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 사회과학원 변강연구센터의 동북공정 프로젝트가 실체를 드러내며, 우리를 아연실색케 하고있다. 사실상 우리나라에서는 어떤 대비책도 마련되어 있지 않음에 따라, 중국의 동북공정을 단순한 역사왜곡으로만 무시하기에는 쥐고있는 수가 궁색해보이지 않나 싶다.
물론 국가 간의 외교란 일반인이 생각하는 이상의 세밀하고 미묘한 선에서 밀고 당겨지겠지만, 우리 정부의 태도라는 것이 그 어느 쪽으로도 분명한 기색이 없어서 실망이 더 커지고 있다.
고조선에서 부여, 고구려로 이어져서 발해까지 이르는 중국의 역사찬탈. 만약 고조선-부여-고구려-발해로 이어지는 우리의 역사를 빼앗긴다면, 우리가 그토록 자부하던 '반만년 한민족 역사'는 빛을 잃어버리고 만다. 게다가 한반도 후삼국시대를 끝낸 고려도 '고구려의 계승'이라는 국가이념 자체가 흔들린다.
과거에만 동북공정의 영향권이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현재진행형인 간도의 경우도, 만약 우리가 역사를 빼앗긴다면 중국의 주장에 무게가 실릴 수 밖에 없다. 항간에는 간도의 소유권을 2009년까지 찾아오지 못하면 중국에 완전 귀속된다고는 하지만, 다행히 국제법상의 시효는 정확히 정해진 것이 없다고 한다. 하지만 중국에서 언제 어떤 주장이 나올지 모르고, 그 주장에 국제여론과 학계가 얼만큼이나 무게를 실어줄지는 미지수가 아닌가.
역사라는 것이, 당장 먹고사는 생존과는 관계가 없어 '아는 사람들만의 세계'일 수도 있다. 의무교육과정에서 밤을 새가며 외운 국사나 세계사도, 오늘의 바람에 시달리다보면 어느새 기억에서 놓아버리기도 하고. 역사로 인한 분쟁의 성격상 단기간에 끝날 수는 없기 때문에 지속적인 관심을 갖는다는 것이 일반 국민들에게는 사실상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나중에 어떤 후회를 할지는 몰라도).
정부입장에서도 당장 오늘을 다져놓고, 내일 뛰어오르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의무일 수 있다. 이미 지나간 옛 이야기보다는 국가의 존속이 중요한 것, 분명 사실이다.
반대로 역사라는 것은 작게는 개인으로 하여금 교훈을 갖게 하고, 크게는 민족적으로 고무되게 한다는 점에서 무기가 되기도 한다. 간도분쟁처럼 비문에 새겨진 기록만으로도 거대한 영토의 소유권이 왔다갔다 하는 경우도 있고 말이다(독도의 경우도 마찬가지).
간도나 독도처럼 역사의 힘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데도,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대학연구기관 외에는 사학자 개인을 중심으로 한 소규모 연구라던가, 그 소규모 연구의 연대정도가 전부다.
2007년. 그러니까 내년 2월 정도면 중국의 동북공정 프로젝트가 완료된다.
시간이 조금 흘러, 우리 다음 세대의 아이들은 단군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까? 광개토태왕의 나라에서 이어진 발해를 기억할 수 있을까?
단순한 반중, 반일감정이 아니라 올바른 인식과 꾸준한 관심으로 그들을 압도하는 국민성. 지속적이고 효율적인 지원책과 국내 학계의 투명한 연계를 통한다면, 적어도 우리의 기억과 기록을 부정당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