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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글

서고은 |2006.09.23 18:42
조회 39 |추천 1


오늘 아침에 너 일어나서 머리를 감는데

샴푸가 없어서 비느로 감았어.

푸석푸석해서 린스를 찾았는데 린스도 없지 뭐야.

언마가 사다놓지도 않았나봐.

 

게다가 화장을 하려고 하는데 뭐야 왜이럿게 뜨는거야?

어제 술을 많이 마신것도 아닌데...정말 맘에 들지 않아.

 

기분전환하려고 입지 않고 아꺼놨던 바지를 입으려고 하는데 아..찡겨.

아아~ 나 살쩠나봐. 불쾌하게 바지가 들어가는 기분.

 

어찌저찌 밖으로 나와서 버스까지 타고 가고 있는데

친구가 오늘 약속 취소하재.

 

잔뜩 기분이 상해서 친구한테 화풀이 해버리고

그냥 들어오는 것은 더 싫어서 다른 친구들한테 연락헤봤는데

모두 바쁘다고 안된데.

 

혹시나 해서 예전에 만났던 남자친구한테까지 전화했는데

그 녀석,새 여자친구가 생겼는지 내 전화 받지 않아.

 

벌써 날 잊은거야? 아직 한달도 안됐는데?

억울하다구. 나 지금.

 

이젠 오기로 공원같은데라고 가야겠다 싶어 아무 공원앞에서 내렸는데

목이 마르잖아.

 

음료수 사려고 가게에 들어갔는데 아아! 나 지갑놓고 왔어.

으으-생각해보니 동전지갑은 들고 왔다 싶어 동전 다 털어봤는데

딱 백원모자라.

 

저 아줌마 놀부마누라처럼 생겨서 깍아주지도 않을듯.

 

포기하고 터덜터덜 나와 한가하게 보이는

벤치에 앉았는데 으악! 여기 새똥 있었나봐.

내 흰색 바지에 묻고 말았어.

 

공원화장실로 뛰어가는데 아- 오늘 하느님-니한테 협조 안하기로

단단히 맘먹으셨구나, 비까지 오잖아.

 

나 흔색바지에 흔색 티셔츠 입어서

물에 젖으면 광장히 보기 흉하거든

 

최약이야. 오늘

생각하며 화장실 앞에서 비 다 맞고 서 있는데

또 갑자기 비가 그치버렸어.

 

내 머리위에만.

 

내 머리위에 우산 씌여주고 있는 이 남자.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인데... 누구지?

 

'감기걸리겠어요.'

 

하여 웃는 이남자

잘생기지 않았어.

평범한 남찬데 음... 웃는 모습 솔직히 멋지잖아.

 

"누구세요?"

"우산 씌워주는 사림이요."

 

싱거운 대답에 같이 웃으면서 나 생각했어.

오늘 최약 아니라고.

 

시작하는거 별거겠어?

이렇게 시작하면 돼.

 

만개의 고통중 단 하나의 행운.

처음에는 사소하고 아무것도 아닌데

사랑이 되고 나면 그게 전부였던 거야.

 

그렇게 시작해.

니가 있는 공간에서 숨을 멈추고 잠깐 떠올라서

네 머리 30센티위에 있는 행운에 닿아봐.

 

그게 사랑일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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