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소똥말똥에게
티벳이라는 곳에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 중에“내일과 다음 생 중 어느 것이 먼저 올지
우리는 알 수가 없다”는 말이 있단다. 죽음은 “언제나” “누구에게나” 일어 날 수 있는
일이라는 뜻이지.너는 아직 어리고 엄마는 아직 젊지만 세상에는 너보다 어린 아이가
엄마를 잃은 경우도 있고, 엄마보다 젊고 건강하던 사람이 갑자기 저 세상으로 가버리는
일도 있단다.
그래서 오늘은 엄마가 만약 아무런 준비도 없이 소영이 곁을 떠나게 될 때를 상상하면서
사랑하는 내 딸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을 글로 남기려한다.너는 지금쯤 엄마가 죽을 수도
있다는 상상을 하면서 많이 슬퍼하겠지! 엄마도 너를 두고 너무 일찍 저 세상으로 가버릴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니까 눈물부터 나는구나.그렇지만 지금부터 엄마가 너에게 꼭 들려
주고 싶은 이야기를 몇 가지 적어볼게. 너의 엄마로, 너보다 더 일찍 태어나 더 먼저 세상을
살아본 여자선배로서 하고 싶은 이야기들이야.
우선 내 딸에게 가장 하고 싶은 말은 네가 나의 딸로 태어나줘서 고맙다는 거야. 네가 엄마
뱃속에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을 무렵에 진호오빠는 첫 돌도 안 된 아기였고, 할아버지는
많이 편찮아서 엄마가 무척 힘들었단다. 그래서 잠시 너를 낳지 말아야겠다는 나쁜 마음을
먹었던 적이 있었어. 그것 때문에 엄마 뱃속의 아주 작은 아기였던 너에게, 이제는 엄마만큼
키가 커버린 소녀가 된 너에게 늘 미안한 마음이란다. 그렇지만 소영아, 엄마 몸속에 너를
가졌을 때부터 너를 낳고 우리가 함께 보낸 시간은 엄마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단다.
엄마가 얼마나 너를 사랑하는지 어떻게 표현 할 수 있을까? 2.4kg 조그만 아기였던 시절부터
너는 엄마 인생의 가장 큰 기쁨이었고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딸, 소중한 친구였단다. 엄마가
얼마나 너를 사랑했는지... 네 몸을 쓰다듬던 엄마 손길을 늘 기억해주길 바란다.
엄마가 네 곁에 없더라도 힘들 때는 언제나 네 편이 되어줄 엄마를 기억해다오.
사랑한다 언제나!
두 번째로 하고 싶은 이야기는 나는 내 딸이 자신의 이름과 몸을 소중히 생각하는 사람이면
좋겠다. 네 친구들, 주변 사람들이 네 이름을 부를 때 미소 지을 수 있다면 좋겠구나. 그렇게
될려면 네 자신을 소중히 여기고, 네 주변 사람들도 너 자신만큼 소중히 생각해야 한단다.
때로는 오해와 비난 때문에 힘들 때도 있겠지만 엄마 경험으로는 이 세상을 사는 데 가장 큰
무기와 기술은 “착하고 따뜻한 마음”뿐이란다. 네 이름만큼이나 소중하게 여겨야 할 것이
너의 몸이다. 아프지 않도록 언제나 몸을 청결하게 하고 부지런히 운동을 했으면 좋겠다.
몸이 아프면 마음까지 아프게 되는 경우가 많더라. 지금처럼 날씬하고 건강한 모습이 엄마를
얼마나 기쁘게 하는지 늘 기억해다오.
세 번째는 책을 많이 읽고, 여행을 많이 했으면 좋겠다.엄마는 네가 아주 어렸을 때부터 세상
곳곳을 많이 구경 시켜주려고 노력했단다. 섬진강에서 모래장난 하던 거 기억나는지? 네
발가락 사이로 스르르 빠져 나가던 고운 모래의 느낌, 물결 위에 반짝이던 햇살의 느낌을
기억하는지? 협재해수욕장에서 조그만 게한테 손가락 물려서 앙앙 울던 네 모습을 엄마는
기억하고 있단다. 두 해전에는 푸켓에서 쓰나미를 만난 적도 있었지. 그 때 아주 많은 사람
들이 죽었고 다쳤는데 우리는 무사할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먼 곳이 아니라도 괜찮다. 뒷산에 올라도 매일이 다르고, 매 시간이 다른 풍경들로 눈을 씻고
마음을 고요하게 할 수 있더라. 여행으로 많은 사람을 만나고 그 속에서 너 자신을 만나게
되는 경험을 갖게 되길 바란다.
책을 읽는 것은 네가 지금 있는 그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여행이 된다. 책 속에서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만남을 가질 수 있게 된단다. 먼 나라, 다른 시대에 살았던 작가와 공감을 갖는
경험을 엄마는 무척 좋아하는데 내 딸도 그 기쁨을 알게 되었으면 좋겠다.
누구나 살다보면 힘든 일을 겪게 된단다. 그러나 고통은 너를 쓰러뜨리기 위해 준비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하거라. 힘들 때 손을 내밀면 도움이 되어줄 친구를 많이 만들고 너도
그들이 내미는 손을 기꺼이 잡아주기를 바란다. 세상을 살아가는데는 그런 따뜻한 위로와
격려가 필요할 때가 많단다.
사랑하는 내 딸 소영아 엄마의 사랑을 늘 기억해주고 너 자신을 소중히 여기며 살아가거라!
2006 엄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