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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을 흔들지 못하는 이별

신용연 |2006.09.20 18:09
조회 23 |추천 0


 

손을 흔들지 못하는 이별

 

밤새 풀벌레 소리. 찌르르 적막을 찌르고. 쓰르르 가을의 살을 쓰다듬고. 울음인 듯 노래인 듯 그리움을 깨웁니다. 홀로 뒤척이면 가슴을 훑는 것이 있습니다. 고요할수록 또렷해지는 것들. 텅 빈 집, 텅 빈 찻잔, 텅 빈 가슴에 고이는 것들.

 

  오월의 라이락을 기억하기엔

  추억이 너무 춥다.

  정직한 지붕들이 남은 햇살을 받을 때

  누군가, 지상을 밟고가는 발자국 소리 들린다

  책장의 마지막 페이지 넘기는 소리

  혼자 선 비문을 스치는 늦은 바람소리

  화강암의 슬픔으로 매미가 운다.

  아무도 이 작별에 손 흔들지 않는다

  -이기철의 시 `가을 전별"에서-

 

어느 날 만져보면 햇살조차 서늘합니다. 바람소리가 슬퍼지면 누군가 내 곁을 떠나갑니다. 손을 흔들지 못하는 이별. 풀벌레 울음이 멈출 때 쯤에서는 사람이 웁니다. 가을에는 시든 꽃을 차마 치우지 못합니다.

 

〈김택근/시인〉 경향신문 아침글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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