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의 집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1막 4장
짝귀의 집은 흑석동 산동네였다.
짝귀에게는 짜부라는 덩치가 산만한 아내가 있었다. 짜부는 가슴이 너무 커서 걸을 때마다 흉기처럼 위협적으로 흔들렸다. 얼굴은 칼국수 만들려고 밀어 놓은 밀가루처럼 큼지막했으나 두 눈은 허허벌판에 새겨진 새 발자국 같았고, 코는 들창코였으며 입술은 얼굴의 삼 분의 일을 차지할 정도로 크고 두툼했고, 턱 밑에는 얼굴 크기 만한 이중턱이 자리하고 있었다. 거기다가 왼쪽 손목은 잘려져 나갔는지 뭉툭했다.
짜부는 짝귀와 여러모로 달랐다. 목소리는 쇳소리를 냈고 날카로웠으며 명령조였다. 동작은 덩치와는 달리 날렵했다. 또한 이해심은 좁고 성질은 포악해서 말보다는 손이 먼저 나갔다.
앵벌이파인 '짜부파'는 짜부 외에 열두 살의 태형, 열 살의 혜교, 다섯 살의 민혁,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계집아이 둘이 전부였다.
정우는 짜부에게서 앵벌이가 갖춰야 할 소양과 마음가짐, 대사, 표정 연기에 대한 교육을 받았다. 거리에서 구걸을 하려면 제각각 사람들의 심금을 울릴 만한 대본이 있어야 했는데, 정우가 받은 대본은 '병든 어머니'였다.
"도와 주세요. 엄마가 병들어 누웠어요. 분유 값이 없어 이틀째 동생에게 아무것도 못 먹였어요. 어린 동생이 죽어가요. 네? 제발‥‥‥."
연기는 어렵지 않았다. 대사를 외우다 보면 어머니와 시은이 생각이 나서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리곤 했다.
현장 실습까지 끝마치고 나자 짜부는 혐오감을 주지 않을 정도로 정우를 분장시켰다. 양 손에는 아까징끼(머큐로크롬액)로 적신 붕대를 친친 감겨 주었고, 포대기를 둘러서 오 개월 남짓된 여자아이를 업혀 주었다. 짜부파의 맏형 격인 태형의 설명에 의하면 아이는 산부인과를 통해서 미혼모에게서 입양시킨 거라고 했다.
짜부가 정우에게 처음으로 열어 준 일터는 서울역이었다. 서울역은 사냥감이 많은 데다 수시로 바뀌어서 앵벌이들의 천국이었다.
교육은 철저히 받았지만 사람들로 하여금 지갑을 열게 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짜부의 말대로 마음을 열게 한 뒤에 지갑을 열게 해야 하는데, 사람들은 좀처럼 마음의 문을 열어 주지 않았다.
날은 푹푹 찌는데 포대기를 한 때문에 땀이 비오듯 흘러내렸다. 잠시 쉬려고 역사 건물 안으로 들어가서 앉아 있으며 짜부가 나타나서 슬그머니 꼬집거나 발을 짓이겼다.
밤이 되면 흩어져 있던 아이들이 한 곳에 모여 84번 버스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집에 도착하면 제일 먼저 짜부에게 실적 보고를 해야 했다. 수입금이 저조한 아이나 돈을 감추려다 들킨 아이는 벌을 서기도 하고 매를 맞기도 했다.
짝귀는 전혀 일을 하지 않았다. 짜부에게서 돈을 얻어 타서는 매일 술에 취해서 살았다.
그러다 가끔씩 조직 일에 끼어들었다. 짜부가 마포자루나 프라이팬으로 아이들을 심하게 패면 보다 못한 짝귀가 술잔이나 재떨이 같은 것을 던지며 버럭 고함을 질렀다.
"이년아! 아그들 좀 작작 패그래이. 니도 애를 몸뚱아리에 실어 본 년 아이가? 아그들이 가엾지두 않나? 에이, 피도 눈물도 없는 년!"
