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디의 천국여행 동행기 ]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의 작가, 미치 엘봄의 첫 소설.
이렇듯 겉표지에 쓰여진 단 하나의 문구만으로도 벌써 내 가슴을
두근두근 설레이게 만들어버린 바로 그 소설..
'에디의 천국'은 크리스쳔인 내가 상상하고 있던 것과는
전혀 다른 그렇지만 훨씬 더 따듯하고 평온한 또 다른 천국의
모습을 보여준다.
내세나 전생, 천국과 지옥.. 어쩌면 이 모든게 인간이 만들어낸
하나의 환상에 불과할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이 책을 읽는
동안에는 '정말 그런 환상의 공간이 실존할 수 있겠다.'라는
믿음을 져버릴 수가 없었다.
이 책의 주인공 에디는 80이 훨씬 넘은 백발의 땅달막한 노인으로
죽기 직전까지도 놀이공원에서 정비공으로 일하고 있었을 만큼
그다지 특출나거나 비범하지 않지만 적어도 성실한 삶을
살아온 평범한 남성이였다.
죽고난 뒤 그는 여전히 자식도 없고 아내와 가족들이 한명씩
죽음으로 그를 떠나가 결국 장례를 치뤄줄 변변한
친척조차 없는 불쌍한 노인으로 비춰지지만
내세의 삶, 즉 천국에서 그는 결국 그 나름의 삶의 의미를 찾고
역시 천국의 진정한 의미인 '자신과의 화해'를 이루게 된다.
그가 천국에서 만난 다섯 사람은 저마다 그의 인생에
직접적으로 또는 아주 간접적으로 크고 작은 영향을 주고
받은 사람들로 한 사람 한 사람 만날 때마다 그의 생에서
가장 아프고 또는 행복했던 기억들을 상기시키며
마침내는 그 전 인생의 남다른 의미를 찾아준다.
그다지 길지도 않은 이 책은 참 많은 것에 대해서 말한다.
인생의 참의미, 자신과 또는 타인과의 화해, 사랑, 희생
그리고 이 모든 테마들은 '인간과 인간 사이의 관계'로 집약된다.
오늘 아침 버스에서 마주친 많은 사람들, 부모님, 형제, 친구들
그리고 훨씬 더 많은 사람들과 우리는 크든 작든 서로
영향을 주고받고 있고 그런 작은 관계들이 결국 세상을
만들어 낸다는 단순한 진리를 이 책에서 찾을 수 있었다.
이 책에서 든 가장 단순한 예로 누군가 죽음으로써 또 누군가는
새 생명을 얻게 되고 그 때문에 우리들이 갓 태어난 아기들에게
그토록 끌리는 것이라 했다.
실제로도 그렇다. 지금껏 수많은 사람들이 내게 영향을 끼쳐 왔고
나도 마찬가지로 알게 모르게 누군가에게 영향을 준 부분이
분명 있겠지.
이를 테면 내가 무심코 건넨 한마디가 힘들어 하던 누군가의
마음에 위안에 될 수도 있고 잡지에서 본 한 성공한 호텔경영인의
인터뷰에서 보게된 경우처럼 '아 넌 참 친절하구나.'라는
누군가의 한마디가 그에게는 그 자신이 평생 서비스직에
몸 담게된 계기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처럼 우리가 일상적으로 주고받는 말 한마디 한마디에서부터
크게는 잠을 자고 사람을 만나는 이런 사소한 행동에서 까지도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의미를 부여하고 또 끝없이 영향을
주고 받고 있다.
우리의 인생 그리고 우리가 사는 세상은 마치 하나로 연결된
끝이 없는 도미노처럼 누군가가 무엇을 하므로써 다른 누군가의
다른 결과들이 이루어지고 그렇게 우연처럼 필연인듯
한사람 한사람 저마다 다른 인생의 의미를 만들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 인생과 세상의 끝없는 도미노 속에서 발견된
여러가지 관계들과 그로 인해 파생된 감정들을 우리는 저마다의
삶 속에서 볼 수 있다.
