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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인들의 공부법

이상준 |2006.09.05 15:57
조회 23 |추천 2


선인들의 공부법이라길래 공부에 대한 방법론일꺼라는 막연한 기대감으로 책을 집어 들었던 나는 내용을 보고 약간의 실망을 금치 못 했다. 왜냐하면 방법론이라기보다는 마음가짐에 대해 주로 쓰고 있었기 때문이다. 선인(先人)이라하면 동양인들일텐데 그들이 공부 방법론에 대해 논할 꺼라고 생각하진 않았지만 말이다. 어쨌든 내용만큼은 역대의 고전에서 정수를 뽑아낸 만큼 가치 있는 것들이 꽤 많았다. 그 내용들을 한 문장, 한 문장 적어 보고자 한다.

 

「옛날의 학자들은 자신을 위한 학문을 했는데 지금의 학자들은 남을 위한 학문을 한다.」

 

「사람이 도를 넓히는 것이지, 도가 사람을 넓히는 것이 아니다.」

-공자(孔子)

 

「남이 한 번 해서 그것에 능하다면 자기는 백 번 할 것이며 남이 열 번 해서 그것에 능하다면 자기는 천 번 할 것이다.」

-중용(中庸)

 

「옛날의 공부하는 사람은 조용히 학문의 깊은 이치를 음미해본 후 본말이 분명했는데, 오늘날 공부하는 사람은 이러쿵 저러쿵 말만 하면서 높고 먼 것에만 힘쓸 뿐이다.

 

「알면 반드시 좋아하게 되고, 좋아하면 반드시 찾게 되며, 찾으면 반드시 얻게 되리니, 죽는 날까지 공부를 그만두어선 안 된다.」

 

「견문과 식견이 많은 것은 널리 약재를 저장하는 것과 같으니, 중요한 건 그것을 어디에 쓰느냐 하는 것이다.」

-정자(程子)

 

「학자는 공부하느라 먹고 자는 것을 잊을 정도가 되어야 학문에 입문할 수 있으며, 그런 후에야 즐거움이 찾아 든다. 하는 둥 마는 둥 공부하거나 공부를 했다가 말았다가 해서는 학문을 이루지 못 한다.」

 

-주자(朱子)

 

「학문은 깨우쳐 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깨우쳐주는 것은 스스로 깨닫는 것보다는 못 하다. 스스로 깨닫는 것은 일당백의 공부가 된다. 스스로 깨닫지 못 한다면 아무리 깨우쳐주어도 잘 안 된다.」

-왕양명(王陽明)

 

「그대는 물을 거슬러 올라가는 배를 보지 못 했는가? 잠시라도 방심하면 멀리 떠내려가고 만다.」

-조식(曺植)

 

「뜻을 세움이 중요하다는 것은, 공부를 시작하고서도 행여 미치지 못 할까 걱정하면서 늘 물러서지 말 것을 다짐해야 하기 때문이다.」

 

「책을 읽을 때는 반드시 한 가지 책을 숙독하여 그 뜻을 다 알아서 완전히 통달하고 의문이 없게 된 다음에야 다른 책을 읽을 것이요, 많은 책을 읽어서 많이 얻기를 탐내어 부산하게 이것저것 읽지 말아야 한다.」

-이이(李珥)

 

「나는 천성이 글을 좋아한다. 그러나 종일토록 고심하여 글을 읽어도 실오라기 하나 곡식 한 톨도 내 힘으로 생산하지 못 하니, 어찌 이른바 하늘과 땅 사이의 한 마리 좀벌레가 아니겠는가.」

-이익(李瀷)

「천하의 의리는 무궁하다. 어찌 자기의 견해만 옳다 하고 함부로 남을 그르다 하겠는가? 요임금이나 순임금과 같은 성인도 자기를 버리고 남을 따랐거늘, 요즘 사람은 망녕되이 자기만 주장하니, 자못 그 천박함을 알 수 있다.」