짝귀가 참견을 하면 사태는 금세 수습이 됐다. 짜부는 혼잣말로 궁시렁궁시렁거리면서 밖으로 슬그머니 나가 버리곤 했다.
여름, 가을이 가고 겨울이 왔다.
날씨가 추워지자 사람들의 발걸음도 점점 빨라졌다. 수익금은 떨어졌고, 감기는 거머리처럼 달라붙어 떨어질 줄 몰랐다.
정우는 앵벌이를 할 때나 버스를 타고 갈 때면 행여 시은이나 어머니를 찾을 수 있을까 해서 사람들을 유심히 살폈다. 비슷한 사람은 너무도 많았다.
따라가 확인을 하고 나면 그래도 괜찮았다. 그러나 따라갈 수 없는 상황이거나 따라가다가 놓쳐 버리고 나면 그 날 밤은 좀처럼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꼭 그 사람이 시은이거나 어머니 같았다.
날이 추워지자 소망원을 나온 게 점점 후회가 됐다. 그 동안에 시은이나 어머니가 찾으러 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자꾸만 들었다.
정우는 다시 소망원으로 돌아가기로 작정하고 탈출을 감행했다. 탈출은 간단했다. 아이들의 일터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기 때문에 짜부는 수시로 순찰을 돌았다. 정우는 짜부가 지나가기를 기다렸다가 아이를 바닥에 내려놓고 줄행랑을 쳤다.
버스를 타고 대전으로 내려가려고 용산시외버스 터미널로 갔다. 그 날 번 돈으로 차표를 끊고 버스에 앉아서 출발하기만을 기다리고 있는데 낯익은 사내가 올라탔다. 시골에서 상경해 서울역 근처를 배회하는 부랑자였다.
"이 생쥐 같은 새끼야! 대그빡에 피도 안 마른 게 가출을 해?"
사내는 다짜고짜 정우의 멱살을 틀어쥐었다. 안 끌려가려고 발버둥을 쳐 봤지만 역부족이었다.
정우는 흑석동 집으로 질질 끌려갔다. 해질 무렵이어서 한창 일할 시간인데 짜부와 아이들은 모두 집에 모여 있었다.
"누님! 달리는 시외버스를 세워서 잡아왔습니다!"
사내는 자신의 공로를 부풀리기 위해서 거짓말을 했다. 정우는 잠자코 있었다.
"욕봤어."
짜부는 정우을 흘깃 노려보고는 사내를 마당 한쪽으로 데리고 갔다. 치마 속에서 고무밴드로 친친 감은 천 원짜리 지폐 뭉치를 꺼냈다. 사내는 솔개가 병아리를 낚아채듯이 돈을 채 갔다. 고무줄을 풀고 지폐를 세는 사내의 입이 찢어질 듯이 벌어졌다.
부랑자가 돌아가고 나자 짜부는 정우을 안방으로 밀어 넣었다. 방에 들어가 있으니 짜부가 프라이팬을 들고 들어왔다.
"벗어, 새꺄!"
짜부가 독사 같은 눈길로 노려보며 명령했다.
정우는 후닥닥 옷을 벗었다. 짜부의 성질을 돋구어 봤자 좋을 게 없었다. 속옷까지 모두 벗고 나자 짜부가 프라이팬으로 등짝을 내리쳤다. 살과 프라이팬이 부딪치면서 요란한 소리가 났고, 끔찍한 통증이 밀려왔다.
"이 쌍놈의 새끼야! 그 동안 먹여 주고 입혀 준 은혜도 모르고, 너 혼
자 잘 먹고 살 살겠다고 어린 동생도 내팽개치고 도바리를 쳐? 성경 구절에도 나와! 너 같은 배신자는 프라이팬으로 쳐 죽이라고! 그래야지 국가가 잘 살고 국민이 잘 산다고‥‥‥."
짜부는 눈이 뒤집혀서 프라이팬을 들고 춤을 췄다. 마치 사극에 나오는 망나니를 보는 것 같았다.