심지어 쌍둥이나 복제된 인간일 지라도 결국 서로 다른
삶을 살아가게 되는 것처럼 우리 모두가 다르기 때문에
우리 모두의 인생은 다르고
그리고 우리 모두의 인생이 다르기 때문에
그토록 우리의 삶이란 저마다 나름의 가치와 의미를 지니며
그 사람의 부나 명예나 위치와는 관계없이 모두 소중한
것이라고 이 책은 말하고 있었다.
처음 이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 나는 나의 사소한 행동으로
인해 파생되었을 어떤 결과들에 대한 책임의식으로
어렴풋이 책장을 넘기는 손의 가느다란 떨림을 느꼈다.
한장 한장 넘길 때마다 쓴약을 들이키듯 꿀꺽 침을 삼켰다.
그리고 마침내 하나의 글귀를 발견했다.
'타인이란 미쳐 만나지 못한 가족일 뿐이예요.'
에디가 천국에서 처음 만난 이의 말이다.
그 말의 따스함이 얼어있던 내 가슴 속에 서서히 스며드는
것을 느끼며 마침내 내 손의 떨림이 멈추었다.
이 책은 죽음으로 시작해서 죽음으로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빈번하게 죽음이란 테마를 다루고 있고
또 그런 죽음을 여러 사람들의 각각 다른 시선들과
또 그에 따른 원인, 결과로 나누어 여러각도로 조명해낸다.
그리고 그 여러 죽음은 아이러니 하게도 또 다른 이의 삶이 된다.
이 책의 푸른 사나이와 에디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한 손에는 여러쌍의 금반지를 또 다른 손에는 다이아반지를
끼고 있다가 어느날 그 반지들에 실증이나 쓰레기 통에
몽땅 처분해 버려도 아쉬울 게 없을 백만장자도 가끔은 아니 혹은
자주 자신의 삶이 무의미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나도 마찬가지다.
나도 가끔 혹은 자주 내 삶이 무의미하고 허무하다고 생각하고
그 공허함에 압박감마저 느낀다.
무엇이 우릴 이렇게 만드는 것일까.
우리는 자주 우리의 인생이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들이
무의미하게 흘러갔고 낭비되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저마다 다른 목적을 갖고 살아간다.
돈을 많이 벌고 좋은 직장을 잡고 여러가지 업적을 이루거나
뭔가 자신에게 있어 대단한 가치를 가지는 무언가를 위해
끝없이 나아가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많은 대단한 일을 이룬 사람마저도 자신의
인생을 하찮게 생각한다.
그리고 종국에 가서는 중요한 것은 그런 것이 아니였다고 말한다.
어느 유명한 철학자가 말하였다.
우리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라고 말이다.
우리는 서로와의 관계에서 자신의 가치를 확인하고 인정받는다.
금은 보화를 가진 사람이라도 이런 완벽한 인간관계를 갈망하며
한 평생을 살아간다.
나를 포함한 많은 그런 이들을 위해서 이 책은 말하였다.
낭비된 인생은 없다고 우리가 낭비하는 시간이란 그저
외롭다고 생각하며 보내는 시간 뿐이라고 말이다.
지독하게 외로운 인생을 살다간 누군가라 하더라도
에디의 천국에서만은 그의 인생을 의미를 확인시켜줄
다섯 사람을 만나게 될테니 말이다.
처음 이 세상의 무수한 우연들이 모인 사람과 사람 사이 관계로
시작한 이 책은 그 관계의 중요성을 역설하며
가장 쉬이 발견할 수 있는 아름다운 관계, 그러나 곧잘
그 가치가 평가절하되고 마는 '희생'이라는 관계를 우리에게
내보인다.
이 세상 모든 부모들의 희생에서부터 작게는 남은 빵 한조각을
서로에게 양보하며 발생되어지는 희생.
그 숭고한 희생정신의 가치를 사실 나는 잘 모르고 있었다.
