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인디씬은 정말 옛날의 그 인디씬이 아니다. Elena의 이번 앨범은 정말 인디씬이라는 이름으로 그냥 묻혀 버리기엔 너무 억울한 앨범중의 하나다. 이토록 진보한 사운드와 신선한 감성이 태어날 수 있었다니, 이것은 정말 축복해야 할 일이다. 그리고 너무나 감사한다. 국내 음악계를 좌지우지하는 스타급 작곡가들이라 해도, 이러한 사운드와 멜로디는 뽑아 낼 수가 없을 것이다. 편협한 국내 음악계를 발전시키는 것은 바로 이러한 진정한 뮤지션들일 것이다. (나는 유희열이나, 윤상만은 언제까지나 진보한 사운드를 가지고 있을 거라 믿었지만, 요즘 들어서는 그들도 이들에 비해선 클래식컬하게 되어 버렸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Elena의 앨범의 맛을 살짝 알기 위해선 그녀의 이력을 잠깐 들추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달콤한 코스모스, 상큼한 줄리아 하트, 모던한 스위트피, 그런지한 코코어, 거기다가 미칠 듯한 볼빨간까지. (특히, 나는 그 미칠 듯한 볼빨간에서 그녀가 무척 즐겼거나 혹은 무척 힘들어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과연 어느 쪽일까)
7년간의 이러한 다양한 이력은 그녀에게 착실한 내공을 쌓아주었다. 이것은 아이돌 스타들의 3년간 춤 연습에, 2년간 보컬 트레이닝 그리고 1년간의 몸매 가꾸기와 성형에 충분히 비견되고도 남는 내공이다. 진정한 뮤지션으로서의 내공이기 때문이다.
Elena는 그 내공으로 단 한곡의 연주곡을 제외하고 모든 곡의 작곡을 해낸다. 앨범의 색깔은 딱 그녀의 앨범 쟈켓과 전혀 동떨어지지 않았다. 소녀적이고, 서정적이며, 친근하고 창조적이다. 이런 소녀적인 감성을 왜 정작 소녀들은 듣지 않는단 말인가. 나는 언제나 슈퍼주니어 곁을 떠나지 않는 소녀를 불러다 이렇게 말하고 싶다.
이런 음악이야말로 너희들이 사랑해야하고 사랑할 법한 음악 같다.
Elena의 이번 앨범을 더욱 빛나게 해주는 것은 역시 찬란한 조력자들 덕분일 것이다. 줄리아 하트의 바비 정(바비 킴 아니다)도 그렇지만,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DJ Soulscape로 알려졌던 Espionne의 참여다. 힙합씬을 넘어서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주며 최근에는 CF나 영화음악까지 참여하는 한 편, 유희열이나, 윤종신 같은 뮤지션들의 러브 콜을 받고 있는 그다. 유희열의 러브 콜이라는 것은 취업 준비생으로 따지자면, 한국 전력의 러브 콜과 비견되지 않는가!
이 조력자들이 있었기에 Elena의 이번 앨범이 이정도의 성과를 얻어낼 수 있었다는 것은 누구나 쉽게 동의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Espionne는 자신이 넓혀온 스펙트럼대로 마음껏 Elela의 곡을 조율함으로서 힘을 불어넣고 감성을 돋군다.
앨범 전체에 탬버린, 실로폰, 클라리넷, 플룻등의 다양한 악기가 사양되는 것도 사운드를 더욱 풍성하게 해준다. 오케스트라적인 풍성함이 아니라, 소품적이고 아기자기한 풍성함을 말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이 앨범을 무척 소녀적인 음악이라 말하는 이유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타이틀 곡은 밤, 테라스 라는 곡으로 로맨틱하고 감미로운 사운드가 밤 속으로 차곡차곡 내려앉는 듯한 기분이 들게 한다. 개인적으로 일곱 번째 트랙인 Lens Flare 라는 곡을 가장 좋아한다. Elena의 청초한 목소리와 바비 정의 힘찬 편곡이 어우러지면서 맑고 기분 좋은 힘을 전해 주는 듯하다. 그리고 두 번째로 꼽으라면 열 번째 트랙인 하얀색 행진곡. 바비 정, Espionne가 함께 참여한 유일한 곡으로 여름이 채 가시지 않은 오후의 한 낮,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는 듯한 기분이 든다. 인상적으로 꾹꾹 눌러지는 청명한 피아노 반주에 맞추어 휘적휘적 걸어오는 소녀의 모습이 보이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