「주자는 일찍이 경전을 해석하는 법에 대해 말하면서 "차라리 모자라게 할지언정 넘쳐서는 안 되며, 차라리 서툴게 할지언정 번지르르해서는 안 된다"라고 했다. 이 두 마디 말은 경전에 주석을 다는 사람에게 큰 교훈이 되고, 경전을 풀이하는 사람에게 지침이 될 만 하다. 훗날 독서하는 자는 마땅히 명심하여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홍대용(洪大容)

 

「수박을 겉만 핥거나 후추를 통채로 삼키는 자와는 맛에 대해 논할 수 없으며, 이웃집 사람의 겨울 가죽옷을 선망하여 한여름에 빌려 입고 다니는 자와는 시절에 대해 논할 수 없다.」

-박지원(朴趾源)

 

「책을 읽는 데는 대개 방법이 있다. 세상에 도움이 되지 않는 책은 구름 가듯 물 흐르듯 읽어도 되지만 만일 백성이나 나라에 도움이 되는 책이라면 반드시 문단마다 이해하고 구절마다 탐구해가면서 읽어야 하며 한낮의 졸음이나 쫓는다는 태도로 읽어서는 안 된다.」

 

「나는 평소에 큰 병통이 있다. 생각하는 것이 있으면 반드시 글을 쓰고 글을 쓰면 반드시 남에게 보여주는 버릇이 그것이다. 바야흐로 어떤 생각이 떠오르면 붓을 잡고 종이를 펴서 잠시도 머뭇거리지 않고 글을 쓴다. 글을 쓴 다음에는 스스로 그 글을 좋아하고 기뻐하며 조금 글을 아는 사람을 만나면 내 견해가 완전한 것인지 편벽된 것인지의 여부와 그 사람이 친한 사람인지 소원한 사람인지의 여부를 헤아려보지도 않은 채 급히 보여주고자 한다. 그러므로 남과 한바탕 말하고 나면 가슴 속과 상자 속에는 아무 것도 남지 않는다. 그로 인하여 정신과 기혈이 모두 흩어지고 새어나가버려, 도무지 마음 속에 쌓이고 길러지는 뜻이 없다. 이래 갖고서야 어찌 심성을 함양하고 몸과 이름을 보전할 수 있겠는가. 요즘 와서 차츰 점검해보니 이는 모두 "가벼움"과 "얕음'이 원인이었다. 이는 덕을 숨기고 몸을 보전하는 공부에 큰 해가 된다. 뿐만 아니라 비록 그 말과 글이 모두 야단스럽고 훌륭한 것이라 할지라도 점점 천하고 비루해져 남들로부터 존경을 받지 못 하게 될 것이다.」

 

「대체로 남의 흠을 꼬치꼬치 찾아 내어 새로운 견해를 만들어 내고자 기를 쓰는 것은 본디 큰 병통이다. 그러나 자신의 지혜와 생각을 버리고 무조건 옛 견해를 추종하는 사람 또한 참된 이치를 깨닫지 못한다. 배우는 자가 이전 학자들이 학설에 진실로 의심스러운 곳이 있을 경우 성급하게 별도의 견해를 낼 것도 아니요, 성급하게 그대로 따를 것도 아니다. 모름지기 자세히 연구하여 말한 사람의 참뜻을 깨치도록 반복해서 살피고 확인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해서 혹 의문이 환하게 풀리면 가만히 한 번 웃음으로 이해하고 순리로 해석하여, "아무개는 그렇게 보았으므로 그렇게 말했던 것이니, 이제 이렇게 본다면 이렇게 말애야 마땅하다"라고 해야 할 것이다. 어찌 겨우 조그만 한 부분을 보고서 보물을 얻은 것처럼 좋아 날뛰면서 옛 사람을 배척하고 자기를 내세우기를 거리낌없이 해서야 되겠는가.」

-정약용(丁若鏞)


어쩌다 보니 엄청 길어졌다만, 모두 주옥 같은 문장들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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