아니 어쩜 알면서도 그 가치를 부정했는지도 모르겠다.
누군가 말했다.
착한 여자는 천국을 가고 나쁜 여자는 어디든지 간다고 말이다.
어려서 이솝우화와 디즈니 만화 시리즈에 등장하는 많은
교훈적인 이야기들을 읽고 자란 나와 많은 우리는 지금까지
착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배우며 자랐다.
그러나 시대는 변하고 무한경쟁 시대의 우리는 하루 아침에
착하다는 곧 멍청하다는 의미와 동일시 되어지는 현실에
내몰려 점점 매마른 가슴을 가지고 살게 되었다.
내것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아둥바둥 하고 남을 이용하고
조금이라도 많은 이익을 얻기 위해 생산적인 삶과 그에
걸맞는 가치를 강요당하며 살아온 것이다.
그러나 이 책에서 말하는 가장 생산적인 삶이란 역설적으로
희생하는 삶이다.
그러나 이 세상에서는 아직도 무언가 혹은 누군가를 위해
희생하는 사람들을 향해 혀를 차며 한편으론 자신의 손아귀에
든 것을 내놓지 않기 위해 두 주먹에 주먹을 불끈 쥐는
똑똑한 바보들이 참 많이 있다.
그런 이기적인 바보들에게 이 책은 속삭인다.
자신에게 소중한 것을 희생하는 것은 결코 잃는 것이 아니라고
마치 물물교환처럼 그를 다른이에게 넘겨주고 또 다른 것을
얻는 것이라고 말이다.
그 댓가가 설사 죽음보다 더한 것일지라도 희생은 반드시 자신이
희생한 가치에 걸맞는 것을 가져다 준다고 타이르는 것이다.
그 외에도 이 책이 내게 전해준 많은 삶의 비밀을 일일히
적으려면 스크롤이 모자랄 정도로 많다.
사랑과 용서 등등.. 참 많은 교훈과 지혜들이 보석같이
숨겨져 있지만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이 모든 것이
우리 자신에게서 나온다는 사실이다.
내가 있어 남이 존재하고 나와 남이 만나 우리가 되고
사랑을 하고 희생을 하며 용서를 한다.
이렇듯 나 자신이 그리고 내 인생이 얼마나 소중한 지를
깨달게 되는 순간 나는 눈물로도 표현키 힘든 더 벅찬 감동을
이 내 가슴으로 오롯히 느꼈다.
이 책은 이 세상을 이 시대를 사는 모든 사람에게 다 필요하다고
생각되지만 그보다도 자신의 인생이 무의미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내 주변에 있다면 꼭 권하고 싶은 책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역시 열린 마음으로
이 책을 읽는 것이라 생각한다.
책을 읽다보면 가슴이 답답해지고 눈물이 나고 또는 긴장으로
떨리고 한페이지 한페이지 넘길 때마다 순간 여러가지의
감정들이 떠오르는데 이 책의 이야기를 그저 소설이라고
생각하고 그런 자연스런 감정들을 물리치며 읽는 사람들은
결국 이 책을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이 주는 많은 교훈과 감동마저 잃게 되겠지.
사실을 말하자면 만일 내가 정말 힘들때 이 책을 읽었다면
나 역시 그저 그런 소설류로 분류하였을 것도 같다.
마음이 어두운 사람들에게는 이런 비유적인 표현은
들어오지도 않는 법이니까.
아직은 꿈을 꿀 수 있는 사람만이 또 천국을 믿을만큼 적당히
어리숙한 사람들이 읽을 법한 이야기니 말이다.
그럼에도 한번쯤 권할 가치가 있다.
혹시 또 모르지. 기적이 일어나서 우울증 환자를 자리에서
일어나게 할지도 모른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가끔 너무 뻔하지만 그밖에도 많은
우연과 기적이 일어나니까 말이다.
여하튼 세상은 살만한 거라고 이 책이 말하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