정우는 프라이팬으로 자주 맞아 봐서 프라이팬의 특성을 알았다. 뼈를 다치지 않고 맞는 충격을 줄이려면 가급적 프라이팬의 편편한 면에다 살이 많은 부위를 갖다 대야 했다. 때리는 짜부도 그런 걸 잘 알아서 웬만큼 화가 나지 않고는 프라이팬으로 뼈를 때리는 법은 없었다.
하지만 그 날은 달랐다. 짜부는 프라이팬을 휘두르면서 점점 이성을 잃어갔다. 프라이팬은 머리, 어깨, 등짝, 팔, 다리를 가리지 않고 예측이 불가능할 정도로 무질서하게 날아왔다. 정우는 뼈를 안 맞기 위해서 신경을 곤두 세웠지만 역부족이었다.
"개자식! 너 때문에 내가 쳐들인 돈이 얼만지 알아? 모아도 모아도 가난을 면하기 힘든데, 왜 자꾸만 내 귀한 돈을 쓰게 만들어! 이 쌍놈의 새꺄!"
머리만은 안 맞기 위해서 두 손으로 잔뜩 감싸고 웅크리고 있는데 등짝으로 프라이팬이 떨어졌다. 등뼈를 맞자 심장이 철렁 내려앉을 만큼 고통스러웠다. 이대로 가다가는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이 목까지 차올랐다. 정우는 짜부의 발을 잡고서 필사적으로 애원했다.
"엄마, 잘못했어요! 살려 주세요! 다시는 안 도망갈게요! 제발‥‥‥."
"치워, 새꺄!"
짜부는 발로 짓이기면서 다시금 프라이팬을 휘둘렀다.
정우는 중심을 잃은 상태에서 뒤통수를 호되게 맞았다. 눈앞이 깜깜해지면서 의식이 가물가물 멀어져 갔다. 흐릿하게 시은이가 보였다. 시은이가 개나리 핀 소망원 앞길을 달려오고 있었다.
'누나‥‥‥.'
정우는 시은이를 향해서 달려갔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걸음이 떼지지 않았다.
한순간, 차가운 한기와 함께 정신이 번쩍 들었다. 눈을 뜨니 마당이었다. 양동이를 들고 있는 짜부의 모습이 보였다. 현실이 원망스러웠다. 차라리 그대로 죽었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마저 들었다.
"일어나!"
짜부가 팔을 잡아챘다. 상체를 일으켜 보니 짜부의 뒤에 서 있는 아이들이 보였다. 눈이 마주치자 태형과 혜교가 짜부의 팔을 잡고 애원했다.
"엄마, 이제 그만 정우를 용서해 주세요!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할게요."
짜부가 프라이팬을 쥐고서 마구잡이로 휘둘렀다. 태형과 혜교가 프라이팬에 머리를 얻어맞고는 혼비백산해서 방으로 뛰어들어갔다.
"번쩍 들어!"
짜부는 양동이에 물을 가득 채워서는 정우 앞에다 내려놓았다.
정우는 짜부가 시킨 대로 양동이를 들었다. 양동이는 무거웠다. 프라이팬에 맞은 왼쪽 어깨뼈 때문에 팔을 제대로 펼 수가 없었다.
"밤새 그 자세로 반성해! 물 한 방울이라도 떨어뜨리면 요절을 낼 겨!"
짜부는 거친 숨을 몰아쉬더니 안방으로 들어갔다.
정우는 양동이를 든 채 몸을 내려다보았다. 여기저기에 울긋불긋한 멍이 들어 있었다.
세찬 겨울 바람이 알몸을 휘저었다. 족히 영하 십 도는 될 것 같았다. 뼛속 깊이 한기가 스며들었다. 견디기 힘든 설움이 복받쳤다.
"엄마‥‥‥. 누나‥‥‥."
정우는 입술을 앙다물었다.
