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면 알수록 짜증나는 나라, 대한민국?
대한민국. 북쪽은 압록강과 두만강을 건너 중국의 만주와 러시아의 연해주에 접하고, 동쪽과 남쪽은 동해와 남해를 건너 일본에 면하며, 서쪽은 서해를 사이에 두고 중국 본토에 면하는 바로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땅이다. 역사적으로 빈번히 침략을 당할 수밖에 없는 지리적 위치에 있다. 하지만 오늘날 대한민국은 무력침략이 아닌 정신적, 문화적 침탈로 위협받고 있다. ‘혐한류’가 그 중심에 있다.
혐한류(嫌韓流). 제목에서도 알수 있듯이 한류를 혐오하는 내용이 담긴 만화책이다. ‘혐한류’는 한일 공동개최 월드컵이 한국에 의해 더럽혀졌다고 말하고 있으며, 한국이 일본의 문화를 훔치고 있다는 주장을 펼치고, 독도는 일본의 영토라는 식의 발언과 식민지배 이후 보상을 요구하는 것에 대한 비판 등 왜곡된 주장으로 한국인의 인격을 현저히 떨어뜨리고 역사를 왜곡하고 있다. ‘새역모(새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에 이어 ‘혐한류’로 자국의 침략을 정당화하고 한국을 비하하다 못해 혐오하는 일본을 우리는 보고만 있어야 하는가.
우리나라에서도 무조건적으로 일본에 대한 거부감을 가지는 경우가 많다. 민족적 감정으로만 일본을 대해 논리적인 근거도 없이 소위 ‘쪽바리’라고 칭하면서 일본사람들을 비하한다. 지금, 한국이 하는 일본비하는 정당하고 일본이 하는 한국비하는 부당하다는 주장을 펼치려는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렇듯 일본에서도 그저 한국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 문제는 그것이 아니라 ‘혐한류’가 의도적으로 한국을 비하함으로써 역사왜곡뿐만 아니라 한국인의 인격을 실추시켜 일반적인(우익세력에 물들지 않은) 일본인들의 인식변화에 영향을 끼친다는 것에 그 문제점이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말해서 그 한권의 만화책은 왜곡된 사실을 일반화시키려는 일본 극우세력의 근거인 것이다.
일본 우익의 우경화에 도움을 주는 것은 ‘혐한류(여기서의 혐한류는 만화책을 의미한다)’ 뿐만이 아니다. 그 밑바탕에는 신친일파라 불리우는 세력이 굳건히 자리하고 있다. 친일파란 일제 강점기 때 일제와 야합하여 그들의 침략·약탈 정책을 지지·옹호하여 추종한 무리로써 매국노라고 불리기도 한다. 신친일파라 하면 현대적의미에서 일본의 문화적 침략정책을 옹호하고 뒷받침해주는 세력이라 할 수 있겠다. 이 세력의 역할은 한국인으로써 한국을 비난하는 것. 이들은 창씨개명은 하고 싶은 사람만 한 것이지 강제적인 것이 아니었다, 강제로 연행한 ‘종군위안부’란 건 존재하지 않는다, 야스쿠니 신사 참배는 죽은 사람의 영혼을 모시는 신성한 행사로, 침략전쟁과는 관계가 없는 것이다, 등의 주장을 펼쳐 우익인사들의 우경화 발언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한국인의 입으로 하는 혐한류는 그럴듯한 설득력이 있기 때문에 우익세력은 이를 이용하고 또 이를 이용하려고 그들을 앞세우는 것이다.
현재 세계는 힘의 논리에 의해 지배되고 있다. 일본에 비하면 한국은 약소국일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일본의 무분별한 역사왜곡정책(우리나라만 역사왜곡으로 피해받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이 정당화 될 수 없고, 한국정부의 이렇듯 안일하고 소극적인 대처가 합리적일 수 없다. 우리는 약소국이기 때문에 일본의 부당한 주장에도 그저 방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은 변명에 불과하다. 우리도 우리의 목소리를 한껏 내어, 패권주의로 무장한 일본의 폭주를 중단시켜야 한다.
‘혐한류’에 분노한 우리나라의 한 만화가가 ‘혐일류’를 출간한다는 뉴스를 접하게 되었다. 비논리적이고 편파된 시각으로 쓰여진 ‘혐한류’와는 다르게 그에 따른 논리적반박으로 일본의 어처구니 없는 주장을 꼼짝못하게 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철저한 역사적인 사실을 토대로 일본의 억지주장을 꺾을 것이라고 했다. 그런 사실에 통쾌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혐한류’와 ‘혐일류’는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이런 주먹구구식의 대처가 아니다. ‘혐한류’에 대적하는 ‘혐일류’를 출판할 것이므로 마치 혐한류 나아가서는 역사왜곡차원의 문제가 해결된 것이라는 식의 언론의 보도는 민중을 기만하는 것이다. 언론은 바른 민족사 구축을 위해 정부의 소극적 태도를 질책해야 하며 상대적으로 약소국인 우리나라가 나아가야 할 올바른 방향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한국인이다. 하나의 민족성으로 뭉친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에 소속된 일원이다. 올바른 역사를 확립하는 것은 우리의 정체성 확립과 무관하지 않다. 우리의 과거를 부정한다면 우리의 존재자체를 부정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누가 옳고 그른지를 판단하기에 앞서 우리 스스로 올바른 역사의식을 갖고 판단하는 현명한 한국인이 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