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급을 반납했다.
성과급 기준에 따르면 나는 C급 교사다.
하위 30%에 해당하는 셈이다.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교사만 무풍지대에 살겠다는거냐.
무능력한 교사는 돈도 적게 받고 퇴출당해야 한다.
전교조 빨갱이들은 처음 정신을 잃고 사리사욕만 채우려 한다.
성과급 반납도 한다는데 돈이 필요없으면 영세민이나 도와라.'
줄줄이 올라오는 인터넷 댓글을 보면서 가슴이 답답할 뿐이다.
과연 객관적으로 교사를 평가하는 기준이라는 게 있을까?
애들을 쥐.잡.듯. 잡아서 공개수업 말끔하게 해내고,
성적 나쁜 아이들 시험날 결석하도록 강요해서 반 평균 올리고,
환경이 어려운 아이들을 신경쓰기보다
열성 엄마들과 그 자식들한테만 알랑거리는
A급 교사 가 있다고 치자.
어린 나이에 찌들어만 가는 아이들이 안쓰러워서
욕심에 찬 학교장의 무리한 요구를 거절하고,
가정 형편 때문에 비뚤어 나가는 아이에게 더 신경을 쓰고,
아이들에게 뭐 하나라도 주려는 마음에
(승진에 전혀 도움 안되는)글쓰기 교육 모임을 운영하는
C급 교사가 있다고 치자.
누가 진정 이 사회에 필요한 교사인가.
그런데 성과급 제도는 교사 퇴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교원평가가 보편화되면서 호봉제가 연봉제로 바뀌고,
교직은 계약직이 되고,
무능한(그들이 말하는 무능이란 또 무엇인가) 교사는
즉 C급 교사는 퇴출인거다.
게다가 교원평가와 성과급 제도가 심화된 상황에서
내가 방학때 릴레이편지를 보낸다면
머리 큰 아이들은 '이거 다 교원평가 잘 받으려고 그러는거야'
하는 의혹을 한번쯤 품을지 모른다.
아니면 마냥 좋아하고 있는 아이 뒤에서
학부모들이 팔짱끼고 그런 생각을 할지도 모르지.
그럼 교사와 학생간의 안정된 유대감은 깨질 수 밖에 없다.
내 밥그릇을 위한 그럴듯한 핑계가 아니야.
교사로서 최소한의 자율성과 자존감을 보장해달라는 말이다.
교장 교감 되려고 승진에 눈이 먼 선생님들을 보며
가슴을 칠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거기에 성과급에 교사 퇴출까지 이어지면
어떤 풍경이 나올지 끔찍하다.
학생을 성적으로 줄세우고
노동자를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줄세우고
이제 교사까지 줄세우면 모두 행복해질 것 같은가?
자살은 늘고 출산률은 세계 최저라는데 그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아이들은 효율성을 외치는 부모와 교사들에게
충분히 고통받고 있다.
내 아이가
눈치보며 뛰어다니는 교사에게 세상을 배워야 속이 시원하겠는가.
내 아이가 살아가야 할 세상이 그렇게 팍팍해지면
아이 참 많이도 낳고 싶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