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형의 분노, 형의 서러움.... 다 이해하겠는데... 은채는 안 돼.... 은채만은 건드리지 마. 제발" 우리 나라 최고의 톱 가수다. 천재적인 음악 감각을 가졌다. 가끔 꼴통 짓도 잘하는데, 예를 들어 '초밥왕'만화를 보다가 꽂히면 방송이고 뭐고 다 펑크 내고 초밥왕이 되겠다며 횟집으로 떠난다. (그를 좋게 본 사람들은 천재의 객기라고 하고, 그를 시기하는 사람들은 미친 놈이라고 일축한다) 씨익 웃는 눈 웃음이 거의 살인적이다. 실제로 그 눈웃음 때문에 수 많은 여자들이 병원신세를 졌고, 수 많은 남자들이 도탄에 빠졌다. 그가 텔레비전에 출연한 다음 날은 이혼 법정이 만원이다. 유머 감각도 뛰어나다. 좌중을 사로잡는 카리스마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멋지고, 잘 생기고, 노래도 잘 부르는 놈이 착하고 겸손하기까지 하다. 강민주에게 꽂혔다. 강민주는 우리 나라 최고의 여가수다. 그녀의 발 소리만 들어도 심장부터 떨려온다. 난 기네스 팰트로에게 팬이라며 꼭 한번 만나고 싶다고 메일을 받은 적도 있는 사람이다. 기네스 팰트로 열 트럭을 가져다 줘도 강민주와는 안 바꾼다. 강민주와 친한 은채를 구워 삶아 간신히 둘 만의 자리를 가졌다. 사랑해왔다고 고백부터 해버렸다. 한동안 내숭을 떨며 튕기던 강민주도 어느 비 오는 날, 내 키스를 거부하지 않고 받아주었다. 강민주와 공개 연인 선언도 했다. 강민주와 함께 한 꿈 같은 시간이 채 한달도 안 되었을 때, 강민주가 내게 아무런 상의 없이 결별 발표를 해 버렸다. 무언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다른 남자가 생겼다고 했다. 사람들 앞에선 겸손을 부렸지만, 난 내가 우리 나라 최고의 남자라고 자부해왔었다. 내가 손만 뻗치면 모든 여자들이 내 앞에 무릎 꿇을거라고 자만심이 있었다. 쪽 팔리고, 자존심 상하고, 미칠 것만 같았다. 빗길을 170km로 달리다 차가 다리 아래 강물로 추락해 버렸다. 이렇게 끝나는구나... 죽는다고 생각한 순간 이상하게 내 분신같은 친구 은채의 얼굴이 떠올랐다. 죽음의 시간과 맞닿아 있는 동안 은채의 눈부신 사랑을 알았다. 나는 사실 한번도 은채가 없는 내 삶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내가 돌아보면 은채는 언제나 그 자리에 서서 나를 바라봐 주었다. 은채가 언제든 내 곁을 떠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 은채가 없다면.... 나도 없을 것이다. 이제야 깨닫는다. 내가 은채를 사랑하고 있었구나. 강민주에게 향한 사랑과는 비교도 안 되게 지독하게 은채를 사랑하고 있었구나. 20년 동안 등만 보여주었던 은채를 향해 돌아섰다. 그런데, 은채의 시선은 다른 곳을 향하고 있다. 몸은 그대로 나를 향해 서 있는데, 시선은 나 아닌 다른 곳을 보고 있다. 은채의 시선이 향하는 곳을 따라 가 보았다. 그 곳에 내 엄마의 아들, 차무혁이 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