘 그어대려고 덤빈다.

 

나이트메어가 내게 선사하는 수많은 악몽은 늘 현실로 예언처럼 드러난다. 개가 죽는 꿈을 꾸면 반드시 개가 죽고, 사람이 다치는 꿈을 꾸면 반드시 사람이 다치고, 누군가 병걸리는 꿈을 꾸면 반드시 그 병에 걸리고...나중에는 말하기 질려서 아예 말하지 않게 되었다. 꿈내용자체를 잊어버리려 애쓴다. 그래서 내 머리속에서 꿈들은 거의 지워져 있다. 악몽은 현실과 맞물려 있다. 예언처럼 현실의 나쁘거나 좋은 일들로 드러난다. 그 내용과 시기도 거의 정확히 일치한다.

 

물론 그냥 비명만 지르다 끝나는 악몽들도 무수히 많다.

악몽을 꾸는 시간은 주로 새벽이기 때문에 화장실에 간다는 것도 상당한 용기를 필요로 한다. 때로는 그냥 대낮에 세수하는 중에 눈을 감고 있는 때도 그가 머리를 누르는 느낌이 들 때가 많아서 서둘러 눈이 따가와도 눈을 뜨고 만다.

 

그는 존재한다.

헛것이 아니다. 그는 살아있는 또 하나의 존재이다. 예언의 능력을 가진 인간이 아닌 영적세계의 존재이다. 그는 살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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