하지만 짐승 같은 소리가 입술을 비집고 나왔다. 이를 꽉 물어 봤지만 소리가 나오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얼마나 울었을까. 안방문이 벌컥 열리며 짜부가 튀어나왔다.
"이 새꺄, 뭘 잘 했다고 쳐울어! 뚝 그치지 못해?"
짜부가 플라스틱 바가지로 살얼음이 얼어 있는 고무다라에서 물을 떴다. 정우가 미처 피할 사이도 없이 차가운 물이 전신을 덮쳤다.
"허억!"
정우는 숨도 못 쉬고 호흡을 멈췄다. 물이 아니라 불벼락을 맞은 것 같았다. 살이 타 버린 듯한 착각이 일었다.
"번쩍 들어!"
짜부가 냅다 소리 쳤다.
정우는 재빨리 양동이 든 손을 높이 치켜올렸다. 짜부는 한동안 노려보더니 몸을 한 차례 부르르 떨고는 안방으로 들어갔다.
살을 에는 듯한 바람이 불었다. 전신에서 흘러내리던 물은 그대로 얼음이 되었다. 정우는 추위를 이겨내려고 이를 앙다물었다. 양동이를 든 두 팔이 파르르 떨렸다.
도대체 얼마나 지난 것일까. 졸음이 쏟아지면서 의식이 흐릿해졌다. 갑자기 뭔가 요란한 소리가 났다.
정우는 눈을 번쩍 떴다. 사방을 둘러보았다. 짜부는 보이지 않고 짝귀가 대문가에 서 있었다.
"정, 정우야‥‥‥."
짝귀의 눈과 입이 쩍 벌어졌다.
한동안 쳐다보고 있던 짝귀가 와락 달려와 양동이를 바닥에 팽개쳤다. 물이 사방으로 튀었다.
"이년이, 미쳤나! 세상에 뭐 저딴 게 다 있노?"
짝귀의 발에 채인 양동이가 요란한 소리와 함께 허공으로 떠오르더니 마루 밑에 처박혔다.
"내 이년을 쥑이삔다!"
짝귀가 담장으로 달려가더니 세워 놓은 삽을 움켜쥐었다. 그리고는 냅다 마루로 뛰어올라 갔다.
그와 동시에 안방문이 벌컥 열렸다. 짝귀가 놀라 주춤한 틈을 타서 짜부는 마당으로 뛰어내렸다. 그리고는 신발도 신지 않고서 대문을 열고 그대로 줄행랑을 쳤다.
"이년이‥‥‥, 거기 안 서!"
짝귀가 삽을 들고 짜부의 뒤를 쫓아갔다.
긴장이 풀리자 한순간에 의식이 뚝 끊겼다. 태형과 혜교의 음성이 아련하게 들려 왔다.
"정신이 드나? 아직도 열이 펄펄 끊네!"
짝귀가 이마에 손을 대 보더니 세숫대야를 끌어당겼다. 수건을 물에 적셔 쥐어짠 뒤 이마에다 올려놓았다.
"배 고프쟈?"
"‥‥‥."
정우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이상하게도 짜부에 대한 원망은 들지 않았다. 소망원으로 데리러 오겠다고 해 놓고서 약속을 안 지킨 어머니와 시은이가 얄밉고 원망스러울 뿐이었다.
"내가 쥑일 놈이다. 사람 사는 꼴이 이게 뭐꼬?"
짝귀가 안티프라민(연고)을 검지손가락으로 듬뿍 떠서 상처에다 대고 문질렀다. 정우는 고개를 돌린 채 속울음 삼켰다.
그 날 저녁, 짜부는 돌아오지 않았다. 정우는 짝귀가 차려 준 저녁 밤을 먹고 따뜻한 아랫목에서 잠을 잤다. 길고 긴 잠이었다.
눈을 뜨니 한낮이었고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짝귀만 머리맡에 앉아서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도대체 얼마나 잤느냐고 물으니 짝귀는 말없이 손가락을 네 개 펴 보였다.
[KIESB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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