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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을 쏘다)첫 싱글 낸 ‘중국판 보아’ 열여섯살 장리인

서민지 |2006.09.09 12:19
조회 194 |추천 1

2006년 9월 6일 (수) 15:19   경향신문

(별을 쏘다)첫 싱글 낸 ‘중국판 보아’ 열여섯살 장리인




                                                                                                                                                                                          2003년 봄 중국 쓰촨성 출신의 13세 소녀가 한국땅에 발을 디뎠다. 그는 유학생도, 관광객도, 이주노동자도 아니었다. 장리인이라는 이름의 이 앳된 소녀는 가수 지망생이었다. 한국의 SM엔터테인먼트가 광활한 중국 시장 공략을 위해 준비한 프로젝트는 이렇게 시작됐다.

3년이 지난 가을, 장리인은 첫번째 싱글을 내며 드디어 ‘가수’라는 직업을 얻었다. 요즘 많은 가수들이 그렇듯, 아직 친구들은 고등학교에 다닐 나이에 데뷔를 한 셈이다. 게다가 낯선 사람들과 처음 보는 글자로 둘러싸인 이국에서의 가수 훈련은 다른 이들보다 배는 어려웠을 터이다.

지난 4일 처음으로 한국인 기자를 만난 장리인은 간밤에 첫 인터뷰를 앞둔 긴장감에 잠을 설쳤다고 했다. 중국어를 할 줄 아는 회사 직원과 동행했지만, 대부분의 답변은 직접 한국어로 했다.

장리인은 부모님 모두 바이올린 연주자인 음악가 집안에서 태어났다. 장리인도 바이올린을 10년간 배웠고, 쓰촨성 음악중학교 1학년 재학 중 한국으로 건너왔다. 한 자녀를 권장하는 중국 정부 정책 때문에 형제·자매는 없다.

손은 바이올린 활대를 잡았지만, 입으로는 휘트니 휴스턴, 머라이어 캐리, 보이스 투 맨, 셀린 디온 등의 알앤비 음악을 흥얼거렸다. 장리인은 “바이올린은 지겨워요”라고 입을 비쭉 내밀었다. 그는 초등학생때부터 이미 지역 노래대회에서 수상해 근방에선 ‘노래 잘한다’고 소문나 있었다.

재능있는 중국인 가수 지망생을 찾던 SM은 소녀에게 계약서를 내밀었고, 중국 시장을 강타한 한류의 위력을 몸으로 느끼고 있던 장리인과 그의 부모님은 선뜻 한국행 제의를 받아들였다. 평소 텔레비전이나 공연으로만 접하던 보아, 강타와 함께 생활하며 노래와 춤을 배울 기회를 얻은 것이다.

장리인은 중국 청소년들이 가장 많이 사용한다는 인터넷 메신저 서비스 ‘QQ’로 중국 친구들과 연락한다. 친구들은 “동방신기 봤느냐. 신화는 어떠냐”고 연방 물어본다. 가끔 장리인은 중국에 돌아갈 때마다 친구들에게 같은 소속사의 동방신기나 슈퍼주니어 사인을 챙겨주기에 바쁘다.

데뷔곡은 동방신기의 시아준수와 함께 부른 ‘타임리스(Timeless)’. 소녀답지 않게 잘 다듬어진 가창력이 돋보인다. 같은 기획사에서 노래 연습을 해서인지 언뜻 보아 목소리처럼 들리기도 하지만, 보아보다는 좀더 굵직한 솔 창법을 구사한다. 장리인도 “외국 유명 가수들의 노래를 그대로 따라할 수 있다”며 가창력 하나만은 자신 있다는 태도다. 단지 알앤비라는 장르 특성상 절절한 감정 표현이 필수적인데, 아직 경험이 부족해 표현에 종종 어려움을 겪는다.

‘타임리스’는 이별의 아픔을 노래한 곡. 혹시 헤어진 경험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없어요”라며 배시시 웃는다. 그래서 녹음 중 슬픈 감정을 잡기 위해 지난해 가을 돌아가신 할머니를 생각했다. 중국을 떠나기 전 “꼭 성공하고 돌아올게요”라고 다짐했지만, 할머니는 손녀의 데뷔를 보지 못하고 눈을 감으셨다.

훈련 기간 중 가장 어려웠던 점을 꼽으라니 역시 ‘한국어’를 든다. 장리인은 “한국말은 받침이 많아 발음이 어려워요. ‘을’ ‘를’ 같은 발음이 특히 어려워요”라고 말했다. ‘타임리스’도 한국어판, 중국어판 두 가지가 있는데 중국어 노래는 가사에 실린 감정을 고스란히 느끼며 부를 수 있었다.

말이 안 통해 답답할 때, 부모님이 보고 싶어 외로울 때 같은 연습실 소속 친구들이 큰 힘이 됐다. 같은 중국 출신으로 장리인보다 먼저 데뷔한 슈퍼주니어의 한경도 친오빠처럼 장리인을 아껴줬다.

그래도 3년이 지나니 장리인에게 한국은 제2의 고향이 됐다. 가장 좋아하는 한국 음식은 삼겹살과 냉면이고, 패스트푸드 햄버거도 잘 먹는다. 얼마 전에는 눈을 잃은 장생이 위태롭게 줄을 타는 ‘왕의 남자’ 마지막 장면을 보고 눈물을 쏟을 정도로 가슴이 아팠다. 주말에는 텔레비전 오락프로그램 ‘엑스맨’을 보며 깔깔대는 영락 없는 10대 소녀다.

인터뷰에 동석한 SM 관계자는 “리인은 영특하다. 노래는 워낙 잘해 노래 선생님들도 그의 목소리를 교정하는 정도였다”고 귀띔했다. 장리인이 보아를 뛰어넘는 아시아의 별이 될 수 있을까. ‘타임리스’는 한국·중국·태국·대만·홍콩 등 아시아 5개국에서 무료 다운로드 서비스를 시작했다. 장리인은 8일 ‘타임리스’를 포함한 2곡이 담긴 싱글을 내고, 내년쯤에는 정규 음반으로 SM의 아시아 음악시장 공략의 선두에 나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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