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type A.K.A. The Big Cat
혹시 고양이에 대한 얘기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단순히 고양이라는 이름에서 나오는 이미지가 아니고 고양이가 품고 있는 내적인 향에 대해서 말이다. 지금까지의 수많은 문학 작품이나 혹은 다른 예술 작품에서 이 고양이라는 놈은 자주 등장했었다. 세상을 풍자하기 위한 은유적 도구로 모습을 드러내는가 하면, 인간의 내면에 깊게 자리잡고 있는 다양한 무늬들의 주체로 활동하기도 하였다.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 중 공통 분모가 되는 것은 고양이가 지닌 양가적인 특성이란다. 때로는 날카로우면서도 냉정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관능적이면서도 온화한, 권위적이고 고집스러우면서 동시에 자유롭고 틀에 얽매이지 않은, 이 신비스러운 분위기가 그것이다. 서두가 좀 길었는데, 어쨌든 여기 빅캣(Big Cat)이라는 또 다른 닉네임의 주인공 피타입(P-Type)은 그 고양이와 많이 닮아 있다. 이름도 이름이겠지만, 그의 음악이 담고 있는 이중성은 그 큼지막한 고양이에 더욱 가깝다. 날카로우면서도 공격적인 가사들 사이로 섬세하게 수놓아진 단어들이나, 홀로 이 낮선 세계를 방황하면서도 곳 곳에 사나이만의 로망을 담아내는 감수성이 그렇다. 이런 특징은 빅캣의 이중성을 잘 버무려 하나의 매력으로 탄생시킨다.
내가 그랬고, 그네들이 그랬듯....... P-type The Big Cat을 오랫동안 기다려온 이유는 다른 곳에 있지 않았다.
Natural Born MC
피타입과의 만남을 떠올려보니, 줄다리기라는 것이 연인에게만 적용되는 것은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둘의 관계에 제법 어울리기 때문이다. 그래. 우린 자주 그랬다. 만나면 음악 얘기가 99.99% 였고 의견은 99.99%가 맞지 않았었다. 내가 서대문을 향하자 하면 이 친구는 매번 동대문을 고집하였다. 한참을 옥신각신하다보면 어느새 우린 7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가 원론적인 부분을 건드리기 시작했고 결국엔 제 풀에 꺾여 쓰러지기 일수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같은 주제에 같은 핵심이었는데 그 표현만 달랐던 것이니 우습긴 하지만 당시에는 얼마나 얄밉던지. 그런데 이 지독한 인간을 향해 얄미운 표정을 지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부정할 수 없었던 것이 있었다. 바로 음악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와 접근이었다. 두 세 시간 동안 흑인 음악에 대한 역사와 이론을 들먹이면서 나 같은 독한 인간을 못살게 군다는 것은 그만큼 음악에 대한 나름의 철학이 있다는 증거가 아니겠는가. 딱히 옳은 길이라고 말 할 수 없는 모호한 것들 조차 옳다고 할 수 있을 정도의 독자적인 방법론을 만들어내는가 하면, 음악 하나를 선정하더라도 자신의 음악관에 걸 맞는 창작물이 나타나기 전엔 결코 침묵하던 기억은 이에 대한 좋은 단편이다.
그는 음악에 대한 열정 또한 대단하다. 타고난 기질인가? 드러머 출신의 아버지를 두었다는 이유를 떠나서라도 그를 보면 스스로에게 "Get Music or Die Trying"을 강조하는 듯 했다. 인터뷰에서도 얘기했듯, 실제로 이 친구는 혼자 조용한 장소에 있을 때면 열심히 가사를 적기 시작한다. 심지어는 패스트푸드점인 맥도날드에서 조차 홀로 고민하며 가사 적는 모습을 내게 걸린 적이 있는데, 이런 순수한 열정과 고민이 동반되니 결과물들은 하나같이 그 결이 매끄럽고 섬세할 수밖에 없다.
구체적으로, 가사는 얼핏보기엔 평범한 단어들로 구성된 텍스트의 조합처럼 보이지만 명확히 정의되지 않는 문장으로 인해 청자들은 제 2의 해석 기회를 가지게 된다. 단지 듣는 위치가 아닌 들으면서 함께 생각할 수 있는 참여의 시간을 말이다. 그가 지금까지 까메오로 참여했던 곡들 가운데,
"태양은 찬란히 그 빛을 발하리 저기 붉은 빛 물든 거리의 울분이 폭발하리" (Defconn의 "Kill Dat Noise")
"심장이 하나면 마음도 하나다. 마음이 하나면 믿음도 하나다." (4WD의 "친구")
"저 높은 곳에 펼쳐놓은 꿈의 근처로 다가가리라. 날 증명하리라. 잔인한 이 세상이 날 기억하리라." (Verbal Jint "What U Write 4")
이런 부분들이 음악이 끝났음에도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것은 이 때문일 것이다.
꾸는 꿈은 불길을 뿜는 거칠은 저 화산이다.
흔히 우리는 삶을 한 나그네의 여정에 비유하곤 한다. 이 말이 크게 틀리지 않다면, 지금 피타입이 멈춰 선 곳 앞엔 여러 개의 갈림 길이 놓여져 있음에는 틀림없다. 한 번 발을 디디면 뒤돌아 올 수 없는 길이지만, 그의 선택은 언제나 옳았고 지금도 스스로에게 당당할 수 있는 곳을 향하고 있을 것이다. 솔로 곡 "돈키호테"를 통해 피타입은 말한다. "꾸는 꿈은 불길을 뿜는 거칠은 저 화산이다. 지금의 자화상이 아직은 비록 타다만 불씨 같다만, 이뤄질 꿈인지도 장담할 수 없다만..."
그래. 이젠 저 화산이 폭발할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
- 김현준 (자유기고가)
출처-Dhttp://www.ptyp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