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에서 가장 물가가 높은 도시중 하나 뉴욕. 흔히 뉴욕은 미국이 아니라고 말한다. 이민자의 천국이 맞는 말인 듯 그만큼 먹거리도 풍부하고 다양한 나라의 음식을 쉽게 접할수 있다. 하지만 뉴욕에 처음 와서 아무 음식점이나 들어가면 백이면 백 실패하게 는 것이 현실이다. 높은 물가와 인건비때문일까, 흔한 패스트푸드조차 제대로 만들지 못하는 곳이 또 뉴욕인듯. 뉴욕에 온 이상 매 끼니를 한국음식으로만 해결할 수도 없고 제대로 된 레스토랑을 찾아 한끼 식사에 $50 이상 투자하는 것도 무척 부담스러운 일. 이번에는 뉴욕 맛기행 중 가격대비 최고의 만족도를 보여줬던 곳 베트남음식점 사이공그릴(Saigon Grill)을 소개한다.
뉴요커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고있는 사이공그릴 3호점이 드디어 유니온스퀘어에 오픈했다. 마치 시장통같았던 1호, 2호점과는 사뭇다른 깔끔하고 품위있는 인테리어는 천정을 높여서 디자인해 꽤 고급스러워 보일뿐 아니라 옆 테이블 사람들의 대화소리가 그다지 들리지 않는 효과가 있었다. 그동안 이 레스토랑의 가장 큰 매력은 가격과 맛이었지만 3호점은 분위기도 업그레이드 되어있다. 아직은 홍보가 많이 안 되어 있는지 예약을 할 정도로 붐비지는 않았다.
사이공그릴은 베트남음식점을 표방하고 있지만 퓨전 아시안 레스토랑이라고 생각하면 좋을것이다. 베트남음식은 물론 스시와 같은 일식, 태국요리 파타이 등도 맛볼 수 있다. 처음 주문할때 메뉴판에 나열된 낮선 이름들때문에 당황할 수도 있지만 웨이터에게 원하는 메뉴를 설명하면 친절히 알려준다.
먼저 에피타이저론 한국에도 보편화된 월남쌈이 인기있다. 깔끔한 맛을 좋아하면 튀기지않은 서머롤(Goi Cuon Tom)을, 고소한 맛을 좋아하면 스프링롤(Cho Gio)을 먹어보자. 다른 곳과는 달리 깨끗한 기름으로 바로 튀겨내오기 때문에 최고로 맛있는 튀김들을 먹을 수 있다.
중국집에서 파는 된장찌게는 맛없다는 말은 이 곳에선 통하지 않는다. 이 곳의 파타이(Bun Xao)는 그야말로 예술이다. 제대로 손질된 싱싱한 새우(닭고기나 소고기 등으로 바꿀수도 있다)와 야채를 쌀국수와 함께 볶은 파타이에 이 집의 자랑인 휘시소스를 살짝 뿌려먹으면 둘이 먹다 하나 죽어도 모를 정도. 단것을 싫어한다면 소스는 뿌리지 않아도 된다. 여기에 나오는 소스는 고객이 원한다면 별도로 판매 가능하며 플라스틱 통 하나에 8불이면 산다.월남쌈을 만들어 먹을때 쓰는데 세번은 충분히 먹을 양이 나온다.
메인으론 단연코 폭찹(Xuong Nuong)을 먹어봐야만 한다. 소고기요리인 Bo Luc Lac도 인기있지만 폭찹이야말로 이 집의 대표 메뉴. 돼지고기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이 곳의 폭찹만은 꼭 맛보길 바란다. 역시 거의 모든 음식에 곁들여 나오는 휘시소스를 뿌려먹는다. 뉴욕의 거의 모든 레스토랑과 마찬가지로 폭찹같은 스테이크류의 음식은 겉을 태워나오는 경우가 많지만 속은 육즙이 적당하다. 태우지말라고 주문하고 싶지만 혹시 맛이 떨어질까봐 말도 못하고 탄 부분을 떼어내고 먹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다.(사실은 거의 안뗴고 그냥 먹어버렸다...)
음료로는 타이 아이스티가 특이하다. 벽돌빛이 나는 진한 아이스티는 특이한 향때문에 올때마다 생각나는 음료. 음식들과 아주 잘 어울린다.
뉴욕에서는 레스토랑에서 잘 먹고나서 막상 돈계산할 때는 가슴이 답답해졌지만 이 곳에서는 매우 상쾌한 기분으로 나올 수 있다. 세 사람이 위의 메뉴를 실컷 먹고도 팁포함 40불 안팎이다. 누군가에게 한턱 낼때 부담없는 가격이다. 너무나 많은 메뉴가 있지만 다 먹어보지 못하고 나오는게 아쉬웠다. 많은 인원의 사람들이 가서 한가지씩 메뉴를 주문하면 조금씩 맛볼 수 있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주머니가 가볍지만 제대로 먹고싶을때, 맨해튼 중심부에서 뉴요커들과 어울려 가끔은 조그만 사치를 누려보는것은 어떨까.
사이공그릴 3호점은 93 University Place, 11 &12th St.사이에 있다.
레스토랑 홈페이지 : www.saigongril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