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결 캔디
남유정
|2006.09.21 01:08
조회 735 |추천 2
적어도 열서너 즈음의 나이에 이 맛을 처음 알게 된다. 이 캔디는 아무런 검열 없이 전국 모든 담임선생님들의 손을 통해 아이들에게 나누어진다. 일명 ‘순결 캔디’ 라고 불리는 이 캔디에 대해서 온갖 루머가 아직까지도 떠돌아다니고 있다.
지금도 그런지 모르겠지만, 내가 학교를 다닐 때에만 해도 그 캔디 안에 남성의 분비액인 ‘그것’이 들어있다는 소문부터 시작하여 성경험이 있는 여학생이 먹으면 캔디의 색이 변한다는 이야기가 무수히 떠돌아다녔다. 이것을 먹으면 이상한 기 체험을 할 수 있다고 말하는 아이들도 있었고 성욕감퇴제가 일부 첨가되어 있다는 근거 없는 이야기들도 나돌았다. 이 순결 캔디가 ‘통일교’와 관련이 있다는 사실은 안 것은 내가 학교를 졸업한 지 한참 뒤의 일이었다. 포교의 목적으로 생산된 순결 캔디의 진실을 학교에서는 아는지 모르는지 관심이 없는지, 매해 그 캔디를 우리들의 손에 쥐어주었다.
다른 학교는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우리 학교에서는 이 캔디를 ‘여학생’들에게만 나누어 주곤 했다. 이것을 먹기 전에는 반드시 ‘순결 서약’ 이라는 의식을 거쳐야만 했다. 그 서약의 구체적인 내용은 세월이 흘러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아마도 평생 순결을 지키며 살아가겠다는 문구가 포함되어 있었던 듯 하다. 우리는 손을 들어 그 서약을 맹세했고, 캔디 껍질을 깐 뒤 붉고 촉촉한 혓바닥으로 천천히 그것을 녹여 먹었다. 맛은 시중에서 판매하고 있는 일반 딸기맛 사탕과 다르지 않았다. 지루한 맛이었다. 순결을 지킬 필요 없는 옆 반의 남자 아이들은 창문에 매미처럼 들어붙어 캔디를 달라고 아우성이었고 우리는 그 캔디를 그들에게 나누어주었다.
그 때, 내게서 캔디를 받아먹었던 남자아이들은 지금도 고결한 순결을